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도가 예상외의 결과를 낳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86년 미국에서 도입한 유해화학물질배출목록 공개 제도는 좋은 예다. 기업들로 하여금 유해화학물질배출목록을 제출토록 하고 이를 공개하자 유해물질 배출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단지 목록 공개만으로 강력한 금지법규 이상의 효과를 얻은 것이다.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의 파리는 유명하다. 남성용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었더니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이 80%나 줄었다는 것이다. 구내식당의 음식 배열 조정으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음식을 더 먹게 할 수도 있다. 시카고대 리차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의 `넛지'라는 행동경제학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다. 소변기 파리는 그 후 한국에도 날아왔고 벌이나 체리 모양으로 변형되기도 했다.
일명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란을 보면서 유해물질 목록과 스키폴공항 파리 같은 해법이 생각났다. 이번 소란은 택시업계가 어렵다니까 지원 법을 만들면 된다는 단순 무식한 사고가 빚은 소치다. 택시와 버스 업계 대립에서 보듯 룰 제정은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낳는다. 규제보다는 시장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의원들이 그런 노력을 했을 것 같지 않다.
택시는 버스처럼 대중교통법에 따라 지원할 수 없다. 이번 소란은 이 룰을 고쳐 택시도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고 지원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던 데서 비롯됐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기는 사실 민망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룰을 고쳐 해결할 일이 아니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는 버스지원제도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데, 택시까지 가세하면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은 금방 두 손 들 수밖에 없다. 결국은 버스 택시 모두 지원금을 최소한 현 수준에 묶어두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탈러와 선스타인 교수가 제안한 넛지(슬쩍 찌르기) 방식의 해결책이 있다. 택시의 근본적 해법은 과잉 공급된 택시 수를 줄이고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차를 강제할 수도 요금을 대폭 올릴 수도 없다.
한 가지 대안이 택시의 대중교통화다. 노선화와 노선 택시의 제한적 합승 허용이다. 노선화와 합승 인정으로 택시를 유사 대중교통 수단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택시의 문제는 공급이 많아도 잡아타기 귀찮고 요금이 버스나 지하철보다 비싸다는 것인데, 노선택시는 일정 지역에서 항상 대기하고 요금을 할인한다. 규제당국은 노선과 요금만 제시하고 널리 알리기만 하면 된다.
다음으론 노선운행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노선운행을 많이 한 택시는 대중교통 역할을 했으므로 대중교통에 준하는 지원을 한다. 지원을 받지 못한 택시는 도태되고 택시 수입은 오른다.
이 같은 하나의 `선택적 설계 방식'은 대형할인점과 전통재래시장간 갈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전통시장의 문제는 가격은 싸지만 주차가 불편하고 시설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소비자가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형할인점 개설을 금지하면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대형할인점을 전통시장 안이나 바로 옆에 개설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때 쇼핑 동선을 대형할인점과 시장이 연결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택시법 소동에서 보듯 룰 제정자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 룰의 개폐가 빈번하면 시장의 시그널 효과는 사라지고 혼란만 야기한다. 대선을 앞두고 택시법 같은 포퓰리즘 법규들이 쏟아지고 있다. 재벌해체와 계열분리명령제까지 공약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 경쟁, 사유재산 보장, 이익추구라는 자유시장자본주의 근본은 가능한 한 훼손해선 안 된다. 만들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룰 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시장 작동원리 안에 해법이 있다.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이규화 선임기자 david@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의 파리는 유명하다. 남성용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었더니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이 80%나 줄었다는 것이다. 구내식당의 음식 배열 조정으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음식을 더 먹게 할 수도 있다. 시카고대 리차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의 `넛지'라는 행동경제학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다. 소변기 파리는 그 후 한국에도 날아왔고 벌이나 체리 모양으로 변형되기도 했다.
일명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란을 보면서 유해물질 목록과 스키폴공항 파리 같은 해법이 생각났다. 이번 소란은 택시업계가 어렵다니까 지원 법을 만들면 된다는 단순 무식한 사고가 빚은 소치다. 택시와 버스 업계 대립에서 보듯 룰 제정은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낳는다. 규제보다는 시장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의원들이 그런 노력을 했을 것 같지 않다.
택시는 버스처럼 대중교통법에 따라 지원할 수 없다. 이번 소란은 이 룰을 고쳐 택시도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고 지원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던 데서 비롯됐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기는 사실 민망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룰을 고쳐 해결할 일이 아니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는 버스지원제도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데, 택시까지 가세하면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은 금방 두 손 들 수밖에 없다. 결국은 버스 택시 모두 지원금을 최소한 현 수준에 묶어두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탈러와 선스타인 교수가 제안한 넛지(슬쩍 찌르기) 방식의 해결책이 있다. 택시의 근본적 해법은 과잉 공급된 택시 수를 줄이고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차를 강제할 수도 요금을 대폭 올릴 수도 없다.
한 가지 대안이 택시의 대중교통화다. 노선화와 노선 택시의 제한적 합승 허용이다. 노선화와 합승 인정으로 택시를 유사 대중교통 수단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택시의 문제는 공급이 많아도 잡아타기 귀찮고 요금이 버스나 지하철보다 비싸다는 것인데, 노선택시는 일정 지역에서 항상 대기하고 요금을 할인한다. 규제당국은 노선과 요금만 제시하고 널리 알리기만 하면 된다.
다음으론 노선운행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노선운행을 많이 한 택시는 대중교통 역할을 했으므로 대중교통에 준하는 지원을 한다. 지원을 받지 못한 택시는 도태되고 택시 수입은 오른다.
이 같은 하나의 `선택적 설계 방식'은 대형할인점과 전통재래시장간 갈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전통시장의 문제는 가격은 싸지만 주차가 불편하고 시설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소비자가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형할인점 개설을 금지하면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대형할인점을 전통시장 안이나 바로 옆에 개설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때 쇼핑 동선을 대형할인점과 시장이 연결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택시법 소동에서 보듯 룰 제정자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 룰의 개폐가 빈번하면 시장의 시그널 효과는 사라지고 혼란만 야기한다. 대선을 앞두고 택시법 같은 포퓰리즘 법규들이 쏟아지고 있다. 재벌해체와 계열분리명령제까지 공약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 경쟁, 사유재산 보장, 이익추구라는 자유시장자본주의 근본은 가능한 한 훼손해선 안 된다. 만들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룰 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시장 작동원리 안에 해법이 있다.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이규화 선임기자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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