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 원격지 로봇 조종 실험 성공… 뇌 읽어내는 기술도 진화
국내 연구단 인체감응솔루션 개발 한창
국내 연구단 인체감응솔루션 개발 한창
■ 글로벌 프론티어-2020시대 여는 융합과학
(3) 인간-기계간 감응기술
2009년 12월 개봉한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 제이크는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판도라 행성 원주민인 나비족 몸에 의식을 주입한다. 그 결과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걷거나 뛸 수 있고, 행성의 여전사 네이티리와 만나 사랑도 나눈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써로게이트에서는 인간을 대신해 로봇이 인간의 삶을 살면서 일어나는 얘기를 다뤘다. 주인공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 있는 기계 속으로 들어가면 의식이 직장에 있는 로봇 속으로 옮겨가 로봇이 대신 일을 한다.
인간과 로봇이 오감을 교류하고 서로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꿈같은 일이 과학기술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을까. SF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해 보이는 기술들이 머지 않아 인류문명의 풍경을 바꿔놓을 전망이다.
◇사람-기계 경계 모호해진다=미래학자들은 빠르게 발전하면서 융합하는 나노, 바이오, 정보통신, 인지과학기술의 결합을 통해 2020년 이후에는 사람과 기계, 현실과 가상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어 2030년에는 기계의 지능이 인간을 넘어서기 시작하고, 2040년에는 인체의 일부를 기계시스템으로 대체한 트랜스휴먼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인간과 로봇, 현실과 가상공간이 서로를 넘나들며 시각, 촉각 등 오감을 교류하면서, 인간이 가상세계를 마치 현실인 것처럼 느끼고, 원격 아바타나 자신이 착용한 인공장치를 마치 자신인 양 느끼는 시대가 머지 않아 다가온다는 것. 온몸이 마비된 환자라도 로봇의 몸을 빌려 어디든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가 되면 원격진료의 개념도 달라진다. 의사가 멀리 떨어진 환자를 영상으로 만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로 옆에서 진료하듯이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원격지 로봇 생각만으로 조종=내가 기계가 되고 기계가 내가 되는 인간-기계 일체화의 경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미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의 한 젊은 백만장자는 30여명의 과학자를 고용해, 로봇에 두뇌를 이식함으로써 영생을 누리도록 하는 `아바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사람 뇌파로 조정하는 로봇을 개발한 후 사람의 두뇌를 이식할 수 있는 아바타를 만들고 아바타에 인간의 개성과 의식을 이식하는 과정을 거쳐 2045년까지 홀로그램 아바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과 프랑스 공동 연구진은 최근 이스라엘 실험실에 있는 사람이 생각만으로 멀리 프랑스에 있는 로봇을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했다. 실험 참가자는 특히 로봇의 움직임에 대해 마치 자신이 움직이는 듯한 일체감을 느꼈다. 일본 혼다사 연구진은 최근 머리에 전극을 매단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의 팔을 움직여 자신의 입으로 음료수를 가져오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뇌를 읽어내는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미 의료장비업체인 뉴로비질사는 뇌가 특정 생각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 패턴을 분석해 해독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는 장비를 개발해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이 장비는 루게릭병으로 의사소통이 힘든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뇌의 신비가 밝혀지면 관련 기술 개발은 더욱 광속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국내도 대규모 연구단 발족=국내 연구자들도 대규모 융합연구 조직을 꾸려 원천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글로벌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단장 유범재)'이 구성돼 지난 2011년 4월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양대, KAIST, 삼성종합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 소속된 국내 대표급 연구자들이 나노와 바이오, IT, 인지과학을 오가는 융합연구를 펼치고 있다. 단장은 인간형 로봇 `마루'를 개발해 `마루 아빠'로 잘 알려진 유범재 박사가 맡고 있다.
연구단은 로봇 개발의 노하우를 활용해 인간과 로봇, 현실과 가상세계를 통합시키는 인체감응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인체감응솔루션은 인간의 오감을 로봇이나 원격지까지 전달하는 기술. 이런 기술이 개발되면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도 크게 넓어질 수 있다.
◇"10년내 영화를 현실로"=연구단의 미션은 크게 세가지다. 먼저 사람과 기계가 서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인간과 인텔리전트 머신 상생기술' 개발. 이를 위해 인간과 로봇이 감각을 주고받는 실감교류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관성센서, 모션캡처장비 등을 이용해 사람의 동작을 로봇에 전기신호로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 촉각센서, 자이로센서 등을 통해 기계가 일부 감각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번째 인간과 가상사회의 상생기술은 사람의 감각을 컴퓨터 속 가상공간 캐릭터에 연결시키는 기술. 연구단은 여러 사용자들이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 교육이나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참여형 4D 미러월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미러월드는 3D 입체영상에 촉감과 운동감, 진동감, 냄새 등을 결합해 실감을 증강시킨 현실과 가상의 혼합공간을 말한다. 인간과 로봇이 감각 전달에서 한 단계 나아가 생체신호를 이용해 감성적 교감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게 지원하는 `휴먼 인터랙션 기술'도 미션이다.
유 단장은 "마루 시리즈 개발과정에서 축적한 핵심기술들을 적극 활용해 연구를 펼칠 계획"이라며 "영화 아바타같이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을 10년 내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3) 인간-기계간 감응기술
2009년 12월 개봉한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 제이크는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판도라 행성 원주민인 나비족 몸에 의식을 주입한다. 그 결과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걷거나 뛸 수 있고, 행성의 여전사 네이티리와 만나 사랑도 나눈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써로게이트에서는 인간을 대신해 로봇이 인간의 삶을 살면서 일어나는 얘기를 다뤘다. 주인공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 있는 기계 속으로 들어가면 의식이 직장에 있는 로봇 속으로 옮겨가 로봇이 대신 일을 한다.
인간과 로봇이 오감을 교류하고 서로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꿈같은 일이 과학기술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을까. SF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해 보이는 기술들이 머지 않아 인류문명의 풍경을 바꿔놓을 전망이다.
◇사람-기계 경계 모호해진다=미래학자들은 빠르게 발전하면서 융합하는 나노, 바이오, 정보통신, 인지과학기술의 결합을 통해 2020년 이후에는 사람과 기계, 현실과 가상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어 2030년에는 기계의 지능이 인간을 넘어서기 시작하고, 2040년에는 인체의 일부를 기계시스템으로 대체한 트랜스휴먼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인간과 로봇, 현실과 가상공간이 서로를 넘나들며 시각, 촉각 등 오감을 교류하면서, 인간이 가상세계를 마치 현실인 것처럼 느끼고, 원격 아바타나 자신이 착용한 인공장치를 마치 자신인 양 느끼는 시대가 머지 않아 다가온다는 것. 온몸이 마비된 환자라도 로봇의 몸을 빌려 어디든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가 되면 원격진료의 개념도 달라진다. 의사가 멀리 떨어진 환자를 영상으로 만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로 옆에서 진료하듯이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원격지 로봇 생각만으로 조종=내가 기계가 되고 기계가 내가 되는 인간-기계 일체화의 경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미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의 한 젊은 백만장자는 30여명의 과학자를 고용해, 로봇에 두뇌를 이식함으로써 영생을 누리도록 하는 `아바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사람 뇌파로 조정하는 로봇을 개발한 후 사람의 두뇌를 이식할 수 있는 아바타를 만들고 아바타에 인간의 개성과 의식을 이식하는 과정을 거쳐 2045년까지 홀로그램 아바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과 프랑스 공동 연구진은 최근 이스라엘 실험실에 있는 사람이 생각만으로 멀리 프랑스에 있는 로봇을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했다. 실험 참가자는 특히 로봇의 움직임에 대해 마치 자신이 움직이는 듯한 일체감을 느꼈다. 일본 혼다사 연구진은 최근 머리에 전극을 매단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의 팔을 움직여 자신의 입으로 음료수를 가져오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뇌를 읽어내는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미 의료장비업체인 뉴로비질사는 뇌가 특정 생각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 패턴을 분석해 해독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는 장비를 개발해 상품화를 앞두고 있다. 이 장비는 루게릭병으로 의사소통이 힘든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뇌의 신비가 밝혀지면 관련 기술 개발은 더욱 광속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국내도 대규모 연구단 발족=국내 연구자들도 대규모 융합연구 조직을 꾸려 원천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글로벌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단장 유범재)'이 구성돼 지난 2011년 4월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양대, KAIST, 삼성종합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 소속된 국내 대표급 연구자들이 나노와 바이오, IT, 인지과학을 오가는 융합연구를 펼치고 있다. 단장은 인간형 로봇 `마루'를 개발해 `마루 아빠'로 잘 알려진 유범재 박사가 맡고 있다.
연구단은 로봇 개발의 노하우를 활용해 인간과 로봇, 현실과 가상세계를 통합시키는 인체감응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인체감응솔루션은 인간의 오감을 로봇이나 원격지까지 전달하는 기술. 이런 기술이 개발되면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도 크게 넓어질 수 있다.
◇"10년내 영화를 현실로"=연구단의 미션은 크게 세가지다. 먼저 사람과 기계가 서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인간과 인텔리전트 머신 상생기술' 개발. 이를 위해 인간과 로봇이 감각을 주고받는 실감교류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관성센서, 모션캡처장비 등을 이용해 사람의 동작을 로봇에 전기신호로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 촉각센서, 자이로센서 등을 통해 기계가 일부 감각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번째 인간과 가상사회의 상생기술은 사람의 감각을 컴퓨터 속 가상공간 캐릭터에 연결시키는 기술. 연구단은 여러 사용자들이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 교육이나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참여형 4D 미러월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미러월드는 3D 입체영상에 촉감과 운동감, 진동감, 냄새 등을 결합해 실감을 증강시킨 현실과 가상의 혼합공간을 말한다. 인간과 로봇이 감각 전달에서 한 단계 나아가 생체신호를 이용해 감성적 교감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게 지원하는 `휴먼 인터랙션 기술'도 미션이다.
유 단장은 "마루 시리즈 개발과정에서 축적한 핵심기술들을 적극 활용해 연구를 펼칠 계획"이라며 "영화 아바타같이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을 10년 내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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