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우는 박근혜 정부가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경제성장을 통해 세원을 확대함으로써 세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가계 부채 부담과 경제활동인구의 고령화로 소비가 줄고 기업 투자가 위축되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단기간에 성취하기 어렵다. 결국 당장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탈루되는 세금을 방지해 세수를 늘리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연간 7조8000억 원(2011년 기준, 조세연구원 분석)에 이르는 부가가치세 탈루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대신 납부하는 세법상의 맹점을 악용해 매출 누락, 허위 세금계산서, 폐업, 부당 환급 등으로 현재 연간 10조 원이 탈루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금융IT시스템을 활용한 거래 추적을 통해 실시간 부가가치세 납부제도(Real Time VAT)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시간 부가가치세 제도는 거래대금이 사업자의 은행계좌에서 부가세 가상계좌로 인출되고 이 가상계좌에서 매출자에게 대금이 입금되는 동시에 부가세가 국세청이 관리하는 부가세 관리계좌로 들어가는 구조다. 2010년 세계적 회계법인 PwC가 세금 탈루 방지 방안으로 이와 비슷한 제도를 EU에 제안해 현재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그에 앞서 국내는 2008년 7월부터 일부 시행되고 있다. 금 거래에 부가가치세 탈루가 극심해지자 정부는 당시 금지금 매입자납부 특례제도를 도입했다. 이름은 매입자납부 제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실시간 부가가치세를 납부 정산하는 RTVAT 성격이 짙다.
당시 제도 설계에 참여한 한호현 박사(전 미래IT전략연구소장)는 "금지금 매입자 납부제도는 매입자와 매수자간 거래에서 대금지급이 이뤄지는 순간 부가가치세가 별도의 계좌로 처리되면서 실시간 정산돼 원천적으로 세금 탈루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 시점에서 정부가 시급히 재정을 확충하는 방법은 RTVAT를 도입해 탈루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거래가 가상계좌에 의해 정산과 환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현금거래에 대한 유인이 사라지고 자료상이나 폭탄업체가 발붙일 공간이 없게 된다.
그는 "일각에서 논의하는 매입자 납부제도는 매출자와 매입자가 일일이 신고하는 번거로움이 크고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며 "현금거래 등으로 매입자에 의한 탈루 유혹이 생기고, 매입자가 납부하므로 현재 사업자가 이용하는 현금 유동성이 사라져 제도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사실, EU도 현금유동성(Cash Flow Impact) 때문에 PwC의 방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금유동성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사업자가 판매 후 세금을 받았다가 일정기간(거래시점에서 납부까지 기간) 가지고 있으면서 세금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RTVAT에서는 누릴 수 없다는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실시간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중간상의 경우 환급 받아야 할 금액을 미리 납부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RTVAT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현금유동성 때문이다. 하지만 한호현 박사는 실시간 환급과 부가가치세 가상계좌 및 통합 관리계좌 개념을 도입하면 이 문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세금납부 신용도에 따라 VAT계좌의 자금을 예전처럼 그대로 이용하게 하는 방법이 있고, 다음으로는 주거래 은행의 신용에 따라 일시 대출 형태로 자금을 운영하게 하는 방안이다. 사업자는 현행 납부제도에서처럼 부가세를 활용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도 기 확보된 세금의 운용이기 때문에 누수될 우려를 안 해도 된다.
RTVAT는 세금 탈루 방지를 타깃으로 하지만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데도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도입에 따른 관리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어렵지 않다. 세계적 흐름도 RTVAT 도입으로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한 만큼 RTVAT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규화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선임기자 david@dt.co.kr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대신 납부하는 세법상의 맹점을 악용해 매출 누락, 허위 세금계산서, 폐업, 부당 환급 등으로 현재 연간 10조 원이 탈루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금융IT시스템을 활용한 거래 추적을 통해 실시간 부가가치세 납부제도(Real Time VAT)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시간 부가가치세 제도는 거래대금이 사업자의 은행계좌에서 부가세 가상계좌로 인출되고 이 가상계좌에서 매출자에게 대금이 입금되는 동시에 부가세가 국세청이 관리하는 부가세 관리계좌로 들어가는 구조다. 2010년 세계적 회계법인 PwC가 세금 탈루 방지 방안으로 이와 비슷한 제도를 EU에 제안해 현재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그에 앞서 국내는 2008년 7월부터 일부 시행되고 있다. 금 거래에 부가가치세 탈루가 극심해지자 정부는 당시 금지금 매입자납부 특례제도를 도입했다. 이름은 매입자납부 제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실시간 부가가치세를 납부 정산하는 RTVAT 성격이 짙다.
당시 제도 설계에 참여한 한호현 박사(전 미래IT전략연구소장)는 "금지금 매입자 납부제도는 매입자와 매수자간 거래에서 대금지급이 이뤄지는 순간 부가가치세가 별도의 계좌로 처리되면서 실시간 정산돼 원천적으로 세금 탈루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 시점에서 정부가 시급히 재정을 확충하는 방법은 RTVAT를 도입해 탈루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거래가 가상계좌에 의해 정산과 환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현금거래에 대한 유인이 사라지고 자료상이나 폭탄업체가 발붙일 공간이 없게 된다.
그는 "일각에서 논의하는 매입자 납부제도는 매출자와 매입자가 일일이 신고하는 번거로움이 크고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며 "현금거래 등으로 매입자에 의한 탈루 유혹이 생기고, 매입자가 납부하므로 현재 사업자가 이용하는 현금 유동성이 사라져 제도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사실, EU도 현금유동성(Cash Flow Impact) 때문에 PwC의 방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금유동성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사업자가 판매 후 세금을 받았다가 일정기간(거래시점에서 납부까지 기간) 가지고 있으면서 세금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RTVAT에서는 누릴 수 없다는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실시간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중간상의 경우 환급 받아야 할 금액을 미리 납부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RTVAT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현금유동성 때문이다. 하지만 한호현 박사는 실시간 환급과 부가가치세 가상계좌 및 통합 관리계좌 개념을 도입하면 이 문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세금납부 신용도에 따라 VAT계좌의 자금을 예전처럼 그대로 이용하게 하는 방법이 있고, 다음으로는 주거래 은행의 신용에 따라 일시 대출 형태로 자금을 운영하게 하는 방안이다. 사업자는 현행 납부제도에서처럼 부가세를 활용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도 기 확보된 세금의 운용이기 때문에 누수될 우려를 안 해도 된다.
RTVAT는 세금 탈루 방지를 타깃으로 하지만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데도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도입에 따른 관리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어렵지 않다. 세계적 흐름도 RTVAT 도입으로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한 만큼 RTVAT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규화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선임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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