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지난 13일 서울 모 호텔에서 `원자력 수출 강국의 꿈 물거품 되나'라는 다소 원색적인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향후 20년 안에 원자력발전소 80기를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정부 구호가 현실성이 있는지, 후쿠시마 사고 후 새 국면을 맞은 원자력 분야가 새 기회를 맞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지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원자력 분야 발전을 위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행사장을 나서면서 드는 솔직한 생각은 `이대로는 원자력 수출 강국 힘들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그 자리에 원자력발전과 수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빠져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와 대학 교수,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 등이 자리를 채운 행사에 산업계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한 기업체 임원이 전부였다.
교과부는 정부 내 원자력 주무부처이지만 주된 역할이 기초연구와 안전규제에 치우쳐 있다. 반면 지경부는 발전사업자를 관할하고 있어 원자력발전 상용화 연구와 원자력수출을 책임지고 있다.
원자력 연구개발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을 내는 곳도 지경부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 발전용량 1킬로와트당 1.2원씩을 기금으로 조성해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 재원으로 쓰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돈자루를 쥐고 있는 지경부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1997년 기금을 조성할 때부터 두 부처는 의견이 달랐다. 미래 원전기술을 확보하려면 전기요금에서 안정적인 연구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교과부 의견과, 국민 부담이 높으니 기금 요율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지경부 의견이 맞섰다. 상급기관이 어렵게 조정해 1.2원으로 결정했지만 그 이후에도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 요율 재논의는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총리실이 주관한 논의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분야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증가율이 한참 낮거나 때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일반예산 투입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사실 원자력만큼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과 국민 생활로 바로 이어지는 곳도 찾기 힘들다. 원자력 분야 종합연구기관인 교과부 산하 원자력연구원은 미래형 원전과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 등을 연구하고, 그 결과가 한전을 통해 실증과 상용화되는 구조다. 연구개발의 과실은 따먹으면서 그 비용을 대지 않으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표준형원전을 개발해 한전이 상용화하도록 함으로써 국내 원전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킨 곳도 원자력연구원이다. 그러나 한전이 원전 사업을 독점하는 구조다 보니 연구성과를 한전이 상용화하기 거부하면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중소 일체형 원자로(SMART)가 수년간 표류한 것도 지경부와 한전측이 경제성을 이유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총리실 중재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최근 지경부가 다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계획을 밝히면서 중복투자 논란이 나오고 있다.
돈도 사업화도 특정 부처가 열쇠를 쥔 상황에서 부처끼리 사사건건 의견대립을 하고, 정부는 조정능력을 잃고 있다. 이대로 두면 원자력 강국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향후 10년 원자력 연구개발 장기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연구개발 계획만 짤 게 아니라 이 시점에서 연구개발 재원에서부터 기관간 역할체계, 미래 연구개발 로드맵까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 부처 원자력'이 아닌 `대한민국 원자력'이 안 되면 원자력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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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사장을 나서면서 드는 솔직한 생각은 `이대로는 원자력 수출 강국 힘들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그 자리에 원자력발전과 수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빠져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와 대학 교수,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 등이 자리를 채운 행사에 산업계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한 기업체 임원이 전부였다.
교과부는 정부 내 원자력 주무부처이지만 주된 역할이 기초연구와 안전규제에 치우쳐 있다. 반면 지경부는 발전사업자를 관할하고 있어 원자력발전 상용화 연구와 원자력수출을 책임지고 있다.
원자력 연구개발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을 내는 곳도 지경부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 발전용량 1킬로와트당 1.2원씩을 기금으로 조성해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 재원으로 쓰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돈자루를 쥐고 있는 지경부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1997년 기금을 조성할 때부터 두 부처는 의견이 달랐다. 미래 원전기술을 확보하려면 전기요금에서 안정적인 연구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교과부 의견과, 국민 부담이 높으니 기금 요율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지경부 의견이 맞섰다. 상급기관이 어렵게 조정해 1.2원으로 결정했지만 그 이후에도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 요율 재논의는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총리실이 주관한 논의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분야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증가율이 한참 낮거나 때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일반예산 투입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사실 원자력만큼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과 국민 생활로 바로 이어지는 곳도 찾기 힘들다. 원자력 분야 종합연구기관인 교과부 산하 원자력연구원은 미래형 원전과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 등을 연구하고, 그 결과가 한전을 통해 실증과 상용화되는 구조다. 연구개발의 과실은 따먹으면서 그 비용을 대지 않으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표준형원전을 개발해 한전이 상용화하도록 함으로써 국내 원전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킨 곳도 원자력연구원이다. 그러나 한전이 원전 사업을 독점하는 구조다 보니 연구성과를 한전이 상용화하기 거부하면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중소 일체형 원자로(SMART)가 수년간 표류한 것도 지경부와 한전측이 경제성을 이유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총리실 중재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최근 지경부가 다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계획을 밝히면서 중복투자 논란이 나오고 있다.
돈도 사업화도 특정 부처가 열쇠를 쥔 상황에서 부처끼리 사사건건 의견대립을 하고, 정부는 조정능력을 잃고 있다. 이대로 두면 원자력 강국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향후 10년 원자력 연구개발 장기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연구개발 계획만 짤 게 아니라 이 시점에서 연구개발 재원에서부터 기관간 역할체계, 미래 연구개발 로드맵까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 부처 원자력'이 아닌 `대한민국 원자력'이 안 되면 원자력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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