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ㆍ마스터 로열티 3847억중 30% 되받아… 비싼 연회비 주요인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 마스터 등 글로벌 신용카드사 로고가 찍힌 해외 겸용카드를 발급해주는 대가로 인센티브 명목으로 10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천억원의 로열티를 해외 카드사에게 지불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카드사들이 침묵했던 이유가 로열티를 쪼개서 챙기는 관행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8일 금융당국 및 한국소비자법학회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 카드사로부터 카드발급 증대를 위해 지원받은 금액은 1076억원에 달했다. 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국내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저렴한 국내전용카드보다 해외겸용카드 발급을 권장해 왔다. 지난해 발급된 신용카드 1억1659만장 중 해외 겸용카드는 8132만장으로 70%를 넘는 발급량을 기록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 카드사에 별도의 사용분담금(로열티)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이 로열티는 해외겸용 신용카드의 해외사용실적과 국내사용 실적을 합해 산정되며, 해외사용금액의 1%, 국내 사용금액은 0.04%를 대가로 비자 등에 지불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2008년부터 올 1분기까지 해외 카드사에 지불한 로열티는 3847억원에 달한다. 이중 30%에 달하는 금액을 전 업계 카드사가 다시 해외 카드사로부터 되돌려받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만 값비싼 연회비를 지불하며 겸용카드를 사용하는 셈이다. 국내 전용카드의 경우 연회비가 2000원, 해외겸용은 5000원 안팎이다. 신용카드마다 연회비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 카드 연회비 기준을 적용할 경우 2439억6000만원의 돈이 겸용카드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의 지갑에서 추가로 빠져나간 꼴이다.
국내 카드 사용자의 해외 사용 실적을 보면 7%대 남짓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해외에서는 사용하지도 않는 해외겸용 카드를 신용카드사의 마케팅에 속아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쓰는 셈이다.
실제로 발급한지 1년이 되지 않는 해외겸용카드 1601만장 중 해외에서 사용한 적이 없는 미사용카드는 1477만장으로 92%를 넘는다. 또 1년초과 3년 이하의 해외겸용카드도 2590만장중 88%가 넘는 2297장이 해외사용 실적이 없다. 3년 초과 5년 이하의 카드도 2367만장 중 2100만장이 국내에서만 사용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비자, 마스터 등이 운영하는 별도의 국제 규정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자 등은 글로벌 관례 조항을 들어 전세계 모든 카드사에게 이같은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국내 여신법상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단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불공정 행위에 대한 침해 요소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카드사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카드사로부터 받은 인센티브를 카드발급을 비롯해 대리점 프로모션 지원 등에 사용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인센티브를 받으면, 단기 마케팅 자금으로 사용하거나 해당연도에 수익처리를 한 후 다음 회계연도에 다른 명목으로 `별도자금'으로 분류해 프로모션 지원비 등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카드사간 과열경쟁이 촉발되면서 카드 모집인을 대상으로 한 단기 프로모션 지원비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카드사들은 사용자들이 국내 전용 카드를 선택해 발급 받으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신규 발급하는 카드 중 절반 정도가 국내 전용카드로 선택할 수 없는 해외겸용카드 상품이다. 또 소비자들은 당연히 해외겸용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해외겸용카드 발급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출시된 405개의 신규 카드 상품 중 절반에 가까운 194개 상품이 해외겸용 전용카드로 발급됐다. 카드사별로는 외환카드가 100%, 현대카드 77%, 우리카드 65%, 농협카드 60%, 신한카드 56% 순이었다. 따라서 카드 고객은 50% 이상의 신용카드에 대해 선택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고형석 선문대학교 교수는 "신용카드 회원모집에 있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줘야하며 ,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등을 최근 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 권리보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겸용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소비자가 간편하게 국내전용 신용카드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해외 신용카드사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불합리성을 철저히 끊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재식기자 osol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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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당국 및 한국소비자법학회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 카드사로부터 카드발급 증대를 위해 지원받은 금액은 1076억원에 달했다. 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국내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저렴한 국내전용카드보다 해외겸용카드 발급을 권장해 왔다. 지난해 발급된 신용카드 1억1659만장 중 해외 겸용카드는 8132만장으로 70%를 넘는 발급량을 기록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 카드사에 별도의 사용분담금(로열티)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이 로열티는 해외겸용 신용카드의 해외사용실적과 국내사용 실적을 합해 산정되며, 해외사용금액의 1%, 국내 사용금액은 0.04%를 대가로 비자 등에 지불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2008년부터 올 1분기까지 해외 카드사에 지불한 로열티는 3847억원에 달한다. 이중 30%에 달하는 금액을 전 업계 카드사가 다시 해외 카드사로부터 되돌려받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만 값비싼 연회비를 지불하며 겸용카드를 사용하는 셈이다. 국내 전용카드의 경우 연회비가 2000원, 해외겸용은 5000원 안팎이다. 신용카드마다 연회비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 카드 연회비 기준을 적용할 경우 2439억6000만원의 돈이 겸용카드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의 지갑에서 추가로 빠져나간 꼴이다.
국내 카드 사용자의 해외 사용 실적을 보면 7%대 남짓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해외에서는 사용하지도 않는 해외겸용 카드를 신용카드사의 마케팅에 속아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쓰는 셈이다.
실제로 발급한지 1년이 되지 않는 해외겸용카드 1601만장 중 해외에서 사용한 적이 없는 미사용카드는 1477만장으로 92%를 넘는다. 또 1년초과 3년 이하의 해외겸용카드도 2590만장중 88%가 넘는 2297장이 해외사용 실적이 없다. 3년 초과 5년 이하의 카드도 2367만장 중 2100만장이 국내에서만 사용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비자, 마스터 등이 운영하는 별도의 국제 규정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자 등은 글로벌 관례 조항을 들어 전세계 모든 카드사에게 이같은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국내 여신법상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단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불공정 행위에 대한 침해 요소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카드사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카드사로부터 받은 인센티브를 카드발급을 비롯해 대리점 프로모션 지원 등에 사용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인센티브를 받으면, 단기 마케팅 자금으로 사용하거나 해당연도에 수익처리를 한 후 다음 회계연도에 다른 명목으로 `별도자금'으로 분류해 프로모션 지원비 등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카드사간 과열경쟁이 촉발되면서 카드 모집인을 대상으로 한 단기 프로모션 지원비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카드사들은 사용자들이 국내 전용 카드를 선택해 발급 받으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신규 발급하는 카드 중 절반 정도가 국내 전용카드로 선택할 수 없는 해외겸용카드 상품이다. 또 소비자들은 당연히 해외겸용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해외겸용카드 발급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출시된 405개의 신규 카드 상품 중 절반에 가까운 194개 상품이 해외겸용 전용카드로 발급됐다. 카드사별로는 외환카드가 100%, 현대카드 77%, 우리카드 65%, 농협카드 60%, 신한카드 56% 순이었다. 따라서 카드 고객은 50% 이상의 신용카드에 대해 선택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고형석 선문대학교 교수는 "신용카드 회원모집에 있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줘야하며 ,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등을 최근 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 권리보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겸용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소비자가 간편하게 국내전용 신용카드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해외 신용카드사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불합리성을 철저히 끊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재식기자 osol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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