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언을 하는 신하가 충신인 것처럼, 시장의 오류를 지적해 제 기능을 다하도록 하는 경제학자야말로 진정한 시장경제주의자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대체 불가능한 위대한 경제학자`라고 말한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흔히 `시장 불신자'로 오해받는다. 그가 작년에 낸 책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가 최근 번역돼 나오면서 그의 진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그는 시장의 충신이다.
스티글리츠는 많은 시장경제주의 학자들이 보지 못하거나 보고도 못 본 채 하는 21세기 시장의 불완전성과 왜곡을 끄집어낸다. 그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기 전 경고음을 잇달아 울렸다. 그가 남다른 점은 적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농후한 말들을 거침없이 한다는 점이다. 20세기 이전 버전 자본주의 `표준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스티글리츠의 책이 시선을 잡는 것은 그가 언급한 미국의 불평등보다 한국의 불평등 정도가 더 심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왜곡과 오류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추락한 자본주의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시장의 힘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그것은 만인의 계약에 의해, 정치시스템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이 스티글리츠의 주장이다. 더 근원적으로 보면 250년 전 자연법 사상가들이 사회계약론으로 주장한 바다.
이제 그 부도난 계약을 수선해 시장의 효율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시장의 실패는 규칙이 잘못 정해졌기 때문이지 시장 그 자체의 메카니즘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21세기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 시도가 만약 실패한다면 암울한 미래가 기다린다. 세계는 경제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이중경제(Dual Economy)로 전락해 한 하늘 아래 살지만 생각과 문화 생활공간이 단절돼 두 세계로 나뉘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 같은 주장은 지금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박근혜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실현방안이 지난주 발표됐다. 국민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경제욕망을 자극해 신산업과 신 시장을 열고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선순환 성장 틀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권 출범 직후 막후로 밀려난 경제민주화를 창조경제가 대신하는 국면이다. 창조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정 경쟁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기득권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지쳐있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카드사와 캐피털사들의 고리에 착취당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가. 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25~28%에 이르는 카드사와 캐피털사의 약탈적 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20%를 훨씬 넘는다. 여기에 사회적 초 약자들이 이용하는 대부업계의 금리는 40%에 육박한다. 조달금리가 내리고 회수율은 큰 변화가 없는데 어째서 금리는 내리지 않는가. 그들의 탐욕은 그렇다치더라도 이는 금융감독 당국의 직무유기다.
이런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시장 맹종(배신이라해도 좋다)주의자들은 금리를 내리면 저 신용자들이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한다. 무분별한 차입 증가로 빚의 늪에 빠진다는 걱정까지 하면서. 이것은 게임에 있어서 규칙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지 수요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 불개입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개입을 은근히 바라는 경우가 있다. 자기 이해와 밀접한 일이라면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거나 눈을 감는다. 2020년 이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학연금의 시장경제적 해결책은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맹종 학자들은 이에 대해 반대하거나 눈을 감는다. 심지어 공무원연금처럼 재정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우리 사회 소수 기득권층은 인지부조화에 걸려 있다. 태도와 행동간 일관되지 않아 불편을 겪으면서도 행동을 고치려 하지 않고 정당화한다. 시장주의를 주장하지만 자기 이해와 관계된다면 정부 개입에 의한 이익 보호에 매달린다.
전면적 경제시스템 교체 없이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경제민주화는 성공하기 어렵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충심어린 고언에 귀기울일 때다. 물론 스티글리츠라고 해서 만능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재정정책을 통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실시하고 경기회복기에 창출되는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 노동자들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전통적 해법은 많이 듣던 얘기다.
그렇더라도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간곡한 주장은 충심에서 나오는 것임을 누구나 안다. 시장을 걱정하는 진정한 시장경제주의자의 사자후가 지금 한국사회에 마지막 충고를 하고 있다. 빠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이규화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선임기자 david@
스티글리츠는 많은 시장경제주의 학자들이 보지 못하거나 보고도 못 본 채 하는 21세기 시장의 불완전성과 왜곡을 끄집어낸다. 그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기 전 경고음을 잇달아 울렸다. 그가 남다른 점은 적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농후한 말들을 거침없이 한다는 점이다. 20세기 이전 버전 자본주의 `표준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스티글리츠의 책이 시선을 잡는 것은 그가 언급한 미국의 불평등보다 한국의 불평등 정도가 더 심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왜곡과 오류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추락한 자본주의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시장의 힘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그것은 만인의 계약에 의해, 정치시스템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이 스티글리츠의 주장이다. 더 근원적으로 보면 250년 전 자연법 사상가들이 사회계약론으로 주장한 바다.
이제 그 부도난 계약을 수선해 시장의 효율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시장의 실패는 규칙이 잘못 정해졌기 때문이지 시장 그 자체의 메카니즘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21세기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 시도가 만약 실패한다면 암울한 미래가 기다린다. 세계는 경제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이중경제(Dual Economy)로 전락해 한 하늘 아래 살지만 생각과 문화 생활공간이 단절돼 두 세계로 나뉘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 같은 주장은 지금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박근혜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실현방안이 지난주 발표됐다. 국민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경제욕망을 자극해 신산업과 신 시장을 열고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선순환 성장 틀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권 출범 직후 막후로 밀려난 경제민주화를 창조경제가 대신하는 국면이다. 창조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정 경쟁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기득권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지쳐있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카드사와 캐피털사들의 고리에 착취당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가. 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25~28%에 이르는 카드사와 캐피털사의 약탈적 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20%를 훨씬 넘는다. 여기에 사회적 초 약자들이 이용하는 대부업계의 금리는 40%에 육박한다. 조달금리가 내리고 회수율은 큰 변화가 없는데 어째서 금리는 내리지 않는가. 그들의 탐욕은 그렇다치더라도 이는 금융감독 당국의 직무유기다.
이런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시장 맹종(배신이라해도 좋다)주의자들은 금리를 내리면 저 신용자들이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한다. 무분별한 차입 증가로 빚의 늪에 빠진다는 걱정까지 하면서. 이것은 게임에 있어서 규칙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지 수요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 불개입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개입을 은근히 바라는 경우가 있다. 자기 이해와 밀접한 일이라면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거나 눈을 감는다. 2020년 이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학연금의 시장경제적 해결책은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맹종 학자들은 이에 대해 반대하거나 눈을 감는다. 심지어 공무원연금처럼 재정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우리 사회 소수 기득권층은 인지부조화에 걸려 있다. 태도와 행동간 일관되지 않아 불편을 겪으면서도 행동을 고치려 하지 않고 정당화한다. 시장주의를 주장하지만 자기 이해와 관계된다면 정부 개입에 의한 이익 보호에 매달린다.
전면적 경제시스템 교체 없이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경제민주화는 성공하기 어렵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충심어린 고언에 귀기울일 때다. 물론 스티글리츠라고 해서 만능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재정정책을 통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실시하고 경기회복기에 창출되는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 노동자들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전통적 해법은 많이 듣던 얘기다.
그렇더라도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간곡한 주장은 충심에서 나오는 것임을 누구나 안다. 시장을 걱정하는 진정한 시장경제주의자의 사자후가 지금 한국사회에 마지막 충고를 하고 있다. 빠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이규화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선임기자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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