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는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배출한 기초과학 연구의 전당으로,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운영철학 하에 산하 80개 연구소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융합연구를 펼치면서 인류의 과학적 진보에 기여해 왔다.
연구회는 특히 기초과학에 집중하면서도 연구성과를 벤처창업과 기술이전으로 연결하는 별도 법인인 `막스플랑크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사업화에 힘써왔다. 이 법인은 40여년의 역사 동안 1900건 이상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1990년 이후 90개 이상의 기술벤처가 그 도움을 받아 설립됐다.
이들 벤처는 단순한 수익창출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에 새로운 미래형 사업모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현장에서 얻어낸 핵심기술의 `씨앗'이 미래 산업과 성장의 `줄기'로 커 가는 선순환시스템이 탄탄히 자리잡은 것이다.
경기침체와 불황의 그늘이 산업과 가계의 어깨를 짓누르면서 신년 정부정책의 키워드도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통해 벤처 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고, 국과위는 기술창업을 확대해 `고용'과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대학의 기술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녹색성장위원회의 업무보고 역시 `녹색창업' 지원 확대가 주요 항목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약속이나 한 듯한 이들 발표내용은 이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를 다시 한번 거론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책 키워드'에 급히 끼워 맞춘 흔적마저 보였다. 기관들이 내놓은 자료에는 지금까지 창업정책에 손놓고 있었다는 증거도 녹아있었다.
녹색위는 2013년까지 녹색전문기업 1000개 육성과 3000억원의 펀드 조성ㆍ지원계획 실적이 지지부진했다고 고백했다. 국과위 업무보고에서는 창업과 중소기업 R&D 투자와 관련, 부처간 중복투자 문제와, 정부의 불합리한 정부기술료제도가 드러났다. 교과부 역시 대학기술지주회사 제도가 기술사업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창업정책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배제됐다. 최근 교과부와 지경부에 나눠져 있던 27개 출연연 중 18곳을 법인통합해 국과위 산하에 두는 하드웨어 개편이 출연연 관련 핵심 이슈다. 기관간 칸막이를 낮춤으로써 인력 이동과 융합연구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이를 두고 출연연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뿐이며, 기관 브랜드 가치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정부는 연구자간 긴밀한 연계와 협력을 위해서는 법인통합이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주장한다. 하드웨어 개편 논의에 매몰되다 보니 출연연을 창업의 핵심 창구로 활용하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술창업에 가장 알맞은 조직은 출연연이다. 대학과의 차이가 모호해진 출연연의 정체성부터 다시 세우기 위해 정부의 R&D 프로젝트를 A부터 Z까지 뜯어보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 하드웨어 개편보다 더 중요한 게 이 작업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는 기술사업화 법인을 통해 기초과학도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국가 미래 성장으로 이어질 원천기술이 출연연에서 건강하게 싹틔울 수 있도록 토양이 다져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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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회는 특히 기초과학에 집중하면서도 연구성과를 벤처창업과 기술이전으로 연결하는 별도 법인인 `막스플랑크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사업화에 힘써왔다. 이 법인은 40여년의 역사 동안 1900건 이상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1990년 이후 90개 이상의 기술벤처가 그 도움을 받아 설립됐다.
이들 벤처는 단순한 수익창출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에 새로운 미래형 사업모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현장에서 얻어낸 핵심기술의 `씨앗'이 미래 산업과 성장의 `줄기'로 커 가는 선순환시스템이 탄탄히 자리잡은 것이다.
경기침체와 불황의 그늘이 산업과 가계의 어깨를 짓누르면서 신년 정부정책의 키워드도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통해 벤처 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고, 국과위는 기술창업을 확대해 `고용'과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대학의 기술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녹색성장위원회의 업무보고 역시 `녹색창업' 지원 확대가 주요 항목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약속이나 한 듯한 이들 발표내용은 이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를 다시 한번 거론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책 키워드'에 급히 끼워 맞춘 흔적마저 보였다. 기관들이 내놓은 자료에는 지금까지 창업정책에 손놓고 있었다는 증거도 녹아있었다.
녹색위는 2013년까지 녹색전문기업 1000개 육성과 3000억원의 펀드 조성ㆍ지원계획 실적이 지지부진했다고 고백했다. 국과위 업무보고에서는 창업과 중소기업 R&D 투자와 관련, 부처간 중복투자 문제와, 정부의 불합리한 정부기술료제도가 드러났다. 교과부 역시 대학기술지주회사 제도가 기술사업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창업정책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배제됐다. 최근 교과부와 지경부에 나눠져 있던 27개 출연연 중 18곳을 법인통합해 국과위 산하에 두는 하드웨어 개편이 출연연 관련 핵심 이슈다. 기관간 칸막이를 낮춤으로써 인력 이동과 융합연구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이를 두고 출연연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뿐이며, 기관 브랜드 가치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정부는 연구자간 긴밀한 연계와 협력을 위해서는 법인통합이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주장한다. 하드웨어 개편 논의에 매몰되다 보니 출연연을 창업의 핵심 창구로 활용하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술창업에 가장 알맞은 조직은 출연연이다. 대학과의 차이가 모호해진 출연연의 정체성부터 다시 세우기 위해 정부의 R&D 프로젝트를 A부터 Z까지 뜯어보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 하드웨어 개편보다 더 중요한 게 이 작업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는 기술사업화 법인을 통해 기초과학도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국가 미래 성장으로 이어질 원천기술이 출연연에서 건강하게 싹틔울 수 있도록 토양이 다져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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