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화 상관없이 출연금중 일부 징수…산업화 걸림돌 지적
KISTEP 주최 토론회
A기업은 모 부처의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해 연구를 마치자마자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금액의 40%를 기술료로 내야 했다. 사업화와 상관없이 이 부처 R&D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반드시 연구 종료와 함께 몫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B기업은 다른 부처의 R&D 성과물을 기술이전받아 상품화하려 했지만, 최소한 정부가 이 연구에 지원한 돈보다 많은 금액을 기술료로 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포기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정부 기술료 제도가 실험실에서 나온 연구성과가 산업화되는 것을 막는 걸림돌로 지목됐다.
정부 기술료는 기업이 정부가 투자한 R&D 과제에 참여하거나 그 성과를 이전받는 경우 내는 대가를 말한다. 외국에서는 별도의 정부 기술료 관련 규제가 없이 기술을 보유한 주관연구기관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술의 시장가치에 따라 기술이전 계약을 맺지만, 국내에서는 특이하게 정부 부처마다 기술료 징수규정을 두고 있고, 기술료 부과기준과 산정금액을 서로 다르게 정하고 있다.
12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최한 `국가R&D사업 기술료제도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성과관리팀장은 "정부 기술료 제도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식과 지식경제부 방식으로 나뉘는데 둘다 문제가 있다"며 "실질적인 기술이전을 막거나 외국과 국제공동연구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기술 소유권자가 기술을 이전할 때 정부출연금 이상의 기술료를 받도록 하고, 지경부는 R&D가 성공으로 종료되면 사업화와 상관없이 반드시 출연금의 일정금액(대기업 40%, 중소기업 20%)을 기술료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시장 기술 가치와 상관없이 정부의 행정편의에 따라 기술료 금액과 부과기준을 정해놓은 것이다.
김 팀장은 특히 출연금 중 일정 금액을 기술사업화와 상관없이 환수하는 지경부 방식은 기업이 출연금을 제대로 쓰지 않고 환수금액만큼 남겨둔 후 나중에 기술료로 내는 공공연한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술료 징수규모를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 시장 왜곡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기초원천연구에 초점을 둔 교과부가 기술료를 정부 투자금 이상으로 못박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지경부 제도는 기술료 징수 규모에 상한선을 두고 있어, 해외 기업과의 협상시 스스로 계약규모를 낮추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이 제도는 R&D 예산이 크게 부족했던 80년대에 예산 확보를 위해 둔 장치였으며 계속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호서대 양동우 교수(벤처경영학과)는 "부처별로 제도가 달라 연구현장에서 어려움이 크다"며 "범부처 단일규정을 만들어 연구현장의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일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은 지경부 출연금 환수제도의 문제점을 집중 지적했다. 박 회장은 "기업은 지경부 R&D 과제를 시작하자마자 기술료로 반납해야 할 액수가 채무로 인식된다"며 "정부과제를 하면 할수록 경상이익의 감소와 적자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환수된 기술료는 일종의 `돈세탁' 효과가 생겨 국민이나 국회의 모니터링을 받지 않은 채 남용되거나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욱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 사무국장은 "지경부는 R&D 투자 대비 회수율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현 제도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 10%를 받는 것과 차이가 없다. 기술료와 개념이 전혀 다른 만큼 용어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대학의 기술료 인센티브 비과세 여부가 너무 애매한 만큼 출연연까지 포괄하는 인센티브 비과세 조항을 정비하고, 기술료 수입에 대한 부가세 납부 부분도 종합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길해 기술거래기관협회 회장은 "정부 R&D 수혜 폭을 넓히고 선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기술료 제도는 존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R&D에 참여한 기업과 단순히 성과를 이전받는 기업은 기여 지분에 따라 기술료 감면 등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사진설명 : 김길해 기술거래기관협회 회장, 홍국선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 박상일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왼쪽부터)이 정부 기술료 제도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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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업은 모 부처의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해 연구를 마치자마자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금액의 40%를 기술료로 내야 했다. 사업화와 상관없이 이 부처 R&D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반드시 연구 종료와 함께 몫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B기업은 다른 부처의 R&D 성과물을 기술이전받아 상품화하려 했지만, 최소한 정부가 이 연구에 지원한 돈보다 많은 금액을 기술료로 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포기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정부 기술료 제도가 실험실에서 나온 연구성과가 산업화되는 것을 막는 걸림돌로 지목됐다.
정부 기술료는 기업이 정부가 투자한 R&D 과제에 참여하거나 그 성과를 이전받는 경우 내는 대가를 말한다. 외국에서는 별도의 정부 기술료 관련 규제가 없이 기술을 보유한 주관연구기관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술의 시장가치에 따라 기술이전 계약을 맺지만, 국내에서는 특이하게 정부 부처마다 기술료 징수규정을 두고 있고, 기술료 부과기준과 산정금액을 서로 다르게 정하고 있다.
12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최한 `국가R&D사업 기술료제도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성과관리팀장은 "정부 기술료 제도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식과 지식경제부 방식으로 나뉘는데 둘다 문제가 있다"며 "실질적인 기술이전을 막거나 외국과 국제공동연구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기술 소유권자가 기술을 이전할 때 정부출연금 이상의 기술료를 받도록 하고, 지경부는 R&D가 성공으로 종료되면 사업화와 상관없이 반드시 출연금의 일정금액(대기업 40%, 중소기업 20%)을 기술료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시장 기술 가치와 상관없이 정부의 행정편의에 따라 기술료 금액과 부과기준을 정해놓은 것이다.
김 팀장은 특히 출연금 중 일정 금액을 기술사업화와 상관없이 환수하는 지경부 방식은 기업이 출연금을 제대로 쓰지 않고 환수금액만큼 남겨둔 후 나중에 기술료로 내는 공공연한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술료 징수규모를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 시장 왜곡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기초원천연구에 초점을 둔 교과부가 기술료를 정부 투자금 이상으로 못박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지경부 제도는 기술료 징수 규모에 상한선을 두고 있어, 해외 기업과의 협상시 스스로 계약규모를 낮추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이 제도는 R&D 예산이 크게 부족했던 80년대에 예산 확보를 위해 둔 장치였으며 계속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호서대 양동우 교수(벤처경영학과)는 "부처별로 제도가 달라 연구현장에서 어려움이 크다"며 "범부처 단일규정을 만들어 연구현장의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일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은 지경부 출연금 환수제도의 문제점을 집중 지적했다. 박 회장은 "기업은 지경부 R&D 과제를 시작하자마자 기술료로 반납해야 할 액수가 채무로 인식된다"며 "정부과제를 하면 할수록 경상이익의 감소와 적자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환수된 기술료는 일종의 `돈세탁' 효과가 생겨 국민이나 국회의 모니터링을 받지 않은 채 남용되거나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욱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 사무국장은 "지경부는 R&D 투자 대비 회수율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현 제도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 10%를 받는 것과 차이가 없다. 기술료와 개념이 전혀 다른 만큼 용어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대학의 기술료 인센티브 비과세 여부가 너무 애매한 만큼 출연연까지 포괄하는 인센티브 비과세 조항을 정비하고, 기술료 수입에 대한 부가세 납부 부분도 종합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길해 기술거래기관협회 회장은 "정부 R&D 수혜 폭을 넓히고 선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기술료 제도는 존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R&D에 참여한 기업과 단순히 성과를 이전받는 기업은 기여 지분에 따라 기술료 감면 등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사진설명 : 김길해 기술거래기관협회 회장, 홍국선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 박상일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왼쪽부터)이 정부 기술료 제도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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