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 체계를 들여다보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시장기능의 확보'냐 `자유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냐로 시각이 갈리는 것 같다. 아랍 민주화 열풍으로 국제유가가 급등, 이슈를 덮어버리면서 논쟁이 좀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잠복 중이다. 조만간 정부 석유 TF팀이 분석 결과를 발표할 참이다.
기름 값 논쟁에는 뚜렷한 경향성이 보인다. 엘리트와 대중의 생각이 엇갈린다. 대다수 경제학자와 언론들은 정부가 괜한 간섭을 한다고 지적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생각한다. 민심을 읽었는지 시장 친화적이고 친기업 정책을 내세우며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정유사들의 장부를 뒤지겠다고 나섰다.
케인즈는 `국가(정부)의 임무는 (다른 경제 주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거나 못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요즘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이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에 충실하려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대기업과 협력기업간 이익분배 제도를 들고 나왔다. 요즘 부쩍 `규칙제정자'와 `심판'으로서 강한 의욕을 보이는 정부에 놀라게 된다.
국내 석유시장을 돌아보자. 거대한 시장을 4개의 사업자가 엇비슷한 규모로 분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 독과점시장이다. 담합을 부추기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석유정제란 복잡한 공정과 수직 계열화된 유통경로는 가격 정보의 비대칭이 서식할 좋은 은신처다.
그렇다고 가격 인상 억제라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가격체계를 살펴보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가격 문제를 정책으로 풀려는 발상 자체가 지속가능성이 없다. 정부가 어떤 TF분석 결과를 내놓든 현재와 같은 독과점 시장에서는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불식시키기 힘들고 정부의 대책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석유시장에서 시장기능의 확장이냐 소용없는 개입이냐는 논쟁을 비켜갈 좋은 기회가 과거에 있었다. 1997년 정부의 고시 가격제가 폐지된 후 정제유가 수입돼 국내 휘발유 독과점 구조가 깨질 기회가 있었다. 한 때 석유수입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7%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국제 정제유 수요가 줄자 수입업체들이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정제유가 서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원유 값보다도 떨어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 국내 정유사들과 정부는 값이 더 높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을 국내 기름 값의 기준으로 변경하면서 수입업체들의 영업기반을 무너뜨렸다.
그 뿐 아니라 정유사들은 막강한 로비력을 동원해 도로세 등 각종 세금을 수입 정제유에 부과토록 했다. 수업업체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석유수입업협회 관계자가 기자를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으로 기준을 변경한 것은 두바이 유가가 안정적이었던 2007년 이전과 금융위기 이후 2009년의 유가 하락 상황에서, 정유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는데도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한 배경이다. 정부의 섣부른 판단이 시장을 바꿔놓을 호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국제유가 앙등이란 외생변수가 누그러지면 국내 석유 시장에 대한 시장의 따가운 시선과 논란은 다시 달궈질 것이다. 정부는 석유시장에 경매 개념을 도입, 정유사와 주유소가 자유롭게 참여하는 새로운 유통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폴사인제가 존속되는 한 실효성이 없다.
여기서 자명해진다. 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적을 감춘 석유수입 사업을 다시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바이유든 싱가포르 현물가격이든 기준가나 연동제를 둘 필요가 없다. 정유사들에 간섭을 하지 않되 경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휘발유라고 다른 상품과 달리 특별할 게 없다. 원가에 적절한 마진을 붙여 팔면 그만이다. 정부의 기름 값 대책이 무용한 간섭이 아니길 바란다. 밀턴 프리드먼의 말을 음미해본다. `어떤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갖고 있는 해결책은 대개 그 문제만큼이나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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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값 논쟁에는 뚜렷한 경향성이 보인다. 엘리트와 대중의 생각이 엇갈린다. 대다수 경제학자와 언론들은 정부가 괜한 간섭을 한다고 지적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생각한다. 민심을 읽었는지 시장 친화적이고 친기업 정책을 내세우며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정유사들의 장부를 뒤지겠다고 나섰다.
케인즈는 `국가(정부)의 임무는 (다른 경제 주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거나 못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요즘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이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에 충실하려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대기업과 협력기업간 이익분배 제도를 들고 나왔다. 요즘 부쩍 `규칙제정자'와 `심판'으로서 강한 의욕을 보이는 정부에 놀라게 된다.
국내 석유시장을 돌아보자. 거대한 시장을 4개의 사업자가 엇비슷한 규모로 분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 독과점시장이다. 담합을 부추기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석유정제란 복잡한 공정과 수직 계열화된 유통경로는 가격 정보의 비대칭이 서식할 좋은 은신처다.
그렇다고 가격 인상 억제라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가격체계를 살펴보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가격 문제를 정책으로 풀려는 발상 자체가 지속가능성이 없다. 정부가 어떤 TF분석 결과를 내놓든 현재와 같은 독과점 시장에서는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불식시키기 힘들고 정부의 대책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석유시장에서 시장기능의 확장이냐 소용없는 개입이냐는 논쟁을 비켜갈 좋은 기회가 과거에 있었다. 1997년 정부의 고시 가격제가 폐지된 후 정제유가 수입돼 국내 휘발유 독과점 구조가 깨질 기회가 있었다. 한 때 석유수입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7%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국제 정제유 수요가 줄자 수입업체들이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정제유가 서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원유 값보다도 떨어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 국내 정유사들과 정부는 값이 더 높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을 국내 기름 값의 기준으로 변경하면서 수입업체들의 영업기반을 무너뜨렸다.
그 뿐 아니라 정유사들은 막강한 로비력을 동원해 도로세 등 각종 세금을 수입 정제유에 부과토록 했다. 수업업체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석유수입업협회 관계자가 기자를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으로 기준을 변경한 것은 두바이 유가가 안정적이었던 2007년 이전과 금융위기 이후 2009년의 유가 하락 상황에서, 정유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내는데도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한 배경이다. 정부의 섣부른 판단이 시장을 바꿔놓을 호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국제유가 앙등이란 외생변수가 누그러지면 국내 석유 시장에 대한 시장의 따가운 시선과 논란은 다시 달궈질 것이다. 정부는 석유시장에 경매 개념을 도입, 정유사와 주유소가 자유롭게 참여하는 새로운 유통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폴사인제가 존속되는 한 실효성이 없다.
여기서 자명해진다. 석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적을 감춘 석유수입 사업을 다시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바이유든 싱가포르 현물가격이든 기준가나 연동제를 둘 필요가 없다. 정유사들에 간섭을 하지 않되 경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휘발유라고 다른 상품과 달리 특별할 게 없다. 원가에 적절한 마진을 붙여 팔면 그만이다. 정부의 기름 값 대책이 무용한 간섭이 아니길 바란다. 밀턴 프리드먼의 말을 음미해본다. `어떤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갖고 있는 해결책은 대개 그 문제만큼이나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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