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택란' 추출물 혈관염증 억제효과 입증
수백여종 한방 약물ㆍ처방 몸속 작용 규명 집중
수백여종 한방 약물ㆍ처방 몸속 작용 규명 집중
■ 글로벌 R&D중심 선도 연구센터를 찾아서
(18) 원광대 한방체액조절연구센터
2009년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학서적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것이 처음인데다 중국의 의학서적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한의학 서적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우리나라 한의학의 경쟁력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지만 이제는 한약재에 체계적인 연구와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 등 과학화, 선진화가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원광대학교 한방체액조절연구센터(센터장 이호섭, 이하 연구센터)는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기초의과학연구분야'(MRC) 선도연구센터에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체액조절은 우리 몸의 항상성, 즉 체온을 유지하는 핵심이자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신장, 비뇨기, 간, 골 대사 등 다양한 질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연구센터는 수백종류에 달하는 한방 약물과 처방이 어떻게 우리 몸에 작용하는지 과학적인 방법으로 규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호섭 센터장은 "한의학의 경쟁력은 결국 `근거 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으로서 토대를 충분히 확보했는가 여부로 결정될 것"이라며 "기존 한의학에 대한 기초적 연구와 진단ㆍ치료 기술의 표준화ㆍ과학화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현재 10여명의 교수진을 포함해 전임연구원과 연구원 등 60여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다. 한의학 분야와 약학, 의학 전문가그룹의 협력연구를 통해 한의학에 의한 체액조절기전을 각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한약재인 `택란' 추출물의 고혈당성 혈관 염증 억제효과를 입증한 것이 꼽힌다. 이 논문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혈관질환 약학 분야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들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10편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의학 분야에서 최다 인용 논문이 선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연구센터의 경쟁력이 인정받은 성과라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연구센터는 최근 택사, 저령, 복령, 육계, 백출 등 다섯가지 한약재로 이루어진 한방 이뇨제 `오령산'의 이뇨 작용과 호르몬 조절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오령산의 이뇨효과는 정맥이나 복막을 통한 주사요법이 아닌 경구투여를 통해서만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효과는 우리 몸의 대표적인 고혈압 조절시스템인 레닌(renin)의 농도를 감소시켜 일어나는 것으로 구체적인 작동원리를 규명해 고혈당 등 병태생리학적 조건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연구센터가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각 분야 전문가가 모인 집단연구가 꼽힌다. 한의학에 의한 체액조절연구는 여러 관점에서 장기간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 센터장은 "일년에 두차례 이상 참여연구원들이 모두 모이는 워크숍을 개최해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있다"며 "특히 효능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방법을 의학, 약학 등으로 다양화해 한의학을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한의학은 의료시장 개방이라는 시장 변수와 함께 과학화ㆍ세계화 등 내용 측면에서도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한의학 연구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분명한 것은 오랜 시간 지혜로운 선조들의 경험을 거쳐 전수되어 온 한의학은 우리의 장점이자 자산이라는 것"이라며 "한의학 분야의 연구 지원을 늘려 한의학을 과학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한의학 연구에 대한 평가의 틀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학의 연구성과 평가를 서양의학과 똑같이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한의학에 대한 논문 발표를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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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원광대 한방체액조절연구센터
2009년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학서적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것이 처음인데다 중국의 의학서적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한의학 서적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우리나라 한의학의 경쟁력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지만 이제는 한약재에 체계적인 연구와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 등 과학화, 선진화가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원광대학교 한방체액조절연구센터(센터장 이호섭, 이하 연구센터)는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기초의과학연구분야'(MRC) 선도연구센터에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체액조절은 우리 몸의 항상성, 즉 체온을 유지하는 핵심이자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신장, 비뇨기, 간, 골 대사 등 다양한 질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연구센터는 수백종류에 달하는 한방 약물과 처방이 어떻게 우리 몸에 작용하는지 과학적인 방법으로 규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호섭 센터장은 "한의학의 경쟁력은 결국 `근거 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으로서 토대를 충분히 확보했는가 여부로 결정될 것"이라며 "기존 한의학에 대한 기초적 연구와 진단ㆍ치료 기술의 표준화ㆍ과학화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현재 10여명의 교수진을 포함해 전임연구원과 연구원 등 60여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다. 한의학 분야와 약학, 의학 전문가그룹의 협력연구를 통해 한의학에 의한 체액조절기전을 각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한약재인 `택란' 추출물의 고혈당성 혈관 염증 억제효과를 입증한 것이 꼽힌다. 이 논문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혈관질환 약학 분야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들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10편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의학 분야에서 최다 인용 논문이 선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연구센터의 경쟁력이 인정받은 성과라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연구센터는 최근 택사, 저령, 복령, 육계, 백출 등 다섯가지 한약재로 이루어진 한방 이뇨제 `오령산'의 이뇨 작용과 호르몬 조절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오령산의 이뇨효과는 정맥이나 복막을 통한 주사요법이 아닌 경구투여를 통해서만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효과는 우리 몸의 대표적인 고혈압 조절시스템인 레닌(renin)의 농도를 감소시켜 일어나는 것으로 구체적인 작동원리를 규명해 고혈당 등 병태생리학적 조건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연구센터가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각 분야 전문가가 모인 집단연구가 꼽힌다. 한의학에 의한 체액조절연구는 여러 관점에서 장기간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 센터장은 "일년에 두차례 이상 참여연구원들이 모두 모이는 워크숍을 개최해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있다"며 "특히 효능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방법을 의학, 약학 등으로 다양화해 한의학을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한의학은 의료시장 개방이라는 시장 변수와 함께 과학화ㆍ세계화 등 내용 측면에서도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한의학 연구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분명한 것은 오랜 시간 지혜로운 선조들의 경험을 거쳐 전수되어 온 한의학은 우리의 장점이자 자산이라는 것"이라며 "한의학 분야의 연구 지원을 늘려 한의학을 과학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한의학 연구에 대한 평가의 틀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학의 연구성과 평가를 서양의학과 똑같이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한의학에 대한 논문 발표를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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