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으로 오해… 과학기술로 치료해야
건강 보조식품에 합성 스테로이드 성분을 몰래 넣어서 팔던 고약한 사람들이 적발됐다고 한다.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는 `덱사메타손'을 아무에게나 마구 먹였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진단도 없이 아무에게나 권하는 정체불명의 묘약(妙藥)에는 대부분 덱사메타손과 같은 합성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다고 의심해도 된다.
1958년에 처음 개발된 덱사메타손은 부신(副腎)의 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티손이나 코티솔과 비슷한 생리작용을 하는 합성 스테로이드제다. 덱사메타손은 면역 억제효과가 탁월해서 류마티스성 관절염과 같은 염증이나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의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백혈병이나 림프종과 같은 암 환자의 증세를 완화시키거나 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여주는 목적으로 쓰기도 한다. 심지어 고산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비교적 싸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합성 스테로이드가 만병통치약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덱사메타손과 같은 동화성(同化性) 스테로이드에는 유별난 효능이 있다. 동화성 스테로이드가 우리 몸에서 테스토스테론이나 안드로젠과 같은 남성 호르몬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특히 세포에서의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켜 근육을 발달시켜 준다. 그래서 덱사메타손과 같은 동화성 스테로이드를 섭취하면 식욕이 좋아지고 체중이 늘어난다. 목소리와 체모가 굵어지는 효과도 나타난다. 남성적 특징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합성 스테로이드의 그런 효능은 근육과 체력이 필요한 운동선수들에게 매력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에서 합성 스테로이드의 사용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합성 스테로이드는 역도, 육상, 투포환, 미식축구 선수들의 체력 강화제로 공공연하게 사용되었고, 실제로 올림픽 경기의 기록이 크게 향상되기도 했다.
합성 스테로이드가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경마에 참여하는 말에서도 식욕 증진과 근육 강화 효과가 나타난다. 결국 육체적 능력의 한계를 확인하고,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올림픽 경기나 경마에서 합성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의 사용은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 정밀한 화학적 도핑 시험에서 금지 약물의 복용 사실이 밝혀지면 실격이 된다.
덱사메타손과 같은 동화성 스테로이드가 탁월한 생리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합성 스테로이드제를 너무 많이 섭취하거나, 너무 오랫동안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살이 찐 것처럼 얼굴과 몸이 붓고,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여드름이 많아지고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고, 간이나 심장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남성의 가슴이 커지거나, 고환이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덱사메타손을 장기 복용하면 우울증, 골다공증, 소화성 궤양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식약청의 경고다.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덱사메타손과 같은 동화성 스테로이드제는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물론 의사의 처방을 받는다고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합성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건강 보조식품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소비자에게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을 몰래 넣는 행위는 지극히 비윤리적이다.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속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불법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과학기술 시대인 21세기에 진시황제나 기대했던 만병통치약의 등장을 기다리는 우리의 얄팍한 마음도 바로 잡아야 한다. 과학기술만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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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에 처음 개발된 덱사메타손은 부신(副腎)의 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티손이나 코티솔과 비슷한 생리작용을 하는 합성 스테로이드제다. 덱사메타손은 면역 억제효과가 탁월해서 류마티스성 관절염과 같은 염증이나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의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백혈병이나 림프종과 같은 암 환자의 증세를 완화시키거나 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여주는 목적으로 쓰기도 한다. 심지어 고산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비교적 싸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합성 스테로이드가 만병통치약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덱사메타손과 같은 동화성(同化性) 스테로이드에는 유별난 효능이 있다. 동화성 스테로이드가 우리 몸에서 테스토스테론이나 안드로젠과 같은 남성 호르몬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특히 세포에서의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켜 근육을 발달시켜 준다. 그래서 덱사메타손과 같은 동화성 스테로이드를 섭취하면 식욕이 좋아지고 체중이 늘어난다. 목소리와 체모가 굵어지는 효과도 나타난다. 남성적 특징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합성 스테로이드의 그런 효능은 근육과 체력이 필요한 운동선수들에게 매력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에서 합성 스테로이드의 사용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합성 스테로이드는 역도, 육상, 투포환, 미식축구 선수들의 체력 강화제로 공공연하게 사용되었고, 실제로 올림픽 경기의 기록이 크게 향상되기도 했다.
합성 스테로이드가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경마에 참여하는 말에서도 식욕 증진과 근육 강화 효과가 나타난다. 결국 육체적 능력의 한계를 확인하고,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올림픽 경기나 경마에서 합성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의 사용은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 정밀한 화학적 도핑 시험에서 금지 약물의 복용 사실이 밝혀지면 실격이 된다.
덱사메타손과 같은 동화성 스테로이드가 탁월한 생리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합성 스테로이드제를 너무 많이 섭취하거나, 너무 오랫동안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살이 찐 것처럼 얼굴과 몸이 붓고,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여드름이 많아지고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고, 간이나 심장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남성의 가슴이 커지거나, 고환이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덱사메타손을 장기 복용하면 우울증, 골다공증, 소화성 궤양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식약청의 경고다.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덱사메타손과 같은 동화성 스테로이드제는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물론 의사의 처방을 받는다고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합성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건강 보조식품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소비자에게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을 몰래 넣는 행위는 지극히 비윤리적이다.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속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불법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과학기술 시대인 21세기에 진시황제나 기대했던 만병통치약의 등장을 기다리는 우리의 얄팍한 마음도 바로 잡아야 한다. 과학기술만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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