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9월 들어 중요하지만 상반된 의미를 가진 두 개의 일정을 연이어 소화했다. 6일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존총회(WCC) 개막식 참석과 이어진 9일 그린란드 방문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 자연보존을 위한 지구인의 논의 장이었고, 후자는 빙하가 녹아 드러난 땅 속의 자원을 개발하자는 투합의 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WCC 개막식 연설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소개하며 한국이 글로벌 녹색성장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영성(靈性)의 원천이 자연이라는 윌리엄 워드워즈의 시도 인용했다.
그런 그가 제주 연설의 여운이 채 스러지기도 전에 그린란드를 방문해서는, 실상은 온통 개발의제로 가득한 그린란드와의 MOU를 맺었다. 그린란드는 해안선 일부만 해빙됐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97%의 빙하가 사라지는 상황이 됐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은 빙하가 녹아 내리는 지역을 방문해 근심 어린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일을 빼놓진 않았다. 그러나 이는 다 아시다시피 홍보용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린란드와의 자원 개발 협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냐는 항변이다. 자원 전쟁이 극심한 오늘날 자원 확보를 위해 날쌘 행보를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는.
그러나 일에는 시기와 상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린란드 자원 붐은 한마디로 기후변화라는 `어둠'이 낳은 자식이다. 지구 한쪽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 벌이는 잔치에 천연덕스럽게 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연보존을 외치고는 바로 돌아서서 자연파괴로 인한 부작용의 단물을 빼먹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이는 가라앉는 뱃전으로 들어온 물고기를 잡겠다고 덤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이 보존과 개발이라는 투 트랙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하지만 시기를 잘못 택한 이 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은 당장 여파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다음 달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이사국 총회에서 GCF 사무국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한국은 독일 스위스등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1000억 달러의 기금을 운영하는 GCF 사무국 유치는 단군이래 최대 국제기구 유치 기회다. 정부는 현재 GCF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때에 이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방문해 기후변화의 부산물을 선점하겠다며 달려드는 모습은 표리부동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잖아도 이 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은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GCF 이사국, 아니 지구촌 사람들이 우리를, 앞에서는 녹색성장을 외치지만 뒤로는 화석에너지 개발에 혈안이라고 볼 것은 자명하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은 시기를 잘못 택했다. 녹색성장에 그간 투입한 이 대통령의 열정을 폄하하고 싶진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15 기념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그동안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규제완화와 제도 정비 등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녹색산업의 민간확대는 미진하지만, 국제사회에 한국이 녹색성장을 국가 주요 어젠다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는 인식은 확실하게 심어줬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서 GCF의 인천 송도 유치로 자신의 저탄소 녹색성장 국정철학의 대미를 장식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 달 들어 취한 두 가지 이율배반적인 행보로 인해 이런 기회가 박탈될까 우려된다. 지금부터라도 기후변화가 낳은 부산물을 이용한다는 이미지를 불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WCC에 참석했던 환경 지도자들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
이 대통령은 WCC 개막식 연설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소개하며 한국이 글로벌 녹색성장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영성(靈性)의 원천이 자연이라는 윌리엄 워드워즈의 시도 인용했다.
그런 그가 제주 연설의 여운이 채 스러지기도 전에 그린란드를 방문해서는, 실상은 온통 개발의제로 가득한 그린란드와의 MOU를 맺었다. 그린란드는 해안선 일부만 해빙됐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97%의 빙하가 사라지는 상황이 됐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은 빙하가 녹아 내리는 지역을 방문해 근심 어린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일을 빼놓진 않았다. 그러나 이는 다 아시다시피 홍보용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린란드와의 자원 개발 협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냐는 항변이다. 자원 전쟁이 극심한 오늘날 자원 확보를 위해 날쌘 행보를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는.
그러나 일에는 시기와 상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린란드 자원 붐은 한마디로 기후변화라는 `어둠'이 낳은 자식이다. 지구 한쪽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 벌이는 잔치에 천연덕스럽게 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연보존을 외치고는 바로 돌아서서 자연파괴로 인한 부작용의 단물을 빼먹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이는 가라앉는 뱃전으로 들어온 물고기를 잡겠다고 덤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이 보존과 개발이라는 투 트랙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하지만 시기를 잘못 택한 이 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은 당장 여파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다음 달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이사국 총회에서 GCF 사무국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한국은 독일 스위스등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1000억 달러의 기금을 운영하는 GCF 사무국 유치는 단군이래 최대 국제기구 유치 기회다. 정부는 현재 GCF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때에 이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방문해 기후변화의 부산물을 선점하겠다며 달려드는 모습은 표리부동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잖아도 이 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은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GCF 이사국, 아니 지구촌 사람들이 우리를, 앞에서는 녹색성장을 외치지만 뒤로는 화석에너지 개발에 혈안이라고 볼 것은 자명하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은 시기를 잘못 택했다. 녹색성장에 그간 투입한 이 대통령의 열정을 폄하하고 싶진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15 기념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그동안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규제완화와 제도 정비 등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녹색산업의 민간확대는 미진하지만, 국제사회에 한국이 녹색성장을 국가 주요 어젠다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는 인식은 확실하게 심어줬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서 GCF의 인천 송도 유치로 자신의 저탄소 녹색성장 국정철학의 대미를 장식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 달 들어 취한 두 가지 이율배반적인 행보로 인해 이런 기회가 박탈될까 우려된다. 지금부터라도 기후변화가 낳은 부산물을 이용한다는 이미지를 불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WCC에 참석했던 환경 지도자들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