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목전에 다가왔다. 유난히 어려운 숙제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가 열흘 후에는 가려진다.
어디를 가나 경제가 이슈다. 거기에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이슈는 일자리다. 복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각종 부처 부활 얘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들을 보면 누구나 행복한 `유토피아'가 따로 없다. 누구나 잘 살고 골고루 나눠 가지면서 함께 사이좋게 선진국 문턱을 곧 넘을 태세다. 그러나 곳곳에 걸려있는 선심성 구호들은 백화점 반값 세일 전단지와 다를 바 없이 식상하다 못해 걱정스럽다.
열흘 후 정해질 새로운 대통령은 불편함 가득한 현실 한가운데에 서야 한다. 성장과 분배, 복지와 비용,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고 결정하고 설득해야 한다.
O와 X로 가려지지 않는 여러 답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여러 의견에 귀기울이는 것 못지 않게 갖춰야 할 것은 `지식'이다. 모두가 행복한 결정이 불가능하다면, 일부가 불편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지식과 식견으로 무장해야 한다. 특히 국가 리더라면 `선전'과 `과학' 중 과학을 가려내는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한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과학기술 전담부처 설립을 약속하며 과학기술계 어루만지기를 하고 있다. 또 정년연장, 비정규직 해소, 투자확대 등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서 나아가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국가운영 전략과 콘텐츠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과학기술을 육성하고 지원할 대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과학기술은 산업과 경제성장을 위한 밑거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리더가 직접 챙겨야 하는 범국가적, 전지구적 이슈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사고로 촉발된 원자력발전 안전성 논란과 원전 신규 건설 여부,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은 당장 다음 5년간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은 쉽지 않지만 꼭 해야 하는 결정이다.
이와 연계해 국가 미래 에너지 로드맵과 관련 R&D 전략도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라는 퍼즐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한 나라가 망하기도, 흥하기도 한다. 원전의 위험성이 과학적 문제인지, 운영상의 이슈인지를 판단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경제성과 현실성을 검증할 만한 지식을 과학자들에게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어느 토론장을 가도 서로 다른 주장으로 넘쳐난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국민과 사회를 설득하려면 대통령도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식량문제, 우주, 지구온난화, 국방 역시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관계된 이슈다.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수급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산 종자기술 확보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유전자변형작물(GMO)이라는 불편한 주제도 들여다봐야 한다. 육지, 바다에 이어 인류에 또하나의 공간을 제공할 우주 역시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만큼 대통령의 관심과 리더십, 사회적 합의가 동반돼야 한다. 우주를 과학적 탐구의 영역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공간으로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을 국가 핵심 정책결정, 미래전략에 녹여 넣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지원의 대상으로 보는 데서 나아가 중요 국가 정책결정 과정에 과학기술을 활용해야 나라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과학은 과학기술계에 모두 맡기겠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최근 읽은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란 책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정경과학부 안경애 차장
어디를 가나 경제가 이슈다. 거기에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이슈는 일자리다. 복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각종 부처 부활 얘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들을 보면 누구나 행복한 `유토피아'가 따로 없다. 누구나 잘 살고 골고루 나눠 가지면서 함께 사이좋게 선진국 문턱을 곧 넘을 태세다. 그러나 곳곳에 걸려있는 선심성 구호들은 백화점 반값 세일 전단지와 다를 바 없이 식상하다 못해 걱정스럽다.
열흘 후 정해질 새로운 대통령은 불편함 가득한 현실 한가운데에 서야 한다. 성장과 분배, 복지와 비용,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고 결정하고 설득해야 한다.
O와 X로 가려지지 않는 여러 답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여러 의견에 귀기울이는 것 못지 않게 갖춰야 할 것은 `지식'이다. 모두가 행복한 결정이 불가능하다면, 일부가 불편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지식과 식견으로 무장해야 한다. 특히 국가 리더라면 `선전'과 `과학' 중 과학을 가려내는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한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과학기술 전담부처 설립을 약속하며 과학기술계 어루만지기를 하고 있다. 또 정년연장, 비정규직 해소, 투자확대 등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서 나아가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국가운영 전략과 콘텐츠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과학기술을 육성하고 지원할 대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과학기술은 산업과 경제성장을 위한 밑거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리더가 직접 챙겨야 하는 범국가적, 전지구적 이슈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사고로 촉발된 원자력발전 안전성 논란과 원전 신규 건설 여부,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은 당장 다음 5년간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은 쉽지 않지만 꼭 해야 하는 결정이다.
이와 연계해 국가 미래 에너지 로드맵과 관련 R&D 전략도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라는 퍼즐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한 나라가 망하기도, 흥하기도 한다. 원전의 위험성이 과학적 문제인지, 운영상의 이슈인지를 판단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경제성과 현실성을 검증할 만한 지식을 과학자들에게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어느 토론장을 가도 서로 다른 주장으로 넘쳐난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국민과 사회를 설득하려면 대통령도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식량문제, 우주, 지구온난화, 국방 역시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관계된 이슈다.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수급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산 종자기술 확보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유전자변형작물(GMO)이라는 불편한 주제도 들여다봐야 한다. 육지, 바다에 이어 인류에 또하나의 공간을 제공할 우주 역시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만큼 대통령의 관심과 리더십, 사회적 합의가 동반돼야 한다. 우주를 과학적 탐구의 영역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공간으로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을 국가 핵심 정책결정, 미래전략에 녹여 넣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지원의 대상으로 보는 데서 나아가 중요 국가 정책결정 과정에 과학기술을 활용해야 나라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과학은 과학기술계에 모두 맡기겠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최근 읽은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란 책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정경과학부 안경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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