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기의 전자 흐름을 제어하는 기술은 통신주파수를 다루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파수, 소프트웨어 등 ICT 산업에서 쌓은 노하우가 방사광가속기, 핵융합실험장치 등 거대과학장치 제어시스템 개발에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설립 10년만에 대기업 하청 IT업체에서 거대과학장치 제어SW 업체로 변신한 벤처기업 모비스 관계자는 ICT 방법론을 쓰니 과학기술자들이 힘들어하는 문제가 쉽게 풀렸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재창업 몇 해 지나지 않아 세계 7개국이 인류 에너지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수십조원을 들여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대뇌'에 해당하는 중앙통제시스템을 수주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해당 영역에서 오랜 업력을 쌓은 기업들과 공개입찰에서 실력을 겨룬 끝에 당당히 얻은 성과였다.
이 회사의 변신은 위기의 순간에도 주위의 기술과 시장 변화를 둘러보고 그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유한 기술과 인력자산을 기반으로 도약할 수 있는 키워드를 `과학기술과 ICT간 융합'에서 찾았다.
여러 예를 들 것도 없이 융합은 산업현장에서 이미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고급 자동차 제조비용에서 IT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30% 선에서 2030년대초 80%로 올라설 전망이다. 스마트폰 역시 첨단소재와 디스플레이, 반도체, SW 등 기술 융합의 결정체다.
토론회나 좌담회 등에서 융합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융합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달랐다. 많은 기업들이 옆을 돌아보지 않은 채 파던 우물만 계속 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회사 얘기는 아니다. 본지가 부설연구소나 연구전담부서를 둔 기업 340개사의 기술 융합활동 상황을 조사한 결과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자금, 정보, 인력 수준에 따라 기업간 융합수준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기업 중 4곳은 기술 융합활동을 해본 적이 없고, 현재 융합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도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혁신형 중소기업의 융합활동 비율이 다소 높았지만 전체적으로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관심도가 높은 기업은 10곳 중 8곳이 융합활동 경험이 있지만, 경험이 없는 기업은 관심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20% 정도에 불과했다. 경영자의 인식이 융합활동 수준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
직접 R&D 활동을 하는 기업들만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전체 기업 내 격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융합활동이 저조한 기업들의 답변이다. 이들 회사는 융합이 회사에 큰 기회와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인식이 낮았다. 그러나 시장과 산업 전체 차원에서는 융합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융합을 하기엔 정보와 인력이 부족하다는 답도 많았다. 대부분은 잘 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와 융합할 만한 기관이나 기술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기업간 융합격차는 단순한 기술격차보다 더 극복이 힘들 수 있다. 기술은 치열한 연구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융합은 문화와 정보, 교류, 기술력이 고루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확인된 기업간 융합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 기술융합 로드맵과 정보 교류 공간, 성공사례 전파, 인력ㆍ교육 지원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생활과학부 안경애 차장 naturean@
설립 10년만에 대기업 하청 IT업체에서 거대과학장치 제어SW 업체로 변신한 벤처기업 모비스 관계자는 ICT 방법론을 쓰니 과학기술자들이 힘들어하는 문제가 쉽게 풀렸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재창업 몇 해 지나지 않아 세계 7개국이 인류 에너지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수십조원을 들여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대뇌'에 해당하는 중앙통제시스템을 수주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해당 영역에서 오랜 업력을 쌓은 기업들과 공개입찰에서 실력을 겨룬 끝에 당당히 얻은 성과였다.
이 회사의 변신은 위기의 순간에도 주위의 기술과 시장 변화를 둘러보고 그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유한 기술과 인력자산을 기반으로 도약할 수 있는 키워드를 `과학기술과 ICT간 융합'에서 찾았다.
여러 예를 들 것도 없이 융합은 산업현장에서 이미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고급 자동차 제조비용에서 IT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30% 선에서 2030년대초 80%로 올라설 전망이다. 스마트폰 역시 첨단소재와 디스플레이, 반도체, SW 등 기술 융합의 결정체다.
토론회나 좌담회 등에서 융합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융합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달랐다. 많은 기업들이 옆을 돌아보지 않은 채 파던 우물만 계속 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회사 얘기는 아니다. 본지가 부설연구소나 연구전담부서를 둔 기업 340개사의 기술 융합활동 상황을 조사한 결과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자금, 정보, 인력 수준에 따라 기업간 융합수준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기업 중 4곳은 기술 융합활동을 해본 적이 없고, 현재 융합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도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혁신형 중소기업의 융합활동 비율이 다소 높았지만 전체적으로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관심도가 높은 기업은 10곳 중 8곳이 융합활동 경험이 있지만, 경험이 없는 기업은 관심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20% 정도에 불과했다. 경영자의 인식이 융합활동 수준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
직접 R&D 활동을 하는 기업들만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전체 기업 내 격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융합활동이 저조한 기업들의 답변이다. 이들 회사는 융합이 회사에 큰 기회와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인식이 낮았다. 그러나 시장과 산업 전체 차원에서는 융합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융합을 하기엔 정보와 인력이 부족하다는 답도 많았다. 대부분은 잘 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와 융합할 만한 기관이나 기술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기업간 융합격차는 단순한 기술격차보다 더 극복이 힘들 수 있다. 기술은 치열한 연구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융합은 문화와 정보, 교류, 기술력이 고루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확인된 기업간 융합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 기술융합 로드맵과 정보 교류 공간, 성공사례 전파, 인력ㆍ교육 지원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생활과학부 안경애 차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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