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 정책과 창조경제 활성화를 전담하는 부처가 될 것입니다.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핵심기조로 삼겠습니다."
지난 1월10일 열린 과학기술인 신년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말이다. 5년간 전담부처 없는 설움을 당한 과학기술계 인사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17일 미래부 첫 수장으로 `벤처신화'의 주인공인 김종훈 알카텔루슨트벨연구소 사장이 내정되며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R&D와 시장을 두루 잘 아는 김 내정자는 우리 정부에 `창조경제 DNA'를 심어줄 적임자로 꼽힌다.
그러나 차기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때이른 `미래부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미래부의 기능이 구호와 달리 `도로 과기부'보다 못하다는 것. 무엇보다 당초 공표된 미래부 설계와, 지금 대통령직 인수위, 정부 부처가 그리는 역할에 큰 차이가 드러난다.
인수위는 당초 교과부, 국과위, 지경부에 분산돼 있던 과거 과기부 기능을 이관하고, 교과부 산학협력, 지경부 신성장동력 발굴ㆍ기획 등을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산업을 잇는 신성장동력 발굴ㆍ기획과 산업기술 R&D 기능이 지경부에서 거의 넘어오지 않았다. 산업융합의 툴이 될 산업융합촉진법,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위한 기술이전및사업화촉진법이 지경부에 남았다. 산학협력 기능 이관도 아직 미지수이고, 원자력R&D 기능이 슬그머니 미래부에서 떨어져 나갔다. ICT 관련 기능도 여야 합의가 안 돼 변동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미래부는 창조경제 정책 중 앞단인 R&D 기능만 갖췄을 뿐, R&D 성과를 이어받아 시장화ㆍ산업화할 뒷단은 빠져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그린 미래부 조직도에는 국ㆍ과 명칭이 `미래' `창조' `산업'으로 도배돼 있다. 그러나 미래부로 옮겨갈 공무원들은 "이 그림이면 창조경제 실현이 역부족이다. 5년 후 미래부가 한 일이 뭐냐고 욕먹을 게 뻔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그림을 갖고 창조경제 공약을 어떻게 드라이브할 것인가.
다행히 아직 방법은 있어 보인다. 미래부는 R&D 집행 외에 범정부 R&D 예산을 배분ㆍ조정하고 평가해 실질적인 방향을 가이드하는 컨트롤 역할도 함께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부처 개편과정에서 확인했듯이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부처 칸막이'다.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간 소통체계와 범정부 컨트롤 기능 없이는 창조경제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 정부 R&D 예산 배분조정ㆍ평가를 맡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차관급이었던 것과 달리 차기 정부는 국장급인 미래부 1차관 소속 국장급 본부에 기능을 맡기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래서는 강한 힘을 부여하기 힘들다. 본부 기능을 최소한 실장급으로 높이고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기존 국과위 기능을 이어받아 국무총리 산하에 설립될 비상설기구인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각 부처 장관과 차관급이 참여하는 범부처 협의체를 작동시켜 범정부적 액션플랜을 만들고,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미래부 공무원들은 창조경제 성과를 단기간에 내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일부 기업에 혜택을 주거나 특정 R&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향후 수십년을 위한 주춧돌을 놓는다는 마음으로 R&D와 기술사업화, 기술이전, 기업지원 등 관련 제도를 낱낱이 분석하고, 이미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기존 제도를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과학기술과 ICT를 아우르는 거시적 생태계도 구축해야 한다.
R&D와 시장간에 놓인 `죽음의 계곡'을 없애는 일에 창조경제의 성패가 달렸다.
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naturean@
지난 1월10일 열린 과학기술인 신년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말이다. 5년간 전담부처 없는 설움을 당한 과학기술계 인사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17일 미래부 첫 수장으로 `벤처신화'의 주인공인 김종훈 알카텔루슨트벨연구소 사장이 내정되며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R&D와 시장을 두루 잘 아는 김 내정자는 우리 정부에 `창조경제 DNA'를 심어줄 적임자로 꼽힌다.
그러나 차기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때이른 `미래부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미래부의 기능이 구호와 달리 `도로 과기부'보다 못하다는 것. 무엇보다 당초 공표된 미래부 설계와, 지금 대통령직 인수위, 정부 부처가 그리는 역할에 큰 차이가 드러난다.
인수위는 당초 교과부, 국과위, 지경부에 분산돼 있던 과거 과기부 기능을 이관하고, 교과부 산학협력, 지경부 신성장동력 발굴ㆍ기획 등을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산업을 잇는 신성장동력 발굴ㆍ기획과 산업기술 R&D 기능이 지경부에서 거의 넘어오지 않았다. 산업융합의 툴이 될 산업융합촉진법,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위한 기술이전및사업화촉진법이 지경부에 남았다. 산학협력 기능 이관도 아직 미지수이고, 원자력R&D 기능이 슬그머니 미래부에서 떨어져 나갔다. ICT 관련 기능도 여야 합의가 안 돼 변동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미래부는 창조경제 정책 중 앞단인 R&D 기능만 갖췄을 뿐, R&D 성과를 이어받아 시장화ㆍ산업화할 뒷단은 빠져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그린 미래부 조직도에는 국ㆍ과 명칭이 `미래' `창조' `산업'으로 도배돼 있다. 그러나 미래부로 옮겨갈 공무원들은 "이 그림이면 창조경제 실현이 역부족이다. 5년 후 미래부가 한 일이 뭐냐고 욕먹을 게 뻔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그림을 갖고 창조경제 공약을 어떻게 드라이브할 것인가.
다행히 아직 방법은 있어 보인다. 미래부는 R&D 집행 외에 범정부 R&D 예산을 배분ㆍ조정하고 평가해 실질적인 방향을 가이드하는 컨트롤 역할도 함께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부처 개편과정에서 확인했듯이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부처 칸막이'다.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간 소통체계와 범정부 컨트롤 기능 없이는 창조경제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 정부 R&D 예산 배분조정ㆍ평가를 맡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차관급이었던 것과 달리 차기 정부는 국장급인 미래부 1차관 소속 국장급 본부에 기능을 맡기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래서는 강한 힘을 부여하기 힘들다. 본부 기능을 최소한 실장급으로 높이고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기존 국과위 기능을 이어받아 국무총리 산하에 설립될 비상설기구인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각 부처 장관과 차관급이 참여하는 범부처 협의체를 작동시켜 범정부적 액션플랜을 만들고,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미래부 공무원들은 창조경제 성과를 단기간에 내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일부 기업에 혜택을 주거나 특정 R&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향후 수십년을 위한 주춧돌을 놓는다는 마음으로 R&D와 기술사업화, 기술이전, 기업지원 등 관련 제도를 낱낱이 분석하고, 이미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기존 제도를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과학기술과 ICT를 아우르는 거시적 생태계도 구축해야 한다.
R&D와 시장간에 놓인 `죽음의 계곡'을 없애는 일에 창조경제의 성패가 달렸다.
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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