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헬스케어 산업이 자동차, 중공업, 정보통신 등을 잇는 차세대 핵심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바이오 전용펀드를 출범하는 등 의욕이 크다.
바이오시밀러를 수출 효자산업으로 길러내겠다며 기업에 돈을 풀기도 했다. 신약에 비해 개발기간이 짧고 개발비용은 크게 낮아 비교적 손쉽게 차세대 동력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특허가 만료되는 것을 틈타 거대기업들이 틈바구니를 파고들겠다는 것.
그러나 바이오시밀러가 미래 헬스케어 강국을 열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과거 선진국의 기술과 전략을 가져다 발빠르게 모방해 내놓는 `미투(Me Too)전략'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간 발상이다. 남의 기술을 본뜬 제품만으로는 세계를 놀라게 할 상품도, 일등기업도 나올 수 없다.
미래 헬스케어 강국의 열쇠는 기초의과학 투자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의과학이라는 학문은 인기가 별로 없다. 임상의들이 환자를 돌볼 때 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인체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하는 기초의과학자들은 엄연히 같은 의대교수이면서도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의대 졸업생들의 99.9%가 임상의사를 지원하는 나라에서, 기초의과학 교수들은 자연대학 등 다른 전공 졸업생들을 대학원생으로 받아 의과학의 기초부터 가르쳐 전문가로 길러내고 연구를 한다. 그나마 대학원생이 풍족하게 있어서 연구를 활발하게 하는 교수는 다행이다.
연구의 핵심자산인 양질의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보니 연구에도 어려움이 많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임상의학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정부의 각종 연구지원사업에서도 소외돼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초의과학연구센터 지원사업이 거의 유일하다.
월급도 임상의사에 비해 많으면 80%, 적으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어느 초등학교의 부모직업 조사에서 한 기초의과학 교수가 `의사'라고 쓰고는 뒤에 부연해서 `임상의사 아님'이라고 써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기초의과학이 과연 그런 대접을 받을 정도로 허접한 영역인가. 모든 의사가 환자만 돌본다면 의학기술 수준이 어떻게 될지 뻔하다. 적을 알아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듯이 인체와 질병의 원리를 모른 채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각 대학의 기초의과학 교수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생명의 비밀을 풀고 신약개발의 가닥을 잡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기초의과학 교수들을 만나 그들의 연구를 취재하다 보면 헬스케어 산업의 희망도, 세계적 상품이 될 `씨앗기술'도 거기에 있음을 느낀다.
바이오펀드와 바이오시밀러 산업 육성전략 같은 근시안적인 산업지원에만 국가 전략이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세계인을 파고들 수 있는 강한 기술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탄한 R&D를 통해 산업화의 씨앗이 되는 원천기술들이 끊임없이 샘솟아 올라야 한다. 그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이 기초의과학자들이다. 정부도 기업도 `미투전략'을 버리고 해외에 없는 우리만의 기술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상품과 기업을 길러내기 위해 기초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세계적인 상품을 내놓으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도 탄탄하게 설계해야 한다. 3∼4년짜리 단기 R&D 과제로는 엉성한 특허와 논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장기연구가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하고, 초기부터 특허 포트폴리오를 수립해 사업화에 대비할 수 있게 전문가와 지원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지난 2009년 국내 대표적인 뇌과학자인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의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소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의사가 매일 환자를 봐도 평생 10만명 정도밖에 볼 수 없지만 성공적인 연구성과는 수억명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의 원인 연구 없이는 치료도 불가능한 만큼 임상의학의 화려함 뒤에 숨은 기초의학의 중요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을 세계적인 헬스케어 강국으로 이끌 `한방'은 기초의과학자의 연구실에서 잉태될 것으로 확신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바이오시밀러를 수출 효자산업으로 길러내겠다며 기업에 돈을 풀기도 했다. 신약에 비해 개발기간이 짧고 개발비용은 크게 낮아 비교적 손쉽게 차세대 동력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특허가 만료되는 것을 틈타 거대기업들이 틈바구니를 파고들겠다는 것.
그러나 바이오시밀러가 미래 헬스케어 강국을 열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과거 선진국의 기술과 전략을 가져다 발빠르게 모방해 내놓는 `미투(Me Too)전략'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간 발상이다. 남의 기술을 본뜬 제품만으로는 세계를 놀라게 할 상품도, 일등기업도 나올 수 없다.
미래 헬스케어 강국의 열쇠는 기초의과학 투자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의과학이라는 학문은 인기가 별로 없다. 임상의들이 환자를 돌볼 때 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인체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하는 기초의과학자들은 엄연히 같은 의대교수이면서도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의대 졸업생들의 99.9%가 임상의사를 지원하는 나라에서, 기초의과학 교수들은 자연대학 등 다른 전공 졸업생들을 대학원생으로 받아 의과학의 기초부터 가르쳐 전문가로 길러내고 연구를 한다. 그나마 대학원생이 풍족하게 있어서 연구를 활발하게 하는 교수는 다행이다.
연구의 핵심자산인 양질의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보니 연구에도 어려움이 많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임상의학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정부의 각종 연구지원사업에서도 소외돼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초의과학연구센터 지원사업이 거의 유일하다.
월급도 임상의사에 비해 많으면 80%, 적으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어느 초등학교의 부모직업 조사에서 한 기초의과학 교수가 `의사'라고 쓰고는 뒤에 부연해서 `임상의사 아님'이라고 써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기초의과학이 과연 그런 대접을 받을 정도로 허접한 영역인가. 모든 의사가 환자만 돌본다면 의학기술 수준이 어떻게 될지 뻔하다. 적을 알아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듯이 인체와 질병의 원리를 모른 채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각 대학의 기초의과학 교수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생명의 비밀을 풀고 신약개발의 가닥을 잡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기초의과학 교수들을 만나 그들의 연구를 취재하다 보면 헬스케어 산업의 희망도, 세계적 상품이 될 `씨앗기술'도 거기에 있음을 느낀다.
바이오펀드와 바이오시밀러 산업 육성전략 같은 근시안적인 산업지원에만 국가 전략이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세계인을 파고들 수 있는 강한 기술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탄한 R&D를 통해 산업화의 씨앗이 되는 원천기술들이 끊임없이 샘솟아 올라야 한다. 그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이 기초의과학자들이다. 정부도 기업도 `미투전략'을 버리고 해외에 없는 우리만의 기술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상품과 기업을 길러내기 위해 기초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세계적인 상품을 내놓으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도 탄탄하게 설계해야 한다. 3∼4년짜리 단기 R&D 과제로는 엉성한 특허와 논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장기연구가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하고, 초기부터 특허 포트폴리오를 수립해 사업화에 대비할 수 있게 전문가와 지원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지난 2009년 국내 대표적인 뇌과학자인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의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소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의사가 매일 환자를 봐도 평생 10만명 정도밖에 볼 수 없지만 성공적인 연구성과는 수억명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의 원인 연구 없이는 치료도 불가능한 만큼 임상의학의 화려함 뒤에 숨은 기초의학의 중요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을 세계적인 헬스케어 강국으로 이끌 `한방'은 기초의과학자의 연구실에서 잉태될 것으로 확신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