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국민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는 거의 없는 사업이 있다. 바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사업이다. 정권 핵심공약으로 출발해 3년이 넘었지만 아직 내용과 성격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과학벨트 하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떠올리지만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과학계 관계자들조차 기초연이 할 구체적인 연구분야와 조직형태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벨트를 `어디에 둘까'를 두고 너무 많은 논란을 빚다 보니 정작 더 중요한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학벨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입지 이슈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2008년 하반기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2009년 1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종합계획을 확정했고, 과학벨트특별법안이 그해 2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전제로 빅딜을 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국회는 외면했다. 정부는 예견대로 지난해 1월 과학벨트 입지를 세종시로 하는 종합계획 수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사업은 다시 한 차례 고비를 맞았다.
지난해 연말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거점지구 입지가 확정되는 오늘까지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특정 지역으로 입지가 결정됐다는 정치권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잠재됐던 지역간 갈등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오늘 회의에서 유력 후보지로 알려진 대전으로 확정돼도, 제3의 지역으로 결정돼도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차분히 전국의 후보지를 평가해 최적의 지역을 선정하고, 선진국과의 격차가 아직도 큰 기초과학 육성 전략을 가다듬던 과학기술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정지역 선정 보도가 일부 언론에 실린 14일은 우연히 과학기술계 행사가 열려 과학벨트위원회 일부 위원들도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위원들은 아직 평가점수 집계가 되지 않았고 총리실, 청와대 등 정부내 보고도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배경에 대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눴다. 일부 관계자는 집계와 보고가 안 된 내용을 여당에서 알 리가 없다며, 정부가 실제로는 향후 정국에 가장 유리한 방향을 결정해놓고 과학기술계는 들러리를 세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과학벨트는 입지선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사업이다. 입지가 정해져야 공간설계, 기초과학연구원 건물 설계, 중이온가속기 상세설계 등 실질적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사업 전체 계획을 포괄한 기본계획도 입지에 맞게 세워져야 한다.
세계적인 연구거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해외 연구기관 유치 등도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함께 손을 잡고 추진해야 한다. 올 연말 출범할 기초연의 성격과 조직을 짜는 일도 이제부터 본격화돼야 한다. 정부는 아직 본원과 별도로 연구를 하는 사이트랩을 개별로 선정할지 분원이나 클러스터 방식으로 둘지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 하고 있다.
연구원 건물은 2014년 상반기에나 완공될 예정이지만 올 연말 원장이 선임되고 내년부터 연구가 시작된다. 더 이상 입지선정에 들일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도, 정치권도, 지역도, 언론도 모두 과학벨트는 `정치벨트'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기초과학 육성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오늘,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과학계가 내린 최선의 결정인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한다.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분명 입지가 아닌 소프트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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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 하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떠올리지만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과학계 관계자들조차 기초연이 할 구체적인 연구분야와 조직형태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벨트를 `어디에 둘까'를 두고 너무 많은 논란을 빚다 보니 정작 더 중요한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학벨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입지 이슈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2008년 하반기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2009년 1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종합계획을 확정했고, 과학벨트특별법안이 그해 2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전제로 빅딜을 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국회는 외면했다. 정부는 예견대로 지난해 1월 과학벨트 입지를 세종시로 하는 종합계획 수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사업은 다시 한 차례 고비를 맞았다.
지난해 연말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거점지구 입지가 확정되는 오늘까지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특정 지역으로 입지가 결정됐다는 정치권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잠재됐던 지역간 갈등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오늘 회의에서 유력 후보지로 알려진 대전으로 확정돼도, 제3의 지역으로 결정돼도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차분히 전국의 후보지를 평가해 최적의 지역을 선정하고, 선진국과의 격차가 아직도 큰 기초과학 육성 전략을 가다듬던 과학기술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정지역 선정 보도가 일부 언론에 실린 14일은 우연히 과학기술계 행사가 열려 과학벨트위원회 일부 위원들도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위원들은 아직 평가점수 집계가 되지 않았고 총리실, 청와대 등 정부내 보고도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배경에 대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눴다. 일부 관계자는 집계와 보고가 안 된 내용을 여당에서 알 리가 없다며, 정부가 실제로는 향후 정국에 가장 유리한 방향을 결정해놓고 과학기술계는 들러리를 세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과학벨트는 입지선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사업이다. 입지가 정해져야 공간설계, 기초과학연구원 건물 설계, 중이온가속기 상세설계 등 실질적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사업 전체 계획을 포괄한 기본계획도 입지에 맞게 세워져야 한다.
세계적인 연구거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해외 연구기관 유치 등도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함께 손을 잡고 추진해야 한다. 올 연말 출범할 기초연의 성격과 조직을 짜는 일도 이제부터 본격화돼야 한다. 정부는 아직 본원과 별도로 연구를 하는 사이트랩을 개별로 선정할지 분원이나 클러스터 방식으로 둘지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 하고 있다.
연구원 건물은 2014년 상반기에나 완공될 예정이지만 올 연말 원장이 선임되고 내년부터 연구가 시작된다. 더 이상 입지선정에 들일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도, 정치권도, 지역도, 언론도 모두 과학벨트는 `정치벨트'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기초과학 육성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오늘,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과학계가 내린 최선의 결정인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한다.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분명 입지가 아닌 소프트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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