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 추락한 나라의 예를 들 때면 흔히 아르헨티나를 꼽는다. 1940년대 선진 7개국 회의를 만들었다면 아르헨티나가 당연히 끼어야 했을 것이다. 넓고 비옥한 영토와 바다, 선진 유럽 출신이 남미에서 가장 많은 국가로서 물적 인적 자원이 풍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안 좋은 사례의 `모범`이 된 사연은 무엇인가.
사회적 자본이 허약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퍼주기 복지로 대표되는 페론이즘이 단 시간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됐다. 페론이즘 이후 60여 년 간 아르헨티나는 사회적 통합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지속됐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구성원 간 신뢰가 구축되고 국민과 정부 간 대화채널이 잘 작동하면서 공동체의 목표를 추구하는데 효율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무형의 자본을 지칭한다. 이런 사회는 사회적 거래 비용이 낮아 생산성이 매우 높다. 지식 중심의 고도 지능사회로 이행하면서 사회적 자본은 물적 자본 및 노동력과 더불어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제주해군기지를 놓고 엄청난 갈등을 빚고 있다. 5년 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초래된 비용이 막대하다. 정부의 역량과 국민의 관심이 거기에 쏠리면서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건설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간단한 생활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입법화 무산도 마찬가지다. 입법 반대 집단은 국민 건강을 앞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들의 과도한 지대추구(rent-seeking) 욕심 때문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소수 이익집단에 휘둘려 직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갈등의 중재자와 문제 해결자가 되어야 할 국회의원이 갈등의 당사자가 돼버린 꼴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말 한국의 갈등지수가 OECD 회원국 가운데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는 조사자료를 내놨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GDP의 27%인 약 30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곧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 그만큼 경제성장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즈음 이명박 정부는 사회갈등 해소와 통합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사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관심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 2006년 6월 기획예산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처음으로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9월 기획예산처는 KDI 및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공동으로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에 IT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세미나를 개최했다. 노무현 정부의 노력은 정권이양과 부처 통폐합에 따라 중단됐다 2009년 사회통합위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민간의 인식은 미약하다. 갈수록 중요한 국가 정책들이 사회적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는 데도 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이렇게 더딘 것은 아이러니다. 먼저 정부가 나서서 중단됐던 사회적 자본 확충에 대한 논의와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 구조와 양상이 더 심화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2007년 세미나에서 서문기 숭실대교수는 `사회적 합의수준 제고를 위한 IT정책'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인터넷 숙의 시스템'을 제안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이용률을 바탕으로 사안의 당사자, 정부당국, 시민들이 참여해 토의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인터넷 토론에서 결여돼 있는 중재자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인터넷 토론이 즉흥적이고 산만하게 이뤄져 합의 없이 주장만 난무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 점에서 KISDI도 같은 제안을 했다. 바람직한 인터넷 토론방의 모델로 카네기멜론대학의 피콜라(PICOLA)라는 인터넷 토론방을 제시했다. 이 토론방의 특징은 중재자가 토론을 중재한다는 것인데, 토론자는 엄정한 중립적 입장에서 토론을 건설적 방향으로 이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11개월 남짓 남았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20%나 임기가 남아있다. 이제 가시적인 물적 성과를 얻는 데 쏟기보다는 비가시적이지만 국가발전의 중요한 토대를 이루는 사회적 자본의 투자에 힘을 쏟는 게 바람직하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일을 `실용정부'가 매듭지었다는 평가가 나쁠 게 없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선진국 진입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 기초를 놓았다는 역사적 평가까지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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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자본이 허약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퍼주기 복지로 대표되는 페론이즘이 단 시간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됐다. 페론이즘 이후 60여 년 간 아르헨티나는 사회적 통합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지속됐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구성원 간 신뢰가 구축되고 국민과 정부 간 대화채널이 잘 작동하면서 공동체의 목표를 추구하는데 효율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무형의 자본을 지칭한다. 이런 사회는 사회적 거래 비용이 낮아 생산성이 매우 높다. 지식 중심의 고도 지능사회로 이행하면서 사회적 자본은 물적 자본 및 노동력과 더불어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제주해군기지를 놓고 엄청난 갈등을 빚고 있다. 5년 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초래된 비용이 막대하다. 정부의 역량과 국민의 관심이 거기에 쏠리면서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건설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간단한 생활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입법화 무산도 마찬가지다. 입법 반대 집단은 국민 건강을 앞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들의 과도한 지대추구(rent-seeking) 욕심 때문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소수 이익집단에 휘둘려 직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갈등의 중재자와 문제 해결자가 되어야 할 국회의원이 갈등의 당사자가 돼버린 꼴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말 한국의 갈등지수가 OECD 회원국 가운데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는 조사자료를 내놨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GDP의 27%인 약 30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곧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 그만큼 경제성장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즈음 이명박 정부는 사회갈등 해소와 통합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사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관심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 2006년 6월 기획예산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처음으로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9월 기획예산처는 KDI 및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공동으로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에 IT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세미나를 개최했다. 노무현 정부의 노력은 정권이양과 부처 통폐합에 따라 중단됐다 2009년 사회통합위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민간의 인식은 미약하다. 갈수록 중요한 국가 정책들이 사회적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는 데도 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이렇게 더딘 것은 아이러니다. 먼저 정부가 나서서 중단됐던 사회적 자본 확충에 대한 논의와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 구조와 양상이 더 심화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2007년 세미나에서 서문기 숭실대교수는 `사회적 합의수준 제고를 위한 IT정책'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인터넷 숙의 시스템'을 제안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이용률을 바탕으로 사안의 당사자, 정부당국, 시민들이 참여해 토의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인터넷 토론에서 결여돼 있는 중재자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인터넷 토론이 즉흥적이고 산만하게 이뤄져 합의 없이 주장만 난무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 점에서 KISDI도 같은 제안을 했다. 바람직한 인터넷 토론방의 모델로 카네기멜론대학의 피콜라(PICOLA)라는 인터넷 토론방을 제시했다. 이 토론방의 특징은 중재자가 토론을 중재한다는 것인데, 토론자는 엄정한 중립적 입장에서 토론을 건설적 방향으로 이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11개월 남짓 남았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20%나 임기가 남아있다. 이제 가시적인 물적 성과를 얻는 데 쏟기보다는 비가시적이지만 국가발전의 중요한 토대를 이루는 사회적 자본의 투자에 힘을 쏟는 게 바람직하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일을 `실용정부'가 매듭지었다는 평가가 나쁠 게 없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선진국 진입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 기초를 놓았다는 역사적 평가까지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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