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선임기자 david@
우리는 전문가들의 포로다. 공익이란 이름 아래 소수 전문가(대리인)들이 내리는 공공의 결정들이 사익에 봉사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국민은 책임과 식견의 한계 등으로 결정과정에서 차단돼왔다. 크게는 대의민주주의라는 기치 아래, 작게는 효율성에 따라 불가피하다 체념해왔다.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의 비리와 원전 납품 수뢰 사건을 대하면서 과연 지금과 같은 규제 집행 과정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파이시티 비리는 전형적인 규제풀기 로비에서 비롯됐다. 토지 사용에 대한 각종 규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심의위원들이 작당한 것이다. 결정에 참여한 인원을 합쳐봐야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핵심 토지에 대한 규제가 몇 사람에 의해 얼렁뚱땅 처리됐다. 결과가 공공에 유익한지 여부를 떠나 규제 적용의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원전 납품 비리는 검찰도 밝히고 있듯이 몇몇 담당자와 업자가 담합하기 쉽게 하는 제도적 허점이 있었다. 하지만 국산화를 위한 `현장 기술 개발 과제'란 제도(규제) 자체는 잘못이 없다. 사람들이 악용했을 뿐이다.
규제는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고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도입한다. 사실, 규제 그 자체는 시장의 적이 아니다. 규제가 없으면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규제가 순수하게 본래 의도대로 기능한다는 전제에서다.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규제를 나쁜 것으로 오해하고 백안시한다.
규제의 목적을 살리려면 규제를 투명하게 작동하게 하면 된다. `규제 배심원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규제 사안에 따라 그에 알맞은 각계각층의 불특정 시민을 무작위로 뽑아 규제 집행을 결정하는 배심원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규제 필요성이 공동체의 부 창출과 정당한 배분이란 취지와도 잘 부합한다. 건전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시민들이 내린 결정이 바로 최선일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힘을 조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동안 규제에 대한 반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규제가 과연 합당하고 필요한 것인지 점검하는 노력을 나름 경주해왔다. 1998년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정, 대통령 소속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존 규제의 재검토와 규제 도입의 사전심사를 맡도록 했다. 중앙행정기관별로 민간인 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규제심사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지자체도 지역실정에 맞는 규제개혁추진기구를 설치하고 조례ㆍ규칙에 근거한 규제의 정비 및 조례ㆍ규칙 제ㆍ개정 시 사전심사 기능을 수행토록 했다.
그러나 이는 규제의 도입과 점검을 위한 기구이지 규제가 투명하게 행사되는지 감시하는 기능은 아니다. 구체적인 규제 사안의 집행에 있어서는 규제개혁위의 손이 미치지 못한다. 규제 배심원제는 규제 행사 과정의 야합을 막을 수 있다. 이해관계를 떠난 불특정 시민이 참여해 내린 결정은 사회적 동의도 얻기 쉽다. 규제에 대한 저항도 작다. 사업 추진도 빨라지고 규제의 효과도 신속하게 얻을 수 있다.
또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기능도 있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의'과정이 신뢰를 상실하고 있으므로 입법을 통해 나온 규제가 정의롭고 합당한지, 또 전체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규제 배심원제는 규제의 집행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규제의 정당성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규제를 무력화하자는 게 아니라 논란이 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건전한 상식인의 판단에 맡겨 입법 과정에 피드백을 발신하자는 것이다.
규제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규제 배심원제는 부패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경제적 효용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로써 국민들은 전문가나 대리인들의 포로 상태에서 자유로워진다. 무엇보다도 규제의 객체로만 여겨졌던 국민이 본래 대로 규제의 주체로 회복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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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비리는 전형적인 규제풀기 로비에서 비롯됐다. 토지 사용에 대한 각종 규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심의위원들이 작당한 것이다. 결정에 참여한 인원을 합쳐봐야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핵심 토지에 대한 규제가 몇 사람에 의해 얼렁뚱땅 처리됐다. 결과가 공공에 유익한지 여부를 떠나 규제 적용의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원전 납품 비리는 검찰도 밝히고 있듯이 몇몇 담당자와 업자가 담합하기 쉽게 하는 제도적 허점이 있었다. 하지만 국산화를 위한 `현장 기술 개발 과제'란 제도(규제) 자체는 잘못이 없다. 사람들이 악용했을 뿐이다.
규제는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고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도입한다. 사실, 규제 그 자체는 시장의 적이 아니다. 규제가 없으면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규제가 순수하게 본래 의도대로 기능한다는 전제에서다.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규제를 나쁜 것으로 오해하고 백안시한다.
규제의 목적을 살리려면 규제를 투명하게 작동하게 하면 된다. `규제 배심원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규제 사안에 따라 그에 알맞은 각계각층의 불특정 시민을 무작위로 뽑아 규제 집행을 결정하는 배심원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규제 필요성이 공동체의 부 창출과 정당한 배분이란 취지와도 잘 부합한다. 건전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시민들이 내린 결정이 바로 최선일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힘을 조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동안 규제에 대한 반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규제가 과연 합당하고 필요한 것인지 점검하는 노력을 나름 경주해왔다. 1998년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정, 대통령 소속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존 규제의 재검토와 규제 도입의 사전심사를 맡도록 했다. 중앙행정기관별로 민간인 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규제심사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지자체도 지역실정에 맞는 규제개혁추진기구를 설치하고 조례ㆍ규칙에 근거한 규제의 정비 및 조례ㆍ규칙 제ㆍ개정 시 사전심사 기능을 수행토록 했다.
그러나 이는 규제의 도입과 점검을 위한 기구이지 규제가 투명하게 행사되는지 감시하는 기능은 아니다. 구체적인 규제 사안의 집행에 있어서는 규제개혁위의 손이 미치지 못한다. 규제 배심원제는 규제 행사 과정의 야합을 막을 수 있다. 이해관계를 떠난 불특정 시민이 참여해 내린 결정은 사회적 동의도 얻기 쉽다. 규제에 대한 저항도 작다. 사업 추진도 빨라지고 규제의 효과도 신속하게 얻을 수 있다.
또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기능도 있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의'과정이 신뢰를 상실하고 있으므로 입법을 통해 나온 규제가 정의롭고 합당한지, 또 전체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규제 배심원제는 규제의 집행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규제의 정당성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규제를 무력화하자는 게 아니라 논란이 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건전한 상식인의 판단에 맡겨 입법 과정에 피드백을 발신하자는 것이다.
규제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규제 배심원제는 부패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경제적 효용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로써 국민들은 전문가나 대리인들의 포로 상태에서 자유로워진다. 무엇보다도 규제의 객체로만 여겨졌던 국민이 본래 대로 규제의 주체로 회복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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