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친환경 플라스틱… 소비자는 속고 있다
민간 인증제 난립에 기준 애매모호… 기업, 허위ㆍ과장 광고로 눈속임
민간 인증제 난립에 기준 애매모호… 기업, 허위ㆍ과장 광고로 눈속임
`그린 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할 것입니다. 이 단어는 마치 친환경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환경 부문에서 비유하면 `돈 세탁' 만큼 부정적인 뜻으로 쓰입니다.
환경부에서 규정하는 그린워싱이란 `그린(Green)과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의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ㆍ과장해 상품을 광고 또는 홍보하거나 포장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원재료(식물 등 바이오 혹은 석유 유래) 및 사용목적(이산화탄소 저감 혹은 생분해성)에 따라 다양한 바이오 플라스틱의 특성상 소비자는 생산 혹은 판매자가 제공한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판단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생산 혹은 판매자가 일부 전분이 섞인 분해되지 않는 폴리에틸렌이 생분해가 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홍보할 경우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자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그린 워싱'이라고 명명합니다.
사실 친환경 플라스틱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반드시 키워야 할 산업 중 하나입니다. 플라스틱 포장과 제품은 원료 소재 제조 및 사용 단계에서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폐기물 발생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폐기 시 완전 분해까지 길게는 수백년 이상 소요되고, 소각하더라도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에너지 소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 제한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과 함께 친환경 소재 산업을 지원ㆍ육성하고 있습니다.
그럼 친환경 플라스틱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선 친환경 소재(바이오매스)를 함유하는지, 그리고 생분해 가능 여부를 보면 됩니다. 바이오매스는 식물과 동물, 미생물 모두를 포함하는 생물 유기체로, 석유 등 화석 자원 대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생분해 가능 여부는 사용 후 폐기(매립 등)했을 때 일정 조건에서 미생물의 작용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마치 친환경 플라스틱인 양 위장하는 제품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생붕괴성(Disintegradable) 플라스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광분해성(photo degradable) 플라스틱 또는 산화분해성(oxo-degradable) 플라스틱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들입니다. 열이나 산소에 반응하는 해당 소재들은 화학물질인 원료 소재가 미립자로 붕괴될 뿐 분자구조 자체는 그대로 토양에 남아있게 됩니다. 겉보기에는 친환경 플라스틱처럼 눈앞에서 사라지지만 해당 분자구조가 완전 분해되기까지는 수년에서 수백년 이상 소요됩니다. 특히 분해 촉진 첨가제로 니켈 등 중금속이 주로 사용되고 있어 환경오염을 오히려 더 가중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업계 차원에서의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인 PBAT를 생산하는 BASF를 주축으로 하는 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European bioplastics)는 산화분해성, 생붕괴성, 광분해성 등의 환경 유해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에는 산화생분해플라스틱에 대한 발언문을 발간하고 생붕괴성 플라스틱에 대한 오인 방지 및 퇴출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허위 그린마케팅을 펼친 생붕괴성 플라스틱 생수병 업체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역시 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을 제정했으며, 위반사항 심사 시 환경과 관련된 구체적 기준은 `환경관련 표시ㆍ광고에 따른 심사지침'을 따르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단속 여력이 없어 유명무실했던 게 사실입니다. 실제 2010년부터 최근까지 그린워싱과 관련해 특정 제품을 적발하거나 시정 요구를 한 사례는 전무합니다. 이런 가운데 환경인증마크(환경표지, 우수재활용(GR)인증, 탄소성정표지(저탄소 인증),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등 국가 공인 환경인증마크와 로하스 인증, HB마크, EQ마크 등 민간 자율인증제도 등이 난립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여러 인증마크의 제각각 다른 기준을 이용해 친환경 플라스틱으로의 과장광고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에 환경부는 시중에 유통되는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그린워싱 실태조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 뒤 친환경 위장 제품을 걸러낼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기업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제품에 대해 정부가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그린워싱으로 판명되면 시정을 요구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키로 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도 지난해 말 한국생분해플라스틱협회(KBDPA)를 출범하고 `그린워싱' 자정활동과 더불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했습니다.
친환경 제품의 시장 규모는 2001년 1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30조 원으로 20배나 성장했음에도 정작 국내에선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업체를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몇몇 업체의 경우 바이오매스로 만들어 생분해도 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친환경 플라스틱인 PLA(Poly Lactic Acidㆍ폴리 락틱 애시드) 개발에 성공했으나 적당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아직 상용생산을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까다로운 공정과 높은 제조원가, 강도 등 물성 문제 등의 문제로 인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무조건 강제할 경우 기업 및 소비자들에게 물가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을 생각하면 그만큼의 돈은 들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그린 워싱이 의심되는 제품을 발견할 경우 환경부 혹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자문을 요청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 및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됩니다. 위반 적발 시 우선 시정조치가 취해지고, 조치에 따르지 않으면 1억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박정일기자 comja77@
환경부에서 규정하는 그린워싱이란 `그린(Green)과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의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ㆍ과장해 상품을 광고 또는 홍보하거나 포장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원재료(식물 등 바이오 혹은 석유 유래) 및 사용목적(이산화탄소 저감 혹은 생분해성)에 따라 다양한 바이오 플라스틱의 특성상 소비자는 생산 혹은 판매자가 제공한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판단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생산 혹은 판매자가 일부 전분이 섞인 분해되지 않는 폴리에틸렌이 생분해가 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홍보할 경우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자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그린 워싱'이라고 명명합니다.
사실 친환경 플라스틱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반드시 키워야 할 산업 중 하나입니다. 플라스틱 포장과 제품은 원료 소재 제조 및 사용 단계에서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폐기물 발생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폐기 시 완전 분해까지 길게는 수백년 이상 소요되고, 소각하더라도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에너지 소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 제한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과 함께 친환경 소재 산업을 지원ㆍ육성하고 있습니다.
그럼 친환경 플라스틱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선 친환경 소재(바이오매스)를 함유하는지, 그리고 생분해 가능 여부를 보면 됩니다. 바이오매스는 식물과 동물, 미생물 모두를 포함하는 생물 유기체로, 석유 등 화석 자원 대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생분해 가능 여부는 사용 후 폐기(매립 등)했을 때 일정 조건에서 미생물의 작용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마치 친환경 플라스틱인 양 위장하는 제품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생붕괴성(Disintegradable) 플라스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광분해성(photo degradable) 플라스틱 또는 산화분해성(oxo-degradable) 플라스틱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들입니다. 열이나 산소에 반응하는 해당 소재들은 화학물질인 원료 소재가 미립자로 붕괴될 뿐 분자구조 자체는 그대로 토양에 남아있게 됩니다. 겉보기에는 친환경 플라스틱처럼 눈앞에서 사라지지만 해당 분자구조가 완전 분해되기까지는 수년에서 수백년 이상 소요됩니다. 특히 분해 촉진 첨가제로 니켈 등 중금속이 주로 사용되고 있어 환경오염을 오히려 더 가중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업계 차원에서의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인 PBAT를 생산하는 BASF를 주축으로 하는 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European bioplastics)는 산화분해성, 생붕괴성, 광분해성 등의 환경 유해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에는 산화생분해플라스틱에 대한 발언문을 발간하고 생붕괴성 플라스틱에 대한 오인 방지 및 퇴출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허위 그린마케팅을 펼친 생붕괴성 플라스틱 생수병 업체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역시 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을 제정했으며, 위반사항 심사 시 환경과 관련된 구체적 기준은 `환경관련 표시ㆍ광고에 따른 심사지침'을 따르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단속 여력이 없어 유명무실했던 게 사실입니다. 실제 2010년부터 최근까지 그린워싱과 관련해 특정 제품을 적발하거나 시정 요구를 한 사례는 전무합니다. 이런 가운데 환경인증마크(환경표지, 우수재활용(GR)인증, 탄소성정표지(저탄소 인증),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등 국가 공인 환경인증마크와 로하스 인증, HB마크, EQ마크 등 민간 자율인증제도 등이 난립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여러 인증마크의 제각각 다른 기준을 이용해 친환경 플라스틱으로의 과장광고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에 환경부는 시중에 유통되는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그린워싱 실태조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 뒤 친환경 위장 제품을 걸러낼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기업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제품에 대해 정부가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그린워싱으로 판명되면 시정을 요구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키로 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도 지난해 말 한국생분해플라스틱협회(KBDPA)를 출범하고 `그린워싱' 자정활동과 더불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했습니다.
친환경 제품의 시장 규모는 2001년 1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30조 원으로 20배나 성장했음에도 정작 국내에선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업체를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몇몇 업체의 경우 바이오매스로 만들어 생분해도 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친환경 플라스틱인 PLA(Poly Lactic Acidㆍ폴리 락틱 애시드) 개발에 성공했으나 적당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아직 상용생산을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까다로운 공정과 높은 제조원가, 강도 등 물성 문제 등의 문제로 인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무조건 강제할 경우 기업 및 소비자들에게 물가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을 생각하면 그만큼의 돈은 들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그린 워싱이 의심되는 제품을 발견할 경우 환경부 혹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자문을 요청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 및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됩니다. 위반 적발 시 우선 시정조치가 취해지고, 조치에 따르지 않으면 1억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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