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스모그가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되었다고 한다. 희뿌연 공기 중에 납은 평소의 8배가 넘고 비소와 니켈은 4배로 늘어났고, 평소에 검출되지 않던 크로뮴까지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비소는 사약으로 쓰던 맹독성 물질이고 납, 니켈, 크로뮴은 신경계 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주장이다. 중국발 스모그를 한 모금만 마셔도 곧바로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심각한 분위기다.
흔히 중금속(重金屬)은 금속 원소 중에서 밀도 또는 비중이 큰 원소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금속을 구분하는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 비중 3.5∼7의 다양한 기준이 사용된다. 그런 기준에 따르면 알루미늄, 세슘, 스트론튬, 스칸듐 같은 금속은 중금속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바륨, 크립톤, 이트륨, 타이타늄 등의 분류도 애매해진다.
중금속의 독성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 흔히 중금속은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혈액, 폐, 신장, 간 등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낮은 농도에서도 장기간 노출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알츠하이머, 파킨슨, 다발성 경화증, 암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다. 물론 중금속 중에는 인체나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중금속이 맹독성이라는 주장은 그런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금속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 구리, 아연처럼 우리의 생리작용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영양소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비록 미량이기는 하지만 코발트, 망가니즈, 몰리브데늄, 셀레늄도 우리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금속의 화학적 반응성이나 인체 또는 환경에 미치는 독성은 밀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밀도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인체나 환경에 독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금속의 화학적 독성은 금속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바다에 서식하는 굴과 고둥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유기주석 산화물과 달리 순수한 금속 주석은 아무 독성이 없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테인리스스틸에 포함된 크로뮴은 인체에 독성이 없지만, 크로뮴산 이온은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탄소의 화합물 중 일부가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고 탄소를 위험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학 분야의 국제기구인 국제순수 및 응용화학연합(IUPAC)에서는 이미 2002년 중금속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밀도를 근거로 하는 일반적인 분류가 중금속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규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금속의 출처에 대한 오해도 문제가 된다. 흔히 중금속은 우리의 산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중금속 화합물을 많이 사용하는 염색이나 도금 산업에서 배출하는 산업폐기물이나 폐수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폐기물이나 폐수에 포함된 중금속은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큰 상태이기 때문에 인체나 환경 독성을 경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황사나 중국발 스모그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황사에 포함된 중금속은 처음부터 중국 서부 사막 지대의 토양에 들어있던 것이고, 중국발 스모그에 포함된 중금속도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저질 무연탄에 들어있던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연 상태의 중금속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한 상태일 가능성이 커서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화학적 정체도 불확실한 중금속 때문에 무작정 겁을 낼 이유는 없다. 중국발 스모그를 핑계로 아무 관계도 없는 자동차 연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잘못된 것이다. 심각한 대기 오염을 극복한 우리의 경험을 중국과 함께 나누겠다는 너그러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흔히 중금속(重金屬)은 금속 원소 중에서 밀도 또는 비중이 큰 원소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금속을 구분하는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 비중 3.5∼7의 다양한 기준이 사용된다. 그런 기준에 따르면 알루미늄, 세슘, 스트론튬, 스칸듐 같은 금속은 중금속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바륨, 크립톤, 이트륨, 타이타늄 등의 분류도 애매해진다.
중금속의 독성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 흔히 중금속은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혈액, 폐, 신장, 간 등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낮은 농도에서도 장기간 노출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알츠하이머, 파킨슨, 다발성 경화증, 암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다. 물론 중금속 중에는 인체나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중금속이 맹독성이라는 주장은 그런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금속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 구리, 아연처럼 우리의 생리작용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영양소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비록 미량이기는 하지만 코발트, 망가니즈, 몰리브데늄, 셀레늄도 우리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금속의 화학적 반응성이나 인체 또는 환경에 미치는 독성은 밀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밀도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인체나 환경에 독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금속의 화학적 독성은 금속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바다에 서식하는 굴과 고둥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유기주석 산화물과 달리 순수한 금속 주석은 아무 독성이 없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테인리스스틸에 포함된 크로뮴은 인체에 독성이 없지만, 크로뮴산 이온은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탄소의 화합물 중 일부가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고 탄소를 위험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학 분야의 국제기구인 국제순수 및 응용화학연합(IUPAC)에서는 이미 2002년 중금속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밀도를 근거로 하는 일반적인 분류가 중금속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규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금속의 출처에 대한 오해도 문제가 된다. 흔히 중금속은 우리의 산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중금속 화합물을 많이 사용하는 염색이나 도금 산업에서 배출하는 산업폐기물이나 폐수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폐기물이나 폐수에 포함된 중금속은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큰 상태이기 때문에 인체나 환경 독성을 경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황사나 중국발 스모그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황사에 포함된 중금속은 처음부터 중국 서부 사막 지대의 토양에 들어있던 것이고, 중국발 스모그에 포함된 중금속도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저질 무연탄에 들어있던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연 상태의 중금속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한 상태일 가능성이 커서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화학적 정체도 불확실한 중금속 때문에 무작정 겁을 낼 이유는 없다. 중국발 스모그를 핑계로 아무 관계도 없는 자동차 연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잘못된 것이다. 심각한 대기 오염을 극복한 우리의 경험을 중국과 함께 나누겠다는 너그러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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