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법제화에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공세거리를 쥔 야당은 대통령과 여당의 아픈 곳을 휘저을 태세다. 야당은 소수이면서 법 제정에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유래 없는 괴물 법으로 인해 우리 국회는 다수가 소수에 끌려 다니는 웃지 못 할 상황에 처해있다.
기초연금 논란은 두 가지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기로 해놓고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한다는 것과 국민연금과 연계해 연금가입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방안이다. 특히, 이 국민연금 연계 방식에서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 100% 지금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사과를 해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사정이 나아지면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그냥 담요 쓰고 두들겨 맞겠다는 자세로 응할 수밖에.그러나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세운 이상, 정부도 논리를 만들어야 하고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진영 전 복지부장관과 야당이 주장하는 소득연계 방식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합당해 보여 국민여론이 그리로 기울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국민연금 연계 방식이 저항에 부딪친 것은 비가입자를 포함해 가입 기간 11년까지는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고 1년마다 1만원씩 줄어들어 20년 이상이 되면 1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안 때문이다. 야당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 대한 역 차별이라며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한 것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수록 수령액이 늘어나므로 무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또 다른 고려사항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이제 20여 년 밖에 안 됐고 노인층 70%가 비가입자다. 가입자라 해도 단기가입자가 대다수다. 이들은 대부분 소득 하위 70% 노인층과 겹친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배려에서 국민연금 연계방식이 고안된 것이다.
정부가 소득연계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어 조금 여유가 있는 노인층에게 기초연금을 덜 줄 수 있게 하려면 소득연계 보다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게 맞다. 이 경우 향후 재원부담을 덜 수 있다. 반면 현재의 노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다.
둘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이원화된 노후보장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통합하려는 정부 구상에 상응하는 지급방식은 소득연계가 아닌 국민연금 연계방식이다. 사실 이름은 연금으로 불리지만 기초연금은 공적부조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야당이 주장하는 소득연계 방식은 그 이면에 소득의 현금 보전이란 공적부조적 성격이 강하다.
셋째,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소득 연계방식은 노인층의 소득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소득 역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소득인정액(실 소득액 + 재산의 소득 환산금액)을 산정하는 데에 많은 애로가 있고 또 소득 숨기기와 재산 빼돌리기 등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야당은 정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불린 국민연금이 늘어나니 기초연금이 줄어들어도 손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공격한다.
여기서 연금에 대한 시각을 바로 할 필요가 있다. 야당과 일부 소득연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연금을 원금과 이자가 보장된 저축으로 보는 심리가 잠재돼 있다. 실제로 `국민이 내서 불린 돈'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연금을 오해한 데서 생긴 말이다. 연금은 저축이 아니다. 복지선진국들이 `국민저축'이 아닌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것은 저축이 가지지 못하는 노후 보장, 불의사고 대비, 소득재분배, 세대별 부조라는 사회 보험적 기능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을 저축으로 보는 순간 이 같은 기능은 부정된다.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소득연계방식이 아닌 국민연금 연계 방식을 택한 것은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결정이다.
여기엔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통해 복지국가로 간다는 장기적 포석이 깔려 있다. 정부는 국회 입법화 과정에 대비해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한 노력을 적극 펼쳐야 한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이 안 보인다. 만약 기초연금의 법제화가 무산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복지 철학과 동력은 사그라질 것이다. 그럼 무엇이 남겠는가.
이규화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선임기자
기초연금 논란은 두 가지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기로 해놓고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한다는 것과 국민연금과 연계해 연금가입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방안이다. 특히, 이 국민연금 연계 방식에서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 100% 지금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사과를 해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사정이 나아지면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그냥 담요 쓰고 두들겨 맞겠다는 자세로 응할 수밖에.그러나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세운 이상, 정부도 논리를 만들어야 하고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진영 전 복지부장관과 야당이 주장하는 소득연계 방식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합당해 보여 국민여론이 그리로 기울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국민연금 연계 방식이 저항에 부딪친 것은 비가입자를 포함해 가입 기간 11년까지는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고 1년마다 1만원씩 줄어들어 20년 이상이 되면 1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안 때문이다. 야당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 대한 역 차별이라며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한 것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수록 수령액이 늘어나므로 무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또 다른 고려사항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이제 20여 년 밖에 안 됐고 노인층 70%가 비가입자다. 가입자라 해도 단기가입자가 대다수다. 이들은 대부분 소득 하위 70% 노인층과 겹친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배려에서 국민연금 연계방식이 고안된 것이다.
정부가 소득연계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어 조금 여유가 있는 노인층에게 기초연금을 덜 줄 수 있게 하려면 소득연계 보다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게 맞다. 이 경우 향후 재원부담을 덜 수 있다. 반면 현재의 노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다.
둘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이원화된 노후보장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통합하려는 정부 구상에 상응하는 지급방식은 소득연계가 아닌 국민연금 연계방식이다. 사실 이름은 연금으로 불리지만 기초연금은 공적부조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야당이 주장하는 소득연계 방식은 그 이면에 소득의 현금 보전이란 공적부조적 성격이 강하다.
셋째,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소득 연계방식은 노인층의 소득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소득 역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소득인정액(실 소득액 + 재산의 소득 환산금액)을 산정하는 데에 많은 애로가 있고 또 소득 숨기기와 재산 빼돌리기 등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야당은 정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불린 국민연금이 늘어나니 기초연금이 줄어들어도 손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공격한다.
여기서 연금에 대한 시각을 바로 할 필요가 있다. 야당과 일부 소득연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연금을 원금과 이자가 보장된 저축으로 보는 심리가 잠재돼 있다. 실제로 `국민이 내서 불린 돈'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연금을 오해한 데서 생긴 말이다. 연금은 저축이 아니다. 복지선진국들이 `국민저축'이 아닌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것은 저축이 가지지 못하는 노후 보장, 불의사고 대비, 소득재분배, 세대별 부조라는 사회 보험적 기능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을 저축으로 보는 순간 이 같은 기능은 부정된다.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소득연계방식이 아닌 국민연금 연계 방식을 택한 것은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결정이다.
여기엔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통해 복지국가로 간다는 장기적 포석이 깔려 있다. 정부는 국회 입법화 과정에 대비해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한 노력을 적극 펼쳐야 한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이 안 보인다. 만약 기초연금의 법제화가 무산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복지 철학과 동력은 사그라질 것이다. 그럼 무엇이 남겠는가.
이규화 IT융합산업연구소장ㆍ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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