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연구에 몸담은 80년대 후반 이후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에 있어서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의 시기였다.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고체물리학분야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국제적 학술지에 국내 연구자가 출판한 논문 수를 보면, 1970년대 10년 간 단 10편도 안되던 논문 수가 1980년대에 80여 편, 1990년대 800여 편을 거쳐, 2000년대에는 1500여 편에 이르렀다. 양적으로 200배의 성장의 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발전은 이 시기의 엄청난 경제발전과 정부 과학기술 지원의 대대적인 확대가 동력이 되었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기초과학예산은 크게 확대되었고, 유관 부처의 통폐합과 함께 연구지원체계의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바로 이 시점이 과연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이 연구성과의 눈부신 발전을 따라잡을 만큼 충분히 성숙하였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과학기술정책이 과연 `수요 중심'인가? 결론적으로는 연구지원체계 및 연구예산 배분구조의 정비가 공급자인 정책 입안자의 의지와 편의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개인연구과제 중 최상위 프로그램이었던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경우를 살펴보겠다. 이 사업은 1997년부터 실시되었으며 그간 100개 이상의 과제를 지원하면서 국내의 연구지원사업 중에서 우수연구센터사업과 더불어 가장 오래 지속되고 가장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과제당 연구비는 사업 시작 당시 1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현재는 7억원 정도이다. 신규 과제수를 보면 사업초기에 20여개의 과제를 선정하고 그 이후는 감소를 거듭하여 신규과제가 없던 시기도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매년 큰 변동이 있다.
다른 정부 연구과제도 마찬가지이지만 현재의 연구비는 과연 적정한지, 또한 매년 몇 개의 신규과제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정책적인 논의가 없다. 즉, 연구자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가 필요한지 등 연구 일선에서의 `수요'에는 정책결정자들이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며, 당연히 정책에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1997년 이후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연구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이 사업을 수행하는 연구자들은 연구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목도하여 왔다. 또한 해당 기간 동안 중국의 유사한 사업이 크게 발전하여 중국의 연구진들이 국제무대에 진출하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지난 2년간 창의연구단협의회장을 지내면서 우리나라 각 과학기술 분야를 대표하는 최고의 과학자집단인 창의연구단장들께 설문을 돌려서 최적의 연구비 규모를 조사하였다. 대체로 10억~15억원의 연구비가 필요하다는 답이었는데, 1997년 사업 시작당시의 10억원의 연구비와 그간의 화폐가치의 하락을 고려하면, 이러한 연구비가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례 이외에도 작게는 3000만원에서 크게는 100억원 이상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연구지원사업의 내용이 연구자들의 필요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새로운 대형과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간의 과학기술정책이었고, 이것이 과학기술정책의 성숙을 지체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책 입안자들이 보다 진지하게 현장의 연구자들의 `수요'에 귀 기울이고 이 `수요'에 충실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크게 표나는 일은 아니겠으나 많은 노력을 통해 과학기술지원의 큰 틀이 만들어진 지금 절실히 필요한 정책 마인드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 우선 현장의 과학기술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수요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을 제안한다. 연구자들의 열정과 땀방울이 좋은 정책과 만나 우리의 과학기술이 또 한번의 큰 도약을 하고 국가의 발전에 큰 동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염한웅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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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발전은 이 시기의 엄청난 경제발전과 정부 과학기술 지원의 대대적인 확대가 동력이 되었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기초과학예산은 크게 확대되었고, 유관 부처의 통폐합과 함께 연구지원체계의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바로 이 시점이 과연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이 연구성과의 눈부신 발전을 따라잡을 만큼 충분히 성숙하였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과학기술정책이 과연 `수요 중심'인가? 결론적으로는 연구지원체계 및 연구예산 배분구조의 정비가 공급자인 정책 입안자의 의지와 편의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개인연구과제 중 최상위 프로그램이었던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경우를 살펴보겠다. 이 사업은 1997년부터 실시되었으며 그간 100개 이상의 과제를 지원하면서 국내의 연구지원사업 중에서 우수연구센터사업과 더불어 가장 오래 지속되고 가장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과제당 연구비는 사업 시작 당시 1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현재는 7억원 정도이다. 신규 과제수를 보면 사업초기에 20여개의 과제를 선정하고 그 이후는 감소를 거듭하여 신규과제가 없던 시기도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매년 큰 변동이 있다.
다른 정부 연구과제도 마찬가지이지만 현재의 연구비는 과연 적정한지, 또한 매년 몇 개의 신규과제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정책적인 논의가 없다. 즉, 연구자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가 필요한지 등 연구 일선에서의 `수요'에는 정책결정자들이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며, 당연히 정책에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1997년 이후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연구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이 사업을 수행하는 연구자들은 연구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목도하여 왔다. 또한 해당 기간 동안 중국의 유사한 사업이 크게 발전하여 중국의 연구진들이 국제무대에 진출하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지난 2년간 창의연구단협의회장을 지내면서 우리나라 각 과학기술 분야를 대표하는 최고의 과학자집단인 창의연구단장들께 설문을 돌려서 최적의 연구비 규모를 조사하였다. 대체로 10억~15억원의 연구비가 필요하다는 답이었는데, 1997년 사업 시작당시의 10억원의 연구비와 그간의 화폐가치의 하락을 고려하면, 이러한 연구비가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례 이외에도 작게는 3000만원에서 크게는 100억원 이상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연구지원사업의 내용이 연구자들의 필요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새로운 대형과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간의 과학기술정책이었고, 이것이 과학기술정책의 성숙을 지체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책 입안자들이 보다 진지하게 현장의 연구자들의 `수요'에 귀 기울이고 이 `수요'에 충실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크게 표나는 일은 아니겠으나 많은 노력을 통해 과학기술지원의 큰 틀이 만들어진 지금 절실히 필요한 정책 마인드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 우선 현장의 과학기술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수요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을 제안한다. 연구자들의 열정과 땀방울이 좋은 정책과 만나 우리의 과학기술이 또 한번의 큰 도약을 하고 국가의 발전에 큰 동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염한웅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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