북극 찬 공기 중위도 지역 오르내리는 현상
기록적인 혹한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고, 포항에는 무려 50센티가 넘는 엄청난 폭설이 쏟아졌다. 유럽과 미국도 극심한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혹독한 추위와 폭설도 온난화 탓이라고 한다. 우리의 상식과는 어긋나지만 `북극 진동'이라는 낯선 전문 용어를 앞세운 언론 보도를 무작정 외면하기도 어렵다.
북극 진동은 나비 효과로 잘 알려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51년에 처음 알아낸 자연 현상이다. 북극 지역과 아열대 지역의 해수면 대기압의 계절에 따른 변화가 통계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두 지역 안에서는 해수면 대기압의 변화가 대체로 같은 경향을 보이지만, 두 지역 사이에는 상반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래서 북극 지역의 대기압이 낮아지면 아열대 지역의 대기압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기상학자들이 해수면 대기압의 그런 상대적 변화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8년 무렵부터였다. 두 지역의 상대적 대기압의 차이에 `북극 진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북극 진동이 북반부의 겨울 날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북극의 대기압이 낮을 경우에는 북극 지역 성층권의 공기는 매우 차가워진다. 그러나 중위도 지역을 순환하는 편서풍이 강화되어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쉬워서 겨울이 대체로 온난하다. 반대로 북극의 대기압이 높아질 경우에는 북극 지역 성층권의 공기는 대기압이 낮을 경우보다 덜 차가워지지만 중위도 지역의 편서풍이 약화되기 때문에 북극 지역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쉽게 밀려내려 올 수 있게 된다.
요즘 우리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북극 진동은 후자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겨울에는 북극 지역의 해수면 대기압이 아열대 지역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한다. 특히 최악의 한파와 폭설이 미국, 유럽,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작년 2월이 그랬다. 그러나 북극 지역의 대기압이 높은 상태가 작년부터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1940년부터 1988년까지도 대체로 그런 상태가 계속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 지역의 대기압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높았던 1977년 1월에도 북반부의 많은 지역이 혹독한 겨울을 겪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겨울 날씨를 북극 진동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북극 진동과 관련된 관측 자료가 충분한 것도 아니고, 북극 진동도 날씨를 결정하는 다른 요인들과 마찬가지로 시시각각으로 변화해서 사용하는 평균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북극 진동이 북반부의 겨울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대기 특성이라고 할 수도 없다. 북대서양 진동, 태평양 십년 진동, 대서양 수십년 진동 등은 물론이고, 태평양 표층수에서 나타나는 엘니뇨와 라니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적 특성과 태양 활동도 중요한 요소다.
북극 진동의 원인도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북극 진동을 무작정 지구 온난화 탓이라고 우기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장기간에 걸쳐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북반부의 광범위한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추워진다면 지구의 평균 온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혹독한 겨울이 이어지던 1970년대에 빙하기 도래설이 힘을 얻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과학적 설명이라도 상식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기후 변화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온실 기체를 마구 쏟아내서 기후 변화를 유발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변화하는 기후를 돌이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기후를 우리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과학을 앞세운 어설픈 고집보다는 기후 변화의 모든 가능성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이덕환(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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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진동은 나비 효과로 잘 알려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51년에 처음 알아낸 자연 현상이다. 북극 지역과 아열대 지역의 해수면 대기압의 계절에 따른 변화가 통계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두 지역 안에서는 해수면 대기압의 변화가 대체로 같은 경향을 보이지만, 두 지역 사이에는 상반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래서 북극 지역의 대기압이 낮아지면 아열대 지역의 대기압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기상학자들이 해수면 대기압의 그런 상대적 변화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8년 무렵부터였다. 두 지역의 상대적 대기압의 차이에 `북극 진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북극 진동이 북반부의 겨울 날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북극의 대기압이 낮을 경우에는 북극 지역 성층권의 공기는 매우 차가워진다. 그러나 중위도 지역을 순환하는 편서풍이 강화되어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쉬워서 겨울이 대체로 온난하다. 반대로 북극의 대기압이 높아질 경우에는 북극 지역 성층권의 공기는 대기압이 낮을 경우보다 덜 차가워지지만 중위도 지역의 편서풍이 약화되기 때문에 북극 지역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쉽게 밀려내려 올 수 있게 된다.
요즘 우리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북극 진동은 후자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겨울에는 북극 지역의 해수면 대기압이 아열대 지역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한다. 특히 최악의 한파와 폭설이 미국, 유럽,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작년 2월이 그랬다. 그러나 북극 지역의 대기압이 높은 상태가 작년부터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1940년부터 1988년까지도 대체로 그런 상태가 계속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 지역의 대기압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높았던 1977년 1월에도 북반부의 많은 지역이 혹독한 겨울을 겪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겨울 날씨를 북극 진동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북극 진동과 관련된 관측 자료가 충분한 것도 아니고, 북극 진동도 날씨를 결정하는 다른 요인들과 마찬가지로 시시각각으로 변화해서 사용하는 평균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북극 진동이 북반부의 겨울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대기 특성이라고 할 수도 없다. 북대서양 진동, 태평양 십년 진동, 대서양 수십년 진동 등은 물론이고, 태평양 표층수에서 나타나는 엘니뇨와 라니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적 특성과 태양 활동도 중요한 요소다.
북극 진동의 원인도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북극 진동을 무작정 지구 온난화 탓이라고 우기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장기간에 걸쳐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북반부의 광범위한 지역이 비정상적으로 추워진다면 지구의 평균 온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혹독한 겨울이 이어지던 1970년대에 빙하기 도래설이 힘을 얻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과학적 설명이라도 상식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기후 변화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온실 기체를 마구 쏟아내서 기후 변화를 유발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변화하는 기후를 돌이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기후를 우리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과학을 앞세운 어설픈 고집보다는 기후 변화의 모든 가능성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이덕환(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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