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니컬러스 색슨 지음/부키 펴냄/560쪽/2만원
애플과 구글 등 미국 최고의 IT 대기업들이 미국의 중산층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 받고 있다면? 최근 한 비영리 인권단체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됐다. 이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고 기록인 463억 3000만 달러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9.8%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최고 법인세율 35%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12.9%, MS와 야후는 각각 18.9%와 11.6%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제록스는 7.3%를, 아마존은 그 중에서 제일 낮은 3.5%의 세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중산층이 보통 15∼25%의 세율이 적용되는 데 반해 이들 대부분에게는 그보다 더 낮은 세율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도 낮은 세율을 적용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자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애플은 전체 현금보유량의 3분의2가량을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다
이른바 `조세 피난처(역외 시장)' 때문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공연히 자본 효율화를 이유로 조세 피난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시장주의자들은 이같은 조세피난처 덕분에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증대됐다고 주장한다.
신간 `보물섬'은 이 같은 주장이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조세회피처가 횡행하면서 세계 경제가 더욱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조세피난처는 가난과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 기업이 역외를 통해 증여세를 면한다면, 사실상 이들에게 정부 보조금이 나간 것과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가 갈수록 미국 기업들의 조세 부담률이 전체 조세부담률에서 더욱 줄어들고 있다.
조세피난처 때문에 국내 경제는 더욱 불안하다. 책에 따르면 조세피난처라는 탈규제 시장을 만난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높여 신규 신용을 창출해 부채를 더 많이 생산해 냈다.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 리스크는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거품을 키워오다가 결국 2007년 금융 시장이 마비됐다. 이런 구제 비용은 다수의 임금 노동자들이 치를 수 밖에 없었다.
책의 강점은 어둠 속에 가리워 졌던 조세 피난처의 면면을 공개한다. 저자는 조세피난처를 중심으로 역외 체제의 지난 100년을 되짚어보며 이 사회에 미친 해악을 되짚어본다. 신탁회사를 이용한 다국적 기업 탈세 전략의 시초였던 영국 베스티 형제의 사례부터, 2차 세계 대전 당시 금융 비밀주의 국가로 급성장한 스위스, 역외 유로마켓의 탄생, 영국의 역외 네트워크 구축, 미국의 역외 시장 진출 등을 살펴본다. 또 역외 체제가 초래한 가난의 참상을 들여다보고, 역외 지지자들의 논리, 런던 금융가의 무소불위 권력 등을 파헤친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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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 등 미국 최고의 IT 대기업들이 미국의 중산층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 받고 있다면? 최근 한 비영리 인권단체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됐다. 이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고 기록인 463억 3000만 달러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9.8%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최고 법인세율 35%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12.9%, MS와 야후는 각각 18.9%와 11.6%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제록스는 7.3%를, 아마존은 그 중에서 제일 낮은 3.5%의 세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중산층이 보통 15∼25%의 세율이 적용되는 데 반해 이들 대부분에게는 그보다 더 낮은 세율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도 낮은 세율을 적용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자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애플은 전체 현금보유량의 3분의2가량을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다
이른바 `조세 피난처(역외 시장)' 때문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공연히 자본 효율화를 이유로 조세 피난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시장주의자들은 이같은 조세피난처 덕분에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증대됐다고 주장한다.
신간 `보물섬'은 이 같은 주장이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조세회피처가 횡행하면서 세계 경제가 더욱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조세피난처는 가난과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 기업이 역외를 통해 증여세를 면한다면, 사실상 이들에게 정부 보조금이 나간 것과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가 갈수록 미국 기업들의 조세 부담률이 전체 조세부담률에서 더욱 줄어들고 있다.
조세피난처 때문에 국내 경제는 더욱 불안하다. 책에 따르면 조세피난처라는 탈규제 시장을 만난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높여 신규 신용을 창출해 부채를 더 많이 생산해 냈다.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 리스크는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거품을 키워오다가 결국 2007년 금융 시장이 마비됐다. 이런 구제 비용은 다수의 임금 노동자들이 치를 수 밖에 없었다.
책의 강점은 어둠 속에 가리워 졌던 조세 피난처의 면면을 공개한다. 저자는 조세피난처를 중심으로 역외 체제의 지난 100년을 되짚어보며 이 사회에 미친 해악을 되짚어본다. 신탁회사를 이용한 다국적 기업 탈세 전략의 시초였던 영국 베스티 형제의 사례부터, 2차 세계 대전 당시 금융 비밀주의 국가로 급성장한 스위스, 역외 유로마켓의 탄생, 영국의 역외 네트워크 구축, 미국의 역외 시장 진출 등을 살펴본다. 또 역외 체제가 초래한 가난의 참상을 들여다보고, 역외 지지자들의 논리, 런던 금융가의 무소불위 권력 등을 파헤친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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