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난산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키워드인 `창조경제'를 주도할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이야기다.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공무원들은 갈 곳 없이 몇 주를 보냈고, 막상 법이 처리돼도 장관이 없다 보니 보직 없이 몇 주를 보내야 했다. 탄생 과정에서는 기능을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부처들간 다툼으로 창조경제의 핵심 기능 일부는 놓친 상태로 태어났다.
17일 비로소 최문기 장관이 취임하고 실ㆍ국장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미래부는 이제야 일할 수 있는 틀을 갖췄다. 정부 출범 50여일 만이다.
스타트가 늦어진 만큼 미래부의 발걸음은 바빠 보인다. 대통령도 마음은 매한가지인 것 같다. 지난 18일 최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말을 꺼내며 "늦었다고 탄식할 것이 아니라 총알 같은 속도로 열심히 업무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숙제다. 그런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미래부에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먼저, 속도는 내되 지름길은 선택하지 말길 바란다. 급하게 서둘러 내놓는 정책은 기존 틀은 그대로 둔 채 새로 뭔가를 더 얹는 덧방공사식이 될 수밖에 없다. MB 정부 초반 지식경제부가 했던 `R&D 속도전'이 그런 예다. R&D를 건설공사식으로 밀어부쳐서 `공기'를 앞당기라는 기형적 정책이었다.
미래부는 업무보고에서 `신산업 창조', `국민행복', `플래그십' 등 새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내놨다. 이들 사업이 `덧방공사'가 되지 않으려면 `글로벌 프론티어', `신성장동력 `, `내셔널 어젠다' 등 기존 사업과 교통정리부터 해야 한다. 비슷한 사업을 중복해 벌일 게 아니라 기존 사업 중 일부는 정리하거나 내용을 변형해 새 프로젝트에 흡수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정책과 사업에 창조경제 철학을 녹여넣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 길을 내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과거에 있던 길을 다듬는 일이다. 기업과 대학ㆍ출연연, R&D 성과와 시장, R&D 부처와 기술 수요부처, 기술창업자와 투자기관 사이의 `길목'을 찾아 막힌 것들이 흐르게 해야 한다. 정부R&D가 `R&D를 위한 R&D'에 그치고 성과물인 기술과 특허가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창조경제는 불가능하다. 부처 칸막이 문제만 해결해도 많은 문제에 답이 저절로 나온다.
또 융합지상주의에 매몰되지 말길 바란다. 지난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에 매달리다 보니 모든 R&D를 기초R&D화했고, 산업ㆍ시장과 연결하는 끈을 놓아버렸다. 미래부도 모든 정책과 사업을 창조경제 한가지 색깔로 만들까 우려된다. 기초R&D와 응용R&D, 산업화 등 특성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산업화를 위해 R&D 성과를 기술가치 평가, 기술이전, 사업화 등으로 연계하는 기능은 필수다. 교과부는 기초연구에 치중하다 그 기능을 제대로 못 했다.
기관장 인사도 중요하다. 전문성이 중요한 출연연 기관장은 임기 보장이 원칙이겠지만 정치적 이유로 한 자리씩 얻은 인사들은 물갈이가 돼야 한다. 과학기술계 몇명만 붙잡고 물어봐도 누가 그런 사람인지 답이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책의 과대포장이다. 별 연관성도 없는데 `창조경제'를 내건 토론회와 자료가 넘치다 보니 이제 시작인데 창조경제 피로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포장보다 내실에 집중해야 5년 뒤 정부 성적표를 매길 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결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생활과학부 안경애 차장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공무원들은 갈 곳 없이 몇 주를 보냈고, 막상 법이 처리돼도 장관이 없다 보니 보직 없이 몇 주를 보내야 했다. 탄생 과정에서는 기능을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부처들간 다툼으로 창조경제의 핵심 기능 일부는 놓친 상태로 태어났다.
17일 비로소 최문기 장관이 취임하고 실ㆍ국장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미래부는 이제야 일할 수 있는 틀을 갖췄다. 정부 출범 50여일 만이다.
스타트가 늦어진 만큼 미래부의 발걸음은 바빠 보인다. 대통령도 마음은 매한가지인 것 같다. 지난 18일 최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말을 꺼내며 "늦었다고 탄식할 것이 아니라 총알 같은 속도로 열심히 업무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숙제다. 그런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미래부에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먼저, 속도는 내되 지름길은 선택하지 말길 바란다. 급하게 서둘러 내놓는 정책은 기존 틀은 그대로 둔 채 새로 뭔가를 더 얹는 덧방공사식이 될 수밖에 없다. MB 정부 초반 지식경제부가 했던 `R&D 속도전'이 그런 예다. R&D를 건설공사식으로 밀어부쳐서 `공기'를 앞당기라는 기형적 정책이었다.
미래부는 업무보고에서 `신산업 창조', `국민행복', `플래그십' 등 새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내놨다. 이들 사업이 `덧방공사'가 되지 않으려면 `글로벌 프론티어', `신성장동력 `, `내셔널 어젠다' 등 기존 사업과 교통정리부터 해야 한다. 비슷한 사업을 중복해 벌일 게 아니라 기존 사업 중 일부는 정리하거나 내용을 변형해 새 프로젝트에 흡수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정책과 사업에 창조경제 철학을 녹여넣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 길을 내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과거에 있던 길을 다듬는 일이다. 기업과 대학ㆍ출연연, R&D 성과와 시장, R&D 부처와 기술 수요부처, 기술창업자와 투자기관 사이의 `길목'을 찾아 막힌 것들이 흐르게 해야 한다. 정부R&D가 `R&D를 위한 R&D'에 그치고 성과물인 기술과 특허가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창조경제는 불가능하다. 부처 칸막이 문제만 해결해도 많은 문제에 답이 저절로 나온다.
또 융합지상주의에 매몰되지 말길 바란다. 지난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에 매달리다 보니 모든 R&D를 기초R&D화했고, 산업ㆍ시장과 연결하는 끈을 놓아버렸다. 미래부도 모든 정책과 사업을 창조경제 한가지 색깔로 만들까 우려된다. 기초R&D와 응용R&D, 산업화 등 특성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산업화를 위해 R&D 성과를 기술가치 평가, 기술이전, 사업화 등으로 연계하는 기능은 필수다. 교과부는 기초연구에 치중하다 그 기능을 제대로 못 했다.
기관장 인사도 중요하다. 전문성이 중요한 출연연 기관장은 임기 보장이 원칙이겠지만 정치적 이유로 한 자리씩 얻은 인사들은 물갈이가 돼야 한다. 과학기술계 몇명만 붙잡고 물어봐도 누가 그런 사람인지 답이 나온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책의 과대포장이다. 별 연관성도 없는데 `창조경제'를 내건 토론회와 자료가 넘치다 보니 이제 시작인데 창조경제 피로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포장보다 내실에 집중해야 5년 뒤 정부 성적표를 매길 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결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생활과학부 안경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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