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능력 평가절하 이유 없앴지만
공공기관ㆍ회사 등급제기준 인력 조달
공공기관ㆍ회사 등급제기준 인력 조달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의 능력을 평가절하하고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관행을 낳는다는 이유로 정부가 `기술자등급제'를 폐지한지 1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기술자등급제가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2012년 11월24일, 옛 지식경제부(현 미래창조과학부)는 SW기술자등급제를 공식 폐지했다.
문제는 제도 폐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등급'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SW개발자 커뮤니티의 A개발자는 "아직도 등급을 요구하는 고객사는 지천에 널렸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러 가도 `(등급제 기준으로)무슨 등급이냐'고 묻는다. 가격 산정을 할 때부터 등급제 기준으로 정해진 가격표를 제시한다"고 전했다.
최근 공공시장에 폭넓게 참여하고 있는 중견IT서비스업체 임원도 "공공기간에서도 인력을 요구할 때 아예 중급 0명, 고급 0명 이렇게 요구를 한다"면서 "등급제가 폐지됐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사내 인력을 해당 등급에 맞도록 분류한 뒤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첨언했다.
◇기술자등급제, 무엇이 문제길래=당초 기술자등급제와 신고제를 마련한 이유는 영세한 국내 SW업계의 특성 때문이었다. 개발자 개인의 이직도 잦을뿐더러 회사의 폐업도 적지 않은 것이 업계의 현실. 정부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맹점을 해결하고자 기술자신고제와 등급제를 마련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달리 등급제는 개발자들의 실제 능력을 등급에 반영하지 못했다. PM, PL, 아키텍터, 코더 등 각각의 역할과 비중이 다르고 해당 분야에서의 개발자 역량이 서로 상이한데 이를 천편일률적으로 4개의 등급으로 나눠버렸다는 것이다.
개발자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익명게시글에서 "(기술자등급제는)예술가를 등급제로 관리하고 그 창작물에 가격을 매기겠다는 것"이라면서 "붓질 한번에 얼마, 물감 무게 얼마, 몇장의 그림 그렸느냐로 얼마…(중략)…황당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실장은 "같은 초급이라 하더라도 초급 코더와 초급 아키텍터는 전혀 다른 레벨이다. 하지만 등급제로는 `같은 취급'을 받는다"면서 "지금은 등급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되긴 했지만 아직도 등급제로 인력비용을 산정하는 기업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대안 마련 `고민'조차 없다=기술자등급제가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버젓이 통용되는 이유는 이 등급제로 개발자들을 이리저리 재단해 손쉽게 분류하는 것이 발주자측이나 기업 모두 편리했기 때문이다.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연봉기준 상세등급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 실장은 "미국 등 선진국은 연봉순으로 등급을 매기는 등 세분화 된 규정을 가지고 있다. 개발자들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도 연봉 공개를 꺼리는 국내 기업문화의 특성상 대안이 되기는 쉽지 않다. 또 저연봉을 받는 개발자들이 실력과 상관없이 `연봉 고착화'에 빠질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된다.
개발자 A는 "등급제가 폐지된 것은 맞지만 지금 업계의 폐단이 모두 등급제 때문만은 아니다. 월별인건비방식(MM) 등 이미 업계에서 만연하던 것에 등급제가 수저만 얹혀진 것"이라면서 "개발인력에 대한 정확한 능력 평가, 프로젝트 개발 단가와 공기(개발기간) 합리화, 주먹구구식 기획 및 요구사항 개선 등 기본적인 문제부터 풀지 않으면 무슨 제도를 만들든지 기술자등급제와 같은 전시행정성 폐단만 야기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관련 SW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술자등급제를 폐지했다는 것은 더이상 정부가 등급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법률에서 뺀 것이지 등급 이용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고로 등급제든 다른 형태든 인력 평가에 대한 기준을 시장 자율로 맡긴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영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실장도 "구 소프트웨어산업진흥원 시절 만든 `직무능력평가기준(2008년)'이 있는데, 이를 시장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고 있다"면서 "현재 등급제에서 발생하는 개발자와 발주자간의 괴리와 문제점은 각 직무별 세분화 과정을 거치면 상당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2012년 11월24일, 옛 지식경제부(현 미래창조과학부)는 SW기술자등급제를 공식 폐지했다.
문제는 제도 폐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등급'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SW개발자 커뮤니티의 A개발자는 "아직도 등급을 요구하는 고객사는 지천에 널렸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러 가도 `(등급제 기준으로)무슨 등급이냐'고 묻는다. 가격 산정을 할 때부터 등급제 기준으로 정해진 가격표를 제시한다"고 전했다.
최근 공공시장에 폭넓게 참여하고 있는 중견IT서비스업체 임원도 "공공기간에서도 인력을 요구할 때 아예 중급 0명, 고급 0명 이렇게 요구를 한다"면서 "등급제가 폐지됐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사내 인력을 해당 등급에 맞도록 분류한 뒤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첨언했다.
◇기술자등급제, 무엇이 문제길래=당초 기술자등급제와 신고제를 마련한 이유는 영세한 국내 SW업계의 특성 때문이었다. 개발자 개인의 이직도 잦을뿐더러 회사의 폐업도 적지 않은 것이 업계의 현실. 정부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맹점을 해결하고자 기술자신고제와 등급제를 마련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달리 등급제는 개발자들의 실제 능력을 등급에 반영하지 못했다. PM, PL, 아키텍터, 코더 등 각각의 역할과 비중이 다르고 해당 분야에서의 개발자 역량이 서로 상이한데 이를 천편일률적으로 4개의 등급으로 나눠버렸다는 것이다.
개발자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익명게시글에서 "(기술자등급제는)예술가를 등급제로 관리하고 그 창작물에 가격을 매기겠다는 것"이라면서 "붓질 한번에 얼마, 물감 무게 얼마, 몇장의 그림 그렸느냐로 얼마…(중략)…황당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실장은 "같은 초급이라 하더라도 초급 코더와 초급 아키텍터는 전혀 다른 레벨이다. 하지만 등급제로는 `같은 취급'을 받는다"면서 "지금은 등급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되긴 했지만 아직도 등급제로 인력비용을 산정하는 기업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대안 마련 `고민'조차 없다=기술자등급제가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버젓이 통용되는 이유는 이 등급제로 개발자들을 이리저리 재단해 손쉽게 분류하는 것이 발주자측이나 기업 모두 편리했기 때문이다.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연봉기준 상세등급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 실장은 "미국 등 선진국은 연봉순으로 등급을 매기는 등 세분화 된 규정을 가지고 있다. 개발자들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도 연봉 공개를 꺼리는 국내 기업문화의 특성상 대안이 되기는 쉽지 않다. 또 저연봉을 받는 개발자들이 실력과 상관없이 `연봉 고착화'에 빠질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된다.
개발자 A는 "등급제가 폐지된 것은 맞지만 지금 업계의 폐단이 모두 등급제 때문만은 아니다. 월별인건비방식(MM) 등 이미 업계에서 만연하던 것에 등급제가 수저만 얹혀진 것"이라면서 "개발인력에 대한 정확한 능력 평가, 프로젝트 개발 단가와 공기(개발기간) 합리화, 주먹구구식 기획 및 요구사항 개선 등 기본적인 문제부터 풀지 않으면 무슨 제도를 만들든지 기술자등급제와 같은 전시행정성 폐단만 야기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관련 SW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술자등급제를 폐지했다는 것은 더이상 정부가 등급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법률에서 뺀 것이지 등급 이용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고로 등급제든 다른 형태든 인력 평가에 대한 기준을 시장 자율로 맡긴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영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실장도 "구 소프트웨어산업진흥원 시절 만든 `직무능력평가기준(2008년)'이 있는데, 이를 시장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고 있다"면서 "현재 등급제에서 발생하는 개발자와 발주자간의 괴리와 문제점은 각 직무별 세분화 과정을 거치면 상당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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