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력 뛰어난 잠금테이프 개발
서갑양 서울대 교수팀
서갑양 서울대 교수팀
딱정벌레는 몸체와 딱딱한 겉날개 사이에 얇고 부드러운 속날개가 있어서 이를 이용해 날 수 있다. 날개를 접고 있을 때는 겉날개와 몸체에 나 있는 미세한 털이 맞물려 잠금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약한 속날개가 보호된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구조를 응용한 접착기술을 개발했다.
서울대 서갑양 교수(기계항공공학부ㆍ사진)와 방창현 박사과정생, 김태일 박사 연구팀은 딱정벌레 날개 구조를 응용해 기존 벨크로(일명 찍찍이)보다 훨씬 접착력이 강하고 소음이 없으면서 반복적으로 쓸 수 있는 신개념 잠금테이프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딱정벌레는 겉날개 시작 부분과 중간, 끝부분 등에 굵기 3㎛(마이크로미터), 길이 30㎛ 크기의 미세한 털이 나 있으며, 이와 만나는 몸체 부분에도 털이 있어서 날개를 접고 있을 때 꽉 맞물려 속날개를 보호한다. 연구팀은 이를 응용한 잠금테이프를 개발하기 위해 딱정벌레의 섬모와 구조가 비슷하면서 굵기와 길이가 다른 섬모를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제작한 후 접착력을 비교했다.
폴리우레탄 고분자를 이용해 지름 100㎚(나노미터), 길이 1000㎚의 섬모가 빽빽하게 나 있는 잠금테이프를 만든 후 접착력을 측정한 결과 1×1㎠ 크기 테이프가 4㎏의 무게를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미터 크기 섬모로 이뤄진 테이프는 같은 크기에서 2㎏의 무게를 견뎠다.
이는 기존 기술에 비해 훨씬 우수할 뿐만 아니라 연구팀이 게코도마뱀 발바닥의 나노구조를 이용해 만든 테이프에 비해서도 2.5배 접착력이 우수한 결과다. 물체의 표면에너지에 의한 인력인 `반데르발스 상호작용'이 나노구조에서 극대화되면서 강한 접착력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기존 벨크로와 달리 붙이고 뗄 때 소음이 없고, 당기는 게 아니라 벗겨내듯이 떼면 훨씬 쉽게 뗄 수 있다.
서갑양 교수는 "이 기술은 초경량 스마트기기 조립이나 의료장비,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노크기 구조를 이용한 초고효율 에너지 전달, 피부 부착용 생체신호 모니터링 센서 등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하에 이뤄졌으며, 연구결과는 나노기술 및 재료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지 1월24일자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안경애기자 naturean@
◇ 사진설명 : 딱정벌레 날개 잠금장치를 확대한 모습(a, b, c). 3㎛ 굵기의 섬모가 빽빽이 나 있어서 겉날개와 몸체가 단단히붙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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