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근로시간 감축이 우리사회의 현안이 되었다.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고용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고, 정부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개념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긴 2193시간이고, 평균보다 무려 440여 시간이 길다.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과 근로자 입장에서는 소득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산업, 직종에 따라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장시간 근로가 우리사회의 거시적 문제인 저출산,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에 따른 보육ㆍ교육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업종ㆍ직종에 따라 적용 가능성에 차이가 있지만 스마트워크도 근로시간 감축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스마트워크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한마디로,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때와 장소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런 개념으로 보면 스마트워크는 근로시간 단축과 일ㆍ생활의 균형과 연결된다.
스마트워크의 실현에는 스마트기기ㆍ클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통신기술이 전제된다. 하지만 다른 여건들이 수반되지 않으면 스마트워크는 근로시간 감축이 아니라 정반대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얼마 전 필자가 들었던 라디오의 방담은 이런 위험성을 간결하게 보여 준다. 한 청취자가 "회사에서 태블릿PC를 나눠주면서 365일 일하라고 하네요"라고 문자를 보냈고, 진행자는 야근도 모자라 시도 때도 없이 일하라는 것이냐며 회사에 야유를 보냈다.
이 일화는 스마트워크와 같은 변화 시도가 공유된 비전,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된 원칙 없이 일방적으로 제시될 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보여 준다. 현재의 관행적인 장시간 근무환경, 위계 및 규율의 조직문화에서 스마트워크를 하자는 것은 더 오래 일하자는 말로 들릴 소지가 많다.
정부는 2015년까지 근로자의 30%가 재택근무ㆍ이동근무 등 다양한 스마트워크 형태로 일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시행 중이다. 몇몇 기업들도 `스마트'라는 화두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스마트워크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열기가 식고, 모멘텀을 잃은 듯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조직문화에는 맞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한편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워크로 대변되는 일하는 방식, 생활양식 변화에 대한 요구를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사회가 부딪히고 있는 거시 문제들이 너무나 심각하다. 스마트워크는 기존 관행,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다고 버릴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 자체를 재고하는 과감한 혁신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사안이다.
필자는 여기서 90년대 중반 삼성이 실시했던 7-4제를 돌아본다. 7-4제는 7시에 출근해서 4시 정시에 퇴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기계발 및 (일이 아니라)삶의 질 향상에 쓰라는 취지로 실시되었다. `장시간 근무와 상사 눈치보기'라는 당시 조직문화에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4시에는 무조건 건물에서 내보내는 강제적인 수단을 쓰기도 했다. 비록 IMF 사태 등 외부 상황 변화로 인해 동력을 잃고 중단되었지만, 7-4제는 변화의 필요성과 위기의식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탁월한 방식이었고, 삼성의 성공에 흔적을 남긴 혁신이다.
스마트워크와 같이 관행을 바꾸는 변화에는 그에 상응하는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 스마트워크에서 혁신적 시도의 첫 단추는 어쩌면 구성원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한다. 필자의 사례연구에 의하면 근무태만, 생산성 저하 등 회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워크 참여자들은 "실제로 일을 더 많이 오래 하고 집중도도 높아졌다"며 지속적이고 강화된 프로그램을 원했다.
아직도 이런 변화를 사시(斜視)로 보는 분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우리는 초중고등학교를 엄격한 시간 규율 속에서 다니다 대학을 가면서 성인으로서 자율적인 시간 운영, 즉 시간주권을 부여받는다. 그런데 왜 대학을 졸업하고 진정한 성인이 되었는데 직장에서는 다시 초중등학교 시절의 시간 규율을 요구할까? 이제 이런 의문을 갖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고, 기업은 이들을 잡기 위해서라도 스마트워크 같은 시간주권을 되돌려 주는 제도를 고려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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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ㆍ직종에 따라 적용 가능성에 차이가 있지만 스마트워크도 근로시간 감축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스마트워크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한마디로,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때와 장소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런 개념으로 보면 스마트워크는 근로시간 단축과 일ㆍ생활의 균형과 연결된다.
스마트워크의 실현에는 스마트기기ㆍ클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통신기술이 전제된다. 하지만 다른 여건들이 수반되지 않으면 스마트워크는 근로시간 감축이 아니라 정반대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얼마 전 필자가 들었던 라디오의 방담은 이런 위험성을 간결하게 보여 준다. 한 청취자가 "회사에서 태블릿PC를 나눠주면서 365일 일하라고 하네요"라고 문자를 보냈고, 진행자는 야근도 모자라 시도 때도 없이 일하라는 것이냐며 회사에 야유를 보냈다.
이 일화는 스마트워크와 같은 변화 시도가 공유된 비전,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된 원칙 없이 일방적으로 제시될 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보여 준다. 현재의 관행적인 장시간 근무환경, 위계 및 규율의 조직문화에서 스마트워크를 하자는 것은 더 오래 일하자는 말로 들릴 소지가 많다.
정부는 2015년까지 근로자의 30%가 재택근무ㆍ이동근무 등 다양한 스마트워크 형태로 일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시행 중이다. 몇몇 기업들도 `스마트'라는 화두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스마트워크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열기가 식고, 모멘텀을 잃은 듯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조직문화에는 맞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한편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워크로 대변되는 일하는 방식, 생활양식 변화에 대한 요구를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사회가 부딪히고 있는 거시 문제들이 너무나 심각하다. 스마트워크는 기존 관행,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다고 버릴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 자체를 재고하는 과감한 혁신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사안이다.
필자는 여기서 90년대 중반 삼성이 실시했던 7-4제를 돌아본다. 7-4제는 7시에 출근해서 4시 정시에 퇴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기계발 및 (일이 아니라)삶의 질 향상에 쓰라는 취지로 실시되었다. `장시간 근무와 상사 눈치보기'라는 당시 조직문화에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4시에는 무조건 건물에서 내보내는 강제적인 수단을 쓰기도 했다. 비록 IMF 사태 등 외부 상황 변화로 인해 동력을 잃고 중단되었지만, 7-4제는 변화의 필요성과 위기의식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탁월한 방식이었고, 삼성의 성공에 흔적을 남긴 혁신이다.
스마트워크와 같이 관행을 바꾸는 변화에는 그에 상응하는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 스마트워크에서 혁신적 시도의 첫 단추는 어쩌면 구성원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한다. 필자의 사례연구에 의하면 근무태만, 생산성 저하 등 회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워크 참여자들은 "실제로 일을 더 많이 오래 하고 집중도도 높아졌다"며 지속적이고 강화된 프로그램을 원했다.
아직도 이런 변화를 사시(斜視)로 보는 분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우리는 초중고등학교를 엄격한 시간 규율 속에서 다니다 대학을 가면서 성인으로서 자율적인 시간 운영, 즉 시간주권을 부여받는다. 그런데 왜 대학을 졸업하고 진정한 성인이 되었는데 직장에서는 다시 초중등학교 시절의 시간 규율을 요구할까? 이제 이런 의문을 갖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고, 기업은 이들을 잡기 위해서라도 스마트워크 같은 시간주권을 되돌려 주는 제도를 고려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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