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연구자를 만날 기회가 있지만 만나기 전 가장 긴장되는 상대는 단연 수학자들이다. 수학자들과 그들의 연구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다른 기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화학이나 생명 등 다른 연구자들에게는 질문을 퍼붓던 기자들도 수학자 앞에서는 유독 과묵해진다. 당연히 수학 관련한 기사는 하나같이 매우 간략하게 끝난다. 수학자들도 자신이 하는 일을 대중들이 제대로 이해해주기를 크게 바라지 않아 보인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런 수학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 예일대 수학과가 312년간 고수해온 `금녀의 벽`을 뛰어넘어 첫 종신 여교수로 임용된 오희 교수는 세계 수학계에 한국인의 실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칼텍과 브라운대에서도 각각 역사상 두 번째, 세 번째 수학과 종신 여교수에 올랐었다.
성공한 수학자들의 발자취를 좇으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실력도 세계적이다.
세계적 수학 영재들이 모이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역대 최초로 참가 학생 전원이 금메달을 따면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1988년 호주 시드니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래 25년만에 거둔 쾌거였다.
이런 청소년들이 세계적 수학자 대열에 오르려면 탄탄한 연구지원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다. 국내에서는 고등과학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수리과학연구소를 보면 국내 수학계의 척박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수학분야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수학계와 사회 및 산업 전 분야를 잇는 미션을 갖고 출범했지만 연구소 구성인력 약 70명 중 3분의 2가 비정규직이다. 다른 출연연들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둥지를 틀고 있을 때 이 연구소는 수년간 대전시의 한 상가건물 2층에 세를 얻어 있었다. 간판을 본 학부모들이 영재학원인 줄 알고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여기에다 끊임없는 내부 반목과 갈등 속에 투서가 난무하면서 세계적인 수학자로 꼽히는 전 기관장은 중도하차했고, 정부의 무관심까지 더해 2010년과 2011년에는 기관장 공석 상태가 이어졌다. 지금도 조직 내 갈등과 노조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세계적 수월성을 모토로 하는 기초과학연구원 부설이지만 사무실 임차료를 내면 기관 경상비가 얼마 남지 않아 불요불급한 일에도 돈을 쓰기 힘든 사정이라고 한다.
연구환경이 이래서는 촉망받는 젊은 영재들이 수학자의 길을 기꺼이 선택하기가 힘들다.
수학자들은 머릿속에 또하나의 세상을 담아두고 사는 이들이다. 수학은 우주의 근본원리를 기술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면서 인터넷 등 첨단 IT기술 진화를 주도해왔다. 빅데이터 분석, 금융투자기법 개발 등 시장과 사회의 작동 메커니즘을 분석해 산업에 활용하는 기초 수단이기도 하다. 수학이 과학과 사회, 산업 전반에서 더 크게 활약하도록 하려면 그에 걸맞은 환경을 갖춰줘야 한다.
내년은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처음 국내에서 열리는 해다. 이 행사에서는 대통령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에게 메달을 수여하게 된다. 국내 수학계는 ICM 유치를 계기로 세계에서 대한민국 수학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각오에 들떠있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인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불편한 우리의 진실을 돌아보고 고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안경애 생활과학부 차장
다행인 것은 다른 기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화학이나 생명 등 다른 연구자들에게는 질문을 퍼붓던 기자들도 수학자 앞에서는 유독 과묵해진다. 당연히 수학 관련한 기사는 하나같이 매우 간략하게 끝난다. 수학자들도 자신이 하는 일을 대중들이 제대로 이해해주기를 크게 바라지 않아 보인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런 수학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 예일대 수학과가 312년간 고수해온 `금녀의 벽`을 뛰어넘어 첫 종신 여교수로 임용된 오희 교수는 세계 수학계에 한국인의 실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칼텍과 브라운대에서도 각각 역사상 두 번째, 세 번째 수학과 종신 여교수에 올랐었다.
성공한 수학자들의 발자취를 좇으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실력도 세계적이다.
세계적 수학 영재들이 모이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역대 최초로 참가 학생 전원이 금메달을 따면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1988년 호주 시드니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래 25년만에 거둔 쾌거였다.
이런 청소년들이 세계적 수학자 대열에 오르려면 탄탄한 연구지원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다. 국내에서는 고등과학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수리과학연구소를 보면 국내 수학계의 척박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수학분야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수학계와 사회 및 산업 전 분야를 잇는 미션을 갖고 출범했지만 연구소 구성인력 약 70명 중 3분의 2가 비정규직이다. 다른 출연연들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둥지를 틀고 있을 때 이 연구소는 수년간 대전시의 한 상가건물 2층에 세를 얻어 있었다. 간판을 본 학부모들이 영재학원인 줄 알고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여기에다 끊임없는 내부 반목과 갈등 속에 투서가 난무하면서 세계적인 수학자로 꼽히는 전 기관장은 중도하차했고, 정부의 무관심까지 더해 2010년과 2011년에는 기관장 공석 상태가 이어졌다. 지금도 조직 내 갈등과 노조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세계적 수월성을 모토로 하는 기초과학연구원 부설이지만 사무실 임차료를 내면 기관 경상비가 얼마 남지 않아 불요불급한 일에도 돈을 쓰기 힘든 사정이라고 한다.
연구환경이 이래서는 촉망받는 젊은 영재들이 수학자의 길을 기꺼이 선택하기가 힘들다.
수학자들은 머릿속에 또하나의 세상을 담아두고 사는 이들이다. 수학은 우주의 근본원리를 기술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면서 인터넷 등 첨단 IT기술 진화를 주도해왔다. 빅데이터 분석, 금융투자기법 개발 등 시장과 사회의 작동 메커니즘을 분석해 산업에 활용하는 기초 수단이기도 하다. 수학이 과학과 사회, 산업 전반에서 더 크게 활약하도록 하려면 그에 걸맞은 환경을 갖춰줘야 한다.
내년은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처음 국내에서 열리는 해다. 이 행사에서는 대통령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에게 메달을 수여하게 된다. 국내 수학계는 ICM 유치를 계기로 세계에서 대한민국 수학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각오에 들떠있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인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불편한 우리의 진실을 돌아보고 고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안경애 생활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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