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포퓰리즘 공약
LTE 무제한ㆍ기본료 폐지… 선심성 공약 남발
"경쟁 활성화 통한 ICT 발전정책 필요" 목소리
LTE 무제한ㆍ기본료 폐지… 선심성 공약 남발
"경쟁 활성화 통한 ICT 발전정책 필요" 목소리
■ 통신요금, 경쟁이 답이다
지난 14일 우리투자증권은 "곰탕 한그릇과 정보통신 활성화를 바꿀 순 없다"는 흥미로운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곰탕 한 그릇이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요금 인하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간 실질적인 혜택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요금 인하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통신 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음을 비꼰 것이다.
지난해 6월 정치권과 정부는 기본료 1000원 인하와 문자메시지(SMS) 50건 무료를 골자로 하는 요금 인하 안을 발표했다. 이후 SK텔레콤이 요금 인하를 발표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끝까지 반대하다 결국은 정부안을 수용했다.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요금 인하로 인해 통신 사업자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2010년 국내 통신 3사의 이동통신 서비스 매출 합계는 22조5860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요금인하 등의 영향으로 22조 3250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합계도 2010년 5조440억원에서 4조4070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맞아 다시 한번 정치권의 요금 인하 압박이 불고 있다.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요금 인하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정치권의 요금 인하 압박으로 요금 인하를 단행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번에 여야가 발표한 요금 인하 방안은 당장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식 선거 공약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보통신 산업 발전을 위한 공약이 요구되고 있다.
◇여야 앞다퉈 통신비 인하 공약=새누리당은 지난 16일 `생활비 부담 줄이기 5가지 약속'을 4월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새누리당 정책위는 이날 `진품약속(진심을 품은 약속)' 시리즈의 일환으로 교육비, 주거비, 식비ㆍ통신비, 보육비, 의료비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누리당은 구체적으로 △음성통화 20% 할인 △LTE에서의 데이터 무제한 도입 △단말기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요금 20% 인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접속료 인하 등을 통해 음성 통화 요금을 20%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데이터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LTE에서도 무제한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13일 기본요금과 가입비를 폐지하고 문자 메시지를 전면 무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정당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기본료와 가입비의 설치 목적들 다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인하해 전면 폐지해야 한다"며 "문자메시지도 카카오톡 등 무료 문자 메시지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무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 무시한 대표적 선심성 공약=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통신비 인하는 통신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대표적인 인기 영합형 선거 공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접속료 인하를 통한 통신비 인하를 약속했으나 통신 업계 전문가들은 `접속료의 개념을 잘 모르고 나온' 공약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접속료는 A통신회사와 B통신회사의 통신망을 연결하고 서로 통신망 사용대가를 정산하는 비용이다. A 통신사 가입자(A')가 B통신사 가입자(B')에 전화를 걸 경우 가입자 A통신사는 A'로부터 요금을 받는 대신, B통신사에게는 B'와 연결해준 대가로 접속료를 지불한다. 이 접속료는 각사의 망 원가에 기반해 산정되며 통신사업자의 주요 수익중 하나다. 한 통신 업계 전문가는 "A 사업자의 접속료를 내리면 B사업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접속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통신 요금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TE 무제한 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도 전세계 통신 시장의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버라이즌, AT&T 등 전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도입했던 무제한 요금제를 최근 폐지하는 추세다. 일부 초다량 사용자(헤비유저)가 트래픽을 독점하면서 일반 사용자들의 무선 인터넷 사용 기회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기본료, 가입비 폐지와 문자메시지 요금 무료화 주장에 대해서도 통신 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통신 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무료 문자 서비스로 인해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입비, 기본료, 문자메시지를 인하하라는 것은 통신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ICT 활성화 선거공약 아쉬워"=통신 업계에서는 당장의 표를 의식해 인위적인 요금 인하를 주장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ICT(정보통신기술) 발전을 위한 공약을 주문하고 있다. 안형택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목표를 설정해 통신 요금을 강제로 요금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국내 요금 수준을 정확히 분석하고 요금을 통해 경쟁 활성화해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종기자 mindle@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4일 우리투자증권은 "곰탕 한그릇과 정보통신 활성화를 바꿀 순 없다"는 흥미로운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곰탕 한 그릇이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요금 인하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간 실질적인 혜택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요금 인하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통신 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음을 비꼰 것이다.
지난해 6월 정치권과 정부는 기본료 1000원 인하와 문자메시지(SMS) 50건 무료를 골자로 하는 요금 인하 안을 발표했다. 이후 SK텔레콤이 요금 인하를 발표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끝까지 반대하다 결국은 정부안을 수용했다.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요금 인하로 인해 통신 사업자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2010년 국내 통신 3사의 이동통신 서비스 매출 합계는 22조5860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요금인하 등의 영향으로 22조 3250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합계도 2010년 5조440억원에서 4조4070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맞아 다시 한번 정치권의 요금 인하 압박이 불고 있다.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요금 인하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정치권의 요금 인하 압박으로 요금 인하를 단행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번에 여야가 발표한 요금 인하 방안은 당장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식 선거 공약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보통신 산업 발전을 위한 공약이 요구되고 있다.
◇여야 앞다퉈 통신비 인하 공약=새누리당은 지난 16일 `생활비 부담 줄이기 5가지 약속'을 4월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새누리당 정책위는 이날 `진품약속(진심을 품은 약속)' 시리즈의 일환으로 교육비, 주거비, 식비ㆍ통신비, 보육비, 의료비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누리당은 구체적으로 △음성통화 20% 할인 △LTE에서의 데이터 무제한 도입 △단말기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요금 20% 인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접속료 인하 등을 통해 음성 통화 요금을 20%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데이터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LTE에서도 무제한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13일 기본요금과 가입비를 폐지하고 문자 메시지를 전면 무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정당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기본료와 가입비의 설치 목적들 다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인하해 전면 폐지해야 한다"며 "문자메시지도 카카오톡 등 무료 문자 메시지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무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 무시한 대표적 선심성 공약=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통신비 인하는 통신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대표적인 인기 영합형 선거 공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접속료 인하를 통한 통신비 인하를 약속했으나 통신 업계 전문가들은 `접속료의 개념을 잘 모르고 나온' 공약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접속료는 A통신회사와 B통신회사의 통신망을 연결하고 서로 통신망 사용대가를 정산하는 비용이다. A 통신사 가입자(A')가 B통신사 가입자(B')에 전화를 걸 경우 가입자 A통신사는 A'로부터 요금을 받는 대신, B통신사에게는 B'와 연결해준 대가로 접속료를 지불한다. 이 접속료는 각사의 망 원가에 기반해 산정되며 통신사업자의 주요 수익중 하나다. 한 통신 업계 전문가는 "A 사업자의 접속료를 내리면 B사업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접속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통신 요금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TE 무제한 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도 전세계 통신 시장의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버라이즌, AT&T 등 전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도입했던 무제한 요금제를 최근 폐지하는 추세다. 일부 초다량 사용자(헤비유저)가 트래픽을 독점하면서 일반 사용자들의 무선 인터넷 사용 기회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기본료, 가입비 폐지와 문자메시지 요금 무료화 주장에 대해서도 통신 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통신 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무료 문자 서비스로 인해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입비, 기본료, 문자메시지를 인하하라는 것은 통신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ICT 활성화 선거공약 아쉬워"=통신 업계에서는 당장의 표를 의식해 인위적인 요금 인하를 주장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ICT(정보통신기술) 발전을 위한 공약을 주문하고 있다. 안형택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목표를 설정해 통신 요금을 강제로 요금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국내 요금 수준을 정확히 분석하고 요금을 통해 경쟁 활성화해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종기자 mindle@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