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티크 디자인 웨스트(Boutique Design West)에 다녀왔다. 호텔ㆍ리조트ㆍ레스토랑 등 `환대산업'(hospitality industry)의 무역박람회로 최신 정보를 교류하고 새로 개발된 갖가지 시설과 장비, 비품 등을 거래하는 장이다.
최첨단 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겨루는 현장에서 침구류와 잠옷ㆍ수건ㆍ커튼 등을 제조하는 `코니 호피털리티'(Koni Hospitality)의 전시관에 눈길이 갔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민을 간 한국계 미국인 코니 김(Koni Kim)이 운영하는 이 회사 제품들이 하나같이 세련되고 우아하게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50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여성 기업' 중 2위에 올라 있는 견실한 기업이었다. 환대산업은 대체로 전통 기술을 기반으로 하므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서 유난히 경쟁이 치열한데도, 코니 호스피탈리티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바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해주는 `특별함'(extraordinariness)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UCLA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김 사장은 여성 디자이너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경쟁 상대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특별한 제품으로 승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조적인 혁신 사례 중에는 세계적 호텔 체인인 웨스틴호텔 디자인팀과 함께 개발한 `웨스틴 천국 침대'를 꼽을 수 있다.
장거리 여행과 시차로 인하여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배려하여 10겹으로 디자인된 이 침대는 외견상으로는 일반 침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누워보면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다. 따라서 웨스틴 천국 침대는 호텔업계가 고객을 위한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코니의 제품들은 비록 전통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양한 고객들의 개별적인 요구를 반영해 주문 제작 방식으로 디자인된다. 호텔 경영자, 투숙객, 객실 청소부 등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덕분에 호텔 체인 윈덤ㆍ스타우드ㆍ메리어트ㆍ힐튼 등에 납품되고 있으며 한 해 수익은 2400만 달러(약 264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부터 델타항공이 뉴욕-로스앤젤레스 구간 등 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에게 웨스틴 천국 침구를 제공하기로 하여 수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례는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고객의 욕망을 제대로 충족시키려면 보통 제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이제는 특별함이 담긴 베스트 디자인(best design)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굿 디자인을 넘어 베스트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아니지만 그 성과가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떤 산업이든 같다.
생활용품이든 휴대전화든 자동차든 업종을 망라하여 디자인은 경쟁력의 원천이다. 특히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려면 디자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창조산업의 성공 여부는 디자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독창적인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술적으로 탁월했으나 디자인이 평범해서 사장(死藏)된 혁신사례들이 많은 것처럼, 각본이 아무리 훌륭해도 공연장, 무대, 조명, 의상 등의 디자인이 부실하면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
게임, 웹사이트, 엡 등의 콘텐츠가 아무리 좋더라도 디자인이 잘못되면 그 가치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창조 경제에 활력을 넣으려면 고객의 마음 속 욕망을 읽고 충족시켜주는 디자이너의 뛰어난 재능과 솜씨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최첨단 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겨루는 현장에서 침구류와 잠옷ㆍ수건ㆍ커튼 등을 제조하는 `코니 호피털리티'(Koni Hospitality)의 전시관에 눈길이 갔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민을 간 한국계 미국인 코니 김(Koni Kim)이 운영하는 이 회사 제품들이 하나같이 세련되고 우아하게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50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여성 기업' 중 2위에 올라 있는 견실한 기업이었다. 환대산업은 대체로 전통 기술을 기반으로 하므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서 유난히 경쟁이 치열한데도, 코니 호스피탈리티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바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해주는 `특별함'(extraordinariness)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UCLA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김 사장은 여성 디자이너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경쟁 상대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특별한 제품으로 승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조적인 혁신 사례 중에는 세계적 호텔 체인인 웨스틴호텔 디자인팀과 함께 개발한 `웨스틴 천국 침대'를 꼽을 수 있다.
장거리 여행과 시차로 인하여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배려하여 10겹으로 디자인된 이 침대는 외견상으로는 일반 침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누워보면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다. 따라서 웨스틴 천국 침대는 호텔업계가 고객을 위한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코니의 제품들은 비록 전통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양한 고객들의 개별적인 요구를 반영해 주문 제작 방식으로 디자인된다. 호텔 경영자, 투숙객, 객실 청소부 등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덕분에 호텔 체인 윈덤ㆍ스타우드ㆍ메리어트ㆍ힐튼 등에 납품되고 있으며 한 해 수익은 2400만 달러(약 264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부터 델타항공이 뉴욕-로스앤젤레스 구간 등 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에게 웨스틴 천국 침구를 제공하기로 하여 수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례는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고객의 욕망을 제대로 충족시키려면 보통 제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이제는 특별함이 담긴 베스트 디자인(best design)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굿 디자인을 넘어 베스트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아니지만 그 성과가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떤 산업이든 같다.
생활용품이든 휴대전화든 자동차든 업종을 망라하여 디자인은 경쟁력의 원천이다. 특히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려면 디자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창조산업의 성공 여부는 디자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독창적인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술적으로 탁월했으나 디자인이 평범해서 사장(死藏)된 혁신사례들이 많은 것처럼, 각본이 아무리 훌륭해도 공연장, 무대, 조명, 의상 등의 디자인이 부실하면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
게임, 웹사이트, 엡 등의 콘텐츠가 아무리 좋더라도 디자인이 잘못되면 그 가치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창조 경제에 활력을 넣으려면 고객의 마음 속 욕망을 읽고 충족시켜주는 디자이너의 뛰어난 재능과 솜씨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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