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정합의안은 지상파 입김 강하게 작용한 결과
국방 주파수는 국방부가?…치안용은 경찰청이 관리?
다양한 용도 주파수 중첩사용 현실적으로 분리 불가능
국방 주파수는 국방부가?…치안용은 경찰청이 관리?
다양한 용도 주파수 중첩사용 현실적으로 분리 불가능
■ 주파수 정책 분산 논란
"여야 잠정합의안대로라면 국방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는 국방부가 관리해야 합니까?"
주파수 정책을 방송과 통신으로 분리한다는 여야의 잠정 합의안이 알려지자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방송계 수조원대 주파수 공짜로 사용 - 700㎒도 몰아주나=여야가 방송과 통신 주파수 정책을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소관으로 잠정 합의한 것은 방송계, 그중에서도 지상파방송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지상파방송사들은 방송의 공공성을 이유로 그동안 68개 채널 408MHz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 2011년에 SK텔레콤이 LTE용 20㎒ 주파수 대역을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방송사들은 최소 20조4000억원 규모의 주파수를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공영방송이라는 명분으로 사용료를 내지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KBS와같은 공영방송은 이해해도 MBC와 SBS, 그리고 각 비공영 방송사들이 국민의 주파수를 공짜로 쓰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특히 방송사들이 쓰는 주파수 대역은 저주파대역으로 통신사들이 쓰는 주파수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양질의 주파수다.
더구나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방송사들이 408MHz대역의 주파수를 모두 쓸 필요는 더욱 없다. 그럼에도 불구 지상파들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에 생기는 700㎒ 주파수 대역(108㎒폭)을 다시 방송용으로 재분배할 것을 요구해 왔다. 주파수 정책을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가 맡을 경우, 이를 이동통신 용도로 분배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700㎒ 대역 108㎒폭 중 40㎒를 이동통신용으로 정하고 나머지 주파수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당초 방통위는 국제적 추세에 따라 108㎒를 이동통신 용도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로비에 의해 40㎒폭만을 이동통신 용도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나머지 주파수 용도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채널 재배치가 끝나는 올해 10월 이후에 재 논의할 계획이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신규 및 회수 주파수의 분배ㆍ재배치 관련 심의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칭)주파수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경우 심의위원회는 전문성과 소신을 갖고 주파수를 관리할 수 없고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지상파들은 이 점을 노린 것이다. 독임제 부처보다 합의제 조직이나 심의위원회에서 주파수 정책을 맡아야 자신들의 주장을 보다 더 쉽게 관철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규 및 회수 주파수를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거나, 주파수를 통신과 방송으로 분리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만일 이같은 방안이 실행될 경우, 우리나라는 주파수 정책에 관한 한 `국제적 미아'가 될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파수 정책은 기술 개발 및 국제 분배 대응, 회수ㆍ재배치 등을 통한 신규 주파수 확보, 실제 분배, 관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며 "전문 기관이 중립적으로 다루어야 할 주파수 정책을 총리실에서 이해 관계 조정 중심으로 다루는 것은 전문성,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주파수는 방송, 통신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치안유지, 공공이용 목적 등 다양한 용도의 주파수가 서로 인접하거나 중첩돼 복잡하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완전히 구분해 분리, 관리토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전파 정책 소관을 방송, 통신과 같이 용도별로 구분할 경우, 다른 분야에서도 각각 소관을 주장할 수 있어 부처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국방 주파수는 국방부가, 치안용 주파수는 경찰청이 각각 소관해야 한다고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방송-통신 주파수 관리 분리 해외 사례없어=해외의 경우 방송과 통신 주파수를 분리한 사례가 없다. 미국의 경우 전파 관리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통신정보청(NTIA)으로 이원화돼 있는데, NTIA는 국방, 교통 등 연방 정부 차원의 전파관리를 수행하며 의회 소속 FCC가 방송과 통신 등 상업용 주파수를 관리한다.
영국은 통신방송 융합기구인 오프콤(Ofcom)이 통신, 방송용 주파수 구분없이 전체 주파수를 관리하고 있다. 호주 역시 통신방송 융합 기구인 호주통신미디어청(ACMA)에서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우정성에서 주파수를 관리하다 2001년 내각 개편 이후 업무가 총무성으로 이관됐다.
방송과 통신용 주파수를 서로 다른 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경우에도 전체적인 주파수 계획, 모니터링, 분배 등의 업무는 국립주파수청(ANFR)에서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 총리도 2012년 8월 방송통신융합에 따라 방송규제 기관과 통신 규제 기관을 통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강희종기자 mindle@
"여야 잠정합의안대로라면 국방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는 국방부가 관리해야 합니까?"
주파수 정책을 방송과 통신으로 분리한다는 여야의 잠정 합의안이 알려지자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방송계 수조원대 주파수 공짜로 사용 - 700㎒도 몰아주나=여야가 방송과 통신 주파수 정책을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소관으로 잠정 합의한 것은 방송계, 그중에서도 지상파방송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지상파방송사들은 방송의 공공성을 이유로 그동안 68개 채널 408MHz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 2011년에 SK텔레콤이 LTE용 20㎒ 주파수 대역을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방송사들은 최소 20조4000억원 규모의 주파수를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공영방송이라는 명분으로 사용료를 내지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KBS와같은 공영방송은 이해해도 MBC와 SBS, 그리고 각 비공영 방송사들이 국민의 주파수를 공짜로 쓰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특히 방송사들이 쓰는 주파수 대역은 저주파대역으로 통신사들이 쓰는 주파수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양질의 주파수다.
더구나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방송사들이 408MHz대역의 주파수를 모두 쓸 필요는 더욱 없다. 그럼에도 불구 지상파들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에 생기는 700㎒ 주파수 대역(108㎒폭)을 다시 방송용으로 재분배할 것을 요구해 왔다. 주파수 정책을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가 맡을 경우, 이를 이동통신 용도로 분배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700㎒ 대역 108㎒폭 중 40㎒를 이동통신용으로 정하고 나머지 주파수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당초 방통위는 국제적 추세에 따라 108㎒를 이동통신 용도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로비에 의해 40㎒폭만을 이동통신 용도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나머지 주파수 용도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채널 재배치가 끝나는 올해 10월 이후에 재 논의할 계획이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신규 및 회수 주파수의 분배ㆍ재배치 관련 심의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칭)주파수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경우 심의위원회는 전문성과 소신을 갖고 주파수를 관리할 수 없고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지상파들은 이 점을 노린 것이다. 독임제 부처보다 합의제 조직이나 심의위원회에서 주파수 정책을 맡아야 자신들의 주장을 보다 더 쉽게 관철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규 및 회수 주파수를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거나, 주파수를 통신과 방송으로 분리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만일 이같은 방안이 실행될 경우, 우리나라는 주파수 정책에 관한 한 `국제적 미아'가 될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파수 정책은 기술 개발 및 국제 분배 대응, 회수ㆍ재배치 등을 통한 신규 주파수 확보, 실제 분배, 관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며 "전문 기관이 중립적으로 다루어야 할 주파수 정책을 총리실에서 이해 관계 조정 중심으로 다루는 것은 전문성,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주파수는 방송, 통신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치안유지, 공공이용 목적 등 다양한 용도의 주파수가 서로 인접하거나 중첩돼 복잡하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완전히 구분해 분리, 관리토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전파 정책 소관을 방송, 통신과 같이 용도별로 구분할 경우, 다른 분야에서도 각각 소관을 주장할 수 있어 부처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국방 주파수는 국방부가, 치안용 주파수는 경찰청이 각각 소관해야 한다고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방송-통신 주파수 관리 분리 해외 사례없어=해외의 경우 방송과 통신 주파수를 분리한 사례가 없다. 미국의 경우 전파 관리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통신정보청(NTIA)으로 이원화돼 있는데, NTIA는 국방, 교통 등 연방 정부 차원의 전파관리를 수행하며 의회 소속 FCC가 방송과 통신 등 상업용 주파수를 관리한다.
영국은 통신방송 융합기구인 오프콤(Ofcom)이 통신, 방송용 주파수 구분없이 전체 주파수를 관리하고 있다. 호주 역시 통신방송 융합 기구인 호주통신미디어청(ACMA)에서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우정성에서 주파수를 관리하다 2001년 내각 개편 이후 업무가 총무성으로 이관됐다.
방송과 통신용 주파수를 서로 다른 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경우에도 전체적인 주파수 계획, 모니터링, 분배 등의 업무는 국립주파수청(ANFR)에서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 총리도 2012년 8월 방송통신융합에 따라 방송규제 기관과 통신 규제 기관을 통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강희종기자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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