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선임기자
시골 5일장의 농산물시장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완전경쟁시장의 극적인 예일 것이다. 완벽히 가격 정보가 노출된 상태에서 수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경쟁을 통해 가격이 형성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독과점, 정보의 비대칭, 외부효과 등으로 인해 완전경쟁시장은 이상이고 신화에 그친다. 그런데 정책당국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정책을 세울 때는 비현실적인 가정과 기대에 영향을 받는다.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실패가 그 좋은 예다. 지식경제부가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빙과류 4개 품목에 대한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도입 1년 만에 포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선 판매점과 유통업체들의 경쟁을 부추겨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취지와는 거꾸로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경제에서 정책과 규제의 효과는 단기, 중기, 장기로 달리 나타날 수 있다. 경제정책은 시간을 갖고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미덕이다. 4개 품목에 대한 오픈프라이스제의 성공여부는 더 지켜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장에 나타난 징후들을 볼 때 방향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잘못된 전제가 잘못된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4개 품목의 권장소비자가격을 없애면 유통업체와 판매점들이 가격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리 말하면 공급사(제조업체)들이 재판매가격(권장소비자가)을 관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판매점과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타깃을 잘못 잡은 것이다. 제조사들이 권장소비자가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려 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매가격(출고가격)을 통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데 굳이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소매점들의 경쟁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소매점들간 가격경쟁이 활발히 일어나야 판매가 는다.
권장소비자가 폐기는 가격질서가 붕괴됨으로써 오히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빌미만 주었다. 가격 인상에 쏠리는 비난에서 제조사는 비껴갈 수 있었고 판매점과 유통업체들은 제조사 핑계를 댈 수 있었다. 정책이 소매점들로 하여금 가격을 올리도록 유인구조를 제공한 셈이다. 게다가 오픈프라이스제가 작동하려면 제조사와 판매자가 거래협의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 4개 품목은 독과점 상태여서 판매점과 유통기업들이 제조사들에 대한 협상력이 약했다. 소수 대형할인유통사 외엔 대부분의 판매점들은 협상력이 없었다. 총판사들은 대개 제조사들에 종속돼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오픈프라이스제와 쌍을 이뤄야 할 정보 유통에 실패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해 싼 곳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소비자원이 `T프라이스'란 인터넷 소비자가격정보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상 점포가 극히 일부에 그쳤다. 이를테면 서울 중구 지역에서 브라보콘 아이스크림을 검색하면 대형할인점, 재래시장, 편의점, 백화점 등을 통틀어 단 2곳의 가격정보만 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만개해 별의별 시시콜콜한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활에 긴요한 식품의 가격정보가 제한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보면 의아하다. 정부와 각종 관변 소비자보호 단체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조금만 투자하면 구멍가게는 아니더라도 전국의 웬만한 점포의 가격 정보를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구매 비용(시간)이 많이 들면 비싸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사기 마련이다. 1000원 내외의 상품을 사면서 인터넷을 여러 번 뒤져야 한다면 이는 과도한 비용이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정보의 공유가 시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일깨워준다. 오픈프라이스의 실패는 정보를 공유한 소비자들이 가격결정에 적극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시장환경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생긴 정말 예외적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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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실패가 그 좋은 예다. 지식경제부가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빙과류 4개 품목에 대한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도입 1년 만에 포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선 판매점과 유통업체들의 경쟁을 부추겨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취지와는 거꾸로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경제에서 정책과 규제의 효과는 단기, 중기, 장기로 달리 나타날 수 있다. 경제정책은 시간을 갖고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미덕이다. 4개 품목에 대한 오픈프라이스제의 성공여부는 더 지켜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장에 나타난 징후들을 볼 때 방향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잘못된 전제가 잘못된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4개 품목의 권장소비자가격을 없애면 유통업체와 판매점들이 가격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리 말하면 공급사(제조업체)들이 재판매가격(권장소비자가)을 관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판매점과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타깃을 잘못 잡은 것이다. 제조사들이 권장소비자가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려 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매가격(출고가격)을 통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데 굳이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소매점들의 경쟁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소매점들간 가격경쟁이 활발히 일어나야 판매가 는다.
권장소비자가 폐기는 가격질서가 붕괴됨으로써 오히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빌미만 주었다. 가격 인상에 쏠리는 비난에서 제조사는 비껴갈 수 있었고 판매점과 유통업체들은 제조사 핑계를 댈 수 있었다. 정책이 소매점들로 하여금 가격을 올리도록 유인구조를 제공한 셈이다. 게다가 오픈프라이스제가 작동하려면 제조사와 판매자가 거래협의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 4개 품목은 독과점 상태여서 판매점과 유통기업들이 제조사들에 대한 협상력이 약했다. 소수 대형할인유통사 외엔 대부분의 판매점들은 협상력이 없었다. 총판사들은 대개 제조사들에 종속돼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오픈프라이스제와 쌍을 이뤄야 할 정보 유통에 실패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해 싼 곳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소비자원이 `T프라이스'란 인터넷 소비자가격정보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상 점포가 극히 일부에 그쳤다. 이를테면 서울 중구 지역에서 브라보콘 아이스크림을 검색하면 대형할인점, 재래시장, 편의점, 백화점 등을 통틀어 단 2곳의 가격정보만 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만개해 별의별 시시콜콜한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활에 긴요한 식품의 가격정보가 제한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보면 의아하다. 정부와 각종 관변 소비자보호 단체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조금만 투자하면 구멍가게는 아니더라도 전국의 웬만한 점포의 가격 정보를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구매 비용(시간)이 많이 들면 비싸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사기 마련이다. 1000원 내외의 상품을 사면서 인터넷을 여러 번 뒤져야 한다면 이는 과도한 비용이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정보의 공유가 시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일깨워준다. 오픈프라이스의 실패는 정보를 공유한 소비자들이 가격결정에 적극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시장환경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생긴 정말 예외적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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