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선임기자
농협전산망 사고의 수습과 수사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고 발생 20일이 지났는데도 공격 근원지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전산망의 공격에 대한 예방과 방어도 중요하지만 발생 시 신속하게 규명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억지력 때문이다.
컴퓨터망의 공격 발원지를 추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격자가 개인이 아니라 국가 단위인 경우 추적이 더 어렵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공격자를 꼭 꼬집어 밝혀내지는 못해도 공격루트를 거슬러 올라가 공격자가 누구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 농협전산망 사고는 누군가에 의한 삭제명령으로 일어난 것이 확실해졌다. 그럼에도 그 명령이 어떤 루트로 수행됐는지 오리무중이다. 수사에는 국정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인터넷진흥원, 보안 업계, 포렌식 전문가 등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공조하고 있다. 사건 규명이 자꾸 늦어지면 나라의 컴퓨팅 능력을 드러내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컴퓨팅 능력은 현대 국가의 국력으로 평가된다. 슈퍼컴퓨터의 보유 대수 등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전산망을 조직하고 운용하며 지키는 소프트웨어 능력이 점차 더 긴요해지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선진국에 한참 뒤쳐져 있다. 휴대폰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를 보자. 2009년 한해에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프트웨어(임베디드 소프트웨어)가 얹힌 칩을 수입하는데 3조7200억 원을 썼다. 수출액의 약 10%를 지불한 것이다. 대략 휴대폰 영업이익률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칩을 국내에서 조달할 경우 그만큼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이 늘어나고 삼성과 LG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기반부터 다져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보산업진흥원(NIPA)이 낸 2011년 소프트웨어공학백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공학수준은 낙제점(60점 이하, Absent 수준)이었다. 국내 SW기업의 평균 운영 결함밀도는 기능점수 당 0.17개로 국제 소프트웨어 벤치마킹 수준(ISBSG) 0.09개에 비해 1.8배 높았다. 생산성도 크게 떨어졌다. 투입인력의 월 평균 기능 개발 건수는 23.2개로 ISBSG 31.69개의 70% 수준에 그쳤다.
소프트웨어는 기기, 시스템, 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혈류다. SW산업백서에 따르면 SW산업의 부가가치율은 49.6%로 제조업 24.6%의 2배다. 취업유발계수도 제조업(3.4)에 비해 3배(10.2)에 달한다. 2008년 기준 국내 SW산업 생산액은 전체 산업 대비 1.29%에 그쳤으나 경제성장기여율은 3.9%였다. 더욱이 산업의 융복화가 진행되면서 그 접착제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개 문제의 근원이 그렇듯이, 국내 SW산업의 정체도 사람의 문제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SW산업백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내 SW산업의 필요 인력 대비 부족 인력 비율은 8.8%(9380명)였다. 산업간 융복합화와 스마트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부족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은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대표적 분야다. 2006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대대적인 SW산업발전 촉진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그 때뿐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산업에 녹아드는 IT를 강조하며 `NEW IT'을 내세웠지만 정작 SW인력 육성에는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장학생을 선발해 차세대 SW리더로 육성한다는 것 정도다. 임기응변 식 교육 체제로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유소년부터 성년까지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교육체계를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수준을 높이는 일은 전체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소프트웨어 인재는 외국에서 빌려와 쓸 수도 없다. 농협 전산망 해킹을 당하고 허둥대는 우리 모습을 보며 공격자는 쓴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인재 10만 양성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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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망의 공격 발원지를 추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격자가 개인이 아니라 국가 단위인 경우 추적이 더 어렵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공격자를 꼭 꼬집어 밝혀내지는 못해도 공격루트를 거슬러 올라가 공격자가 누구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 농협전산망 사고는 누군가에 의한 삭제명령으로 일어난 것이 확실해졌다. 그럼에도 그 명령이 어떤 루트로 수행됐는지 오리무중이다. 수사에는 국정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인터넷진흥원, 보안 업계, 포렌식 전문가 등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공조하고 있다. 사건 규명이 자꾸 늦어지면 나라의 컴퓨팅 능력을 드러내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컴퓨팅 능력은 현대 국가의 국력으로 평가된다. 슈퍼컴퓨터의 보유 대수 등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전산망을 조직하고 운용하며 지키는 소프트웨어 능력이 점차 더 긴요해지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선진국에 한참 뒤쳐져 있다. 휴대폰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를 보자. 2009년 한해에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프트웨어(임베디드 소프트웨어)가 얹힌 칩을 수입하는데 3조7200억 원을 썼다. 수출액의 약 10%를 지불한 것이다. 대략 휴대폰 영업이익률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칩을 국내에서 조달할 경우 그만큼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이 늘어나고 삼성과 LG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기반부터 다져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보산업진흥원(NIPA)이 낸 2011년 소프트웨어공학백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공학수준은 낙제점(60점 이하, Absent 수준)이었다. 국내 SW기업의 평균 운영 결함밀도는 기능점수 당 0.17개로 국제 소프트웨어 벤치마킹 수준(ISBSG) 0.09개에 비해 1.8배 높았다. 생산성도 크게 떨어졌다. 투입인력의 월 평균 기능 개발 건수는 23.2개로 ISBSG 31.69개의 70% 수준에 그쳤다.
소프트웨어는 기기, 시스템, 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혈류다. SW산업백서에 따르면 SW산업의 부가가치율은 49.6%로 제조업 24.6%의 2배다. 취업유발계수도 제조업(3.4)에 비해 3배(10.2)에 달한다. 2008년 기준 국내 SW산업 생산액은 전체 산업 대비 1.29%에 그쳤으나 경제성장기여율은 3.9%였다. 더욱이 산업의 융복화가 진행되면서 그 접착제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개 문제의 근원이 그렇듯이, 국내 SW산업의 정체도 사람의 문제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SW산업백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내 SW산업의 필요 인력 대비 부족 인력 비율은 8.8%(9380명)였다. 산업간 융복합화와 스마트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부족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은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대표적 분야다. 2006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대대적인 SW산업발전 촉진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그 때뿐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산업에 녹아드는 IT를 강조하며 `NEW IT'을 내세웠지만 정작 SW인력 육성에는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장학생을 선발해 차세대 SW리더로 육성한다는 것 정도다. 임기응변 식 교육 체제로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유소년부터 성년까지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교육체계를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수준을 높이는 일은 전체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소프트웨어 인재는 외국에서 빌려와 쓸 수도 없다. 농협 전산망 해킹을 당하고 허둥대는 우리 모습을 보며 공격자는 쓴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인재 10만 양성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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