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인간은 스마트폰만 손에 쥐고 있으면 음성으로 아니면 문자로 하고 싶은 말을 그야말로 시공간의 제약없이 날릴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이제 최고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위 SNS로 불리는 각종 서비스들이 그것이다. 이 산업은 디지털 신호를 쉴새없이 유통시키는 그물망으로 언어를 사로잡으며 SNS의 사용자를 언어위에 군림하게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다. 이 유통망에서 사용자인 인간은 언어를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꾸미고, 바꾸고 줄이고 비틀 수 있다. SNS에서 인간은 언어의 주인이고 언어는 인간의 표현 욕망에 종속된 소통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기막힌 표현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시라고 칭하며 돈을 버는 시인들.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이들은 언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칠레의 시인 네루다, 그의 삶이 일포스티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이 위대한 시인은 그의 작품 `시'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생략)
이 시인은 어떤 비밀스런 자신만의 기술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말을 머릿 속으로 만들어 전파하는 것이 시가 아니란다. 오히려 그를 찾아오는 언어가 시란다. 시의 언어는 인간에게 종속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래서 한번 생각해본다. 과연 언어는 인간에게 종속될 수 없는 것인가. 오히려 언어가 인간에 우선하는 것인가.
사실 어떤 인간도 언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누구와 대화하지 않고 혼자 있을 때,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조차 그 생각은 말로 이뤄진다. 마치 우리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숨을 쉬고 살아가면서 거기에 의식을 집중할 때 비로소 의식하는 것처럼, 숨을 거두면 숨쉬기에 대한 의식도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언어를 정지시키면, 그 언어로 이루어지던 생각도 증발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인 고은도 어디선가 비슷한 방식으로 실토한 바 있다. "그동안을 돌이켜볼 때 나는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시가 씌어진 것을 깨닫게 됩니다. … 비둘기 같이, 빛의 광선처럼 시가 와요." 그는 또 어디선가 사물들은 말을 통해서 비로소 암흑 속에서 불리어내 지어 각기 구별되는 사물로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시인이거나 이 땅인 시인이거나 위대한 시인은 한결같이 고백한다. 진정한 시적 언어는 그들을 찾아온다고. 그리고 사물의 존재가 미리 있고 거기에 말이란 그와 다른 것이 붙어져지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존재는 말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렇게 말과 사물은 결코 결별할 수 없는 결코 중단될 수 없는 영원한 밀월여행의 도정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시인 게오르게는 읊조린다. "말이 부서지면 사물도 부서진다고."
올해는 이상하게도 봄이 더디 온다. 그래서 봄이 그립고 더 기다려진다. 그래도 봄이 오면 봄바람과 함께 꽃이 피겠지. 봄바람을 맞으면서 잠시라도 SNS에 사로잡힌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벗어나보면 어떨까. 그리고 시를 읽어보면 어떨까. 우리에게도 봄과 함께 시가 찾아오길 기다리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는 진정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그런데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기막힌 표현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시라고 칭하며 돈을 버는 시인들.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이들은 언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칠레의 시인 네루다, 그의 삶이 일포스티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이 위대한 시인은 그의 작품 `시'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생략)
이 시인은 어떤 비밀스런 자신만의 기술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말을 머릿 속으로 만들어 전파하는 것이 시가 아니란다. 오히려 그를 찾아오는 언어가 시란다. 시의 언어는 인간에게 종속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래서 한번 생각해본다. 과연 언어는 인간에게 종속될 수 없는 것인가. 오히려 언어가 인간에 우선하는 것인가.
사실 어떤 인간도 언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누구와 대화하지 않고 혼자 있을 때,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조차 그 생각은 말로 이뤄진다. 마치 우리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숨을 쉬고 살아가면서 거기에 의식을 집중할 때 비로소 의식하는 것처럼, 숨을 거두면 숨쉬기에 대한 의식도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언어를 정지시키면, 그 언어로 이루어지던 생각도 증발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인 고은도 어디선가 비슷한 방식으로 실토한 바 있다. "그동안을 돌이켜볼 때 나는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시가 씌어진 것을 깨닫게 됩니다. … 비둘기 같이, 빛의 광선처럼 시가 와요." 그는 또 어디선가 사물들은 말을 통해서 비로소 암흑 속에서 불리어내 지어 각기 구별되는 사물로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시인이거나 이 땅인 시인이거나 위대한 시인은 한결같이 고백한다. 진정한 시적 언어는 그들을 찾아온다고. 그리고 사물의 존재가 미리 있고 거기에 말이란 그와 다른 것이 붙어져지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존재는 말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렇게 말과 사물은 결코 결별할 수 없는 결코 중단될 수 없는 영원한 밀월여행의 도정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시인 게오르게는 읊조린다. "말이 부서지면 사물도 부서진다고."
올해는 이상하게도 봄이 더디 온다. 그래서 봄이 그립고 더 기다려진다. 그래도 봄이 오면 봄바람과 함께 꽃이 피겠지. 봄바람을 맞으면서 잠시라도 SNS에 사로잡힌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벗어나보면 어떨까. 그리고 시를 읽어보면 어떨까. 우리에게도 봄과 함께 시가 찾아오길 기다리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는 진정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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