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투자 마중물… 벤처생태계, 시장중심 회복돼야”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 “창업지원책 많은 발전 우수인력 조달이 문제”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투자생태계 원활해야 기업들도 성장 선순환”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 “창업지원책 많은 발전 우수인력 조달이 문제”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투자생태계 원활해야 기업들도 성장 선순환”
■ 벤처생태계 육성 1년과 과제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45길 16번지.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VR빌딩의 주소다.
이 건물에는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엔젤투자지원센터, 한국벤처투자, 벤처캐피탈협회, 여성벤처협회 등 벤처기업의 시작과 끝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관과 협ㆍ단체들이 각층마다 자리하고 있다.
마치 벤처기업들이 성장해 나가듯, 한 층 올라설 때마다 `창업'에서 `성장'으로 이르는 벤처생태계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셈이다.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서초동 VR빌딩의 맨 아래층 주인과 꼭대기 층의 주인을 만나 대한민국 벤처생태계의 현재의 모습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교육시스템 개선해 우수 인재 창업 유도해야",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 VR빌딩 지하 1층에는 엔젤투자지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엔젤투자지원센터는 엔젤투자와 관련된 각종 지원 업무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지난 2012년부터 엔젤투자협회 부설로 운영되고 있다.
맨 아래층의 주인인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은 창업에서 시작해 기업의 성장을 거쳐, 대기업으로의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까지 사실상 벤처ㆍ창업생태계의 성장 과정을 직접 지나왔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엔젤투자 뿐 아니라 매달 `고벤처포럼'을 열어, 정보 공유와 네트워킹 등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지원과 멘토링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영하 회장은 "고벤처포럼도 창업생태계에 온기를 불어넣고자 시작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우수한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에 나서고 있지는 않다"고 입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창업활성화 정책으로 많은 창업 지원책들이 만들어지고 자금 조달 사정도 좋아지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기 위한 문화는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부쩍 좋아진 창업 환경으로 인해 우수한 창업자들에게는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고 있음에도, 우수한 인력 자체가 창업생태계로 들어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고 회장은 "창업 문화를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나 창업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며 "진정한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당장의 효과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부가 교육 시스템을 창조경제에 걸맞게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더라도 첫걸음이라도 떼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체제의 교육 환경 속에서는 창조경제라는 나무가 자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미국 카우프만 재단의 기업가정신 육성사업과 같은 창업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도입하거나,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직접 나서 혁신을 위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소소한 경제적 활동을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몸에 익히도록 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부모들의 인식 전환 역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연대보증제 폐지, 엔젤투자매칭펀드, 투자연계 연구개발(R&D) 사업 등 올 한해 의미가 있고, 좋은 제도들도 많이 도입됐지만, 본격적인 창조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다.
그는 "이제 수명이 길어져 평생 직장이라는 것이 없어진 만큼, 20대 초반에 안정적인 직장을 들어가도 언젠가는 평생 한 번은 창업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다가오게 될 것"이라며 "사회안전망을 더욱 확충하고, 혁신을 위한 창업교육 등을 도입해 실패를 용인하고, 혁신적인 창업이 자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자금은 민간투자 위한 마중물…민간투자 활성화돼야",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엔젤투자지원센터의 반대편, VR빌딩의 5층에는 한국벤처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고 있는 모태펀드는 지난 2005년부터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 상장을 앞둔 기업들에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엔젤투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실상 필수적으로 거쳐가야 할 곳이다.
꼭대기 층의 주인인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의 이력은 고 회장과는 또 사뭇 다르다. 그는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경력을 시작해, 투자금융(IB)업무를 거쳐 외국계 증권사 CEO 자리에 올랐고, 지난 2011년 이후 서초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고 회장이 기업의 생태계를 직접 겪었다면, 정 대표는 상장ㆍ비상장의 투자 생태계 안팎을 두루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유신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이후로 벤처생태계는 아직까지 완전히 복원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복원하는 것이 모태펀드와 벤처캐피탈의 주된 역할이지만 목표 수준에 충분히 이르지는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는 벤처생태계 뿐 아니라 전체 기업생태계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 그리고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로 인한 공동화 현상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결국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모태펀드의 주된 목적인 셈이다.
정 대표는 "정부 정책이 하는 일은 시장실패 영역을 채워주는 것"이라며 "엔젤매칭펀드, 성장사다리펀드 그리고 모태펀드와 같은 정책 자금들이 시장의 취약 부분을 적절히 채워줘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정책 자금을 마중물 삼아 종래에는 벤처생태계가 시장 중심으로 복원이 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가 내놓은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와 같은 세제지원을 통해 벤처생태계가 시장 중심의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벤처생태계의 취약점을 회수 시장의 부재에서 찾았다. 이는 기업들이 코스닥까지 가는 데는 10년여의 긴 시간이 걸리고, M&A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투자자들의 회수 수단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회수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자금이 묶여버린 기업은 상장 전까지 투자도 받지 못하고, 회수도 되지 않아 결국 죽어버리고 만다"며 "정부가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이 중간에 회수할 수 있는 중간시장인 코넥스시장을 도입한 것은 이런 실패영역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제품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는 데,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며 "죽은 기업들의 기술과 경험이 다시 거름이 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선도기업들이 그 경험을 다시 흡수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생태계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선도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M&A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회수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유통시장은 발행시장이 잘 되기 위해 존재하듯이, 투자생태계가 원활해야 기업생태계도 잘될 수 있다"며 "엔젤투자가 비단 투자만이 아닌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재능기부와 같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45길 16번지.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VR빌딩의 주소다.
이 건물에는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엔젤투자지원센터, 한국벤처투자, 벤처캐피탈협회, 여성벤처협회 등 벤처기업의 시작과 끝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관과 협ㆍ단체들이 각층마다 자리하고 있다.
마치 벤처기업들이 성장해 나가듯, 한 층 올라설 때마다 `창업'에서 `성장'으로 이르는 벤처생태계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셈이다.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서초동 VR빌딩의 맨 아래층 주인과 꼭대기 층의 주인을 만나 대한민국 벤처생태계의 현재의 모습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교육시스템 개선해 우수 인재 창업 유도해야",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 VR빌딩 지하 1층에는 엔젤투자지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엔젤투자지원센터는 엔젤투자와 관련된 각종 지원 업무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지난 2012년부터 엔젤투자협회 부설로 운영되고 있다.
맨 아래층의 주인인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은 창업에서 시작해 기업의 성장을 거쳐, 대기업으로의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까지 사실상 벤처ㆍ창업생태계의 성장 과정을 직접 지나왔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엔젤투자 뿐 아니라 매달 `고벤처포럼'을 열어, 정보 공유와 네트워킹 등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지원과 멘토링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영하 회장은 "고벤처포럼도 창업생태계에 온기를 불어넣고자 시작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우수한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에 나서고 있지는 않다"고 입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창업활성화 정책으로 많은 창업 지원책들이 만들어지고 자금 조달 사정도 좋아지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기 위한 문화는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부쩍 좋아진 창업 환경으로 인해 우수한 창업자들에게는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고 있음에도, 우수한 인력 자체가 창업생태계로 들어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고 회장은 "창업 문화를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나 창업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며 "진정한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당장의 효과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부가 교육 시스템을 창조경제에 걸맞게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더라도 첫걸음이라도 떼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체제의 교육 환경 속에서는 창조경제라는 나무가 자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미국 카우프만 재단의 기업가정신 육성사업과 같은 창업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도입하거나,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직접 나서 혁신을 위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소소한 경제적 활동을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몸에 익히도록 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부모들의 인식 전환 역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연대보증제 폐지, 엔젤투자매칭펀드, 투자연계 연구개발(R&D) 사업 등 올 한해 의미가 있고, 좋은 제도들도 많이 도입됐지만, 본격적인 창조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다.
그는 "이제 수명이 길어져 평생 직장이라는 것이 없어진 만큼, 20대 초반에 안정적인 직장을 들어가도 언젠가는 평생 한 번은 창업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다가오게 될 것"이라며 "사회안전망을 더욱 확충하고, 혁신을 위한 창업교육 등을 도입해 실패를 용인하고, 혁신적인 창업이 자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자금은 민간투자 위한 마중물…민간투자 활성화돼야",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엔젤투자지원센터의 반대편, VR빌딩의 5층에는 한국벤처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고 있는 모태펀드는 지난 2005년부터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 상장을 앞둔 기업들에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엔젤투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실상 필수적으로 거쳐가야 할 곳이다.
꼭대기 층의 주인인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의 이력은 고 회장과는 또 사뭇 다르다. 그는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경력을 시작해, 투자금융(IB)업무를 거쳐 외국계 증권사 CEO 자리에 올랐고, 지난 2011년 이후 서초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고 회장이 기업의 생태계를 직접 겪었다면, 정 대표는 상장ㆍ비상장의 투자 생태계 안팎을 두루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유신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이후로 벤처생태계는 아직까지 완전히 복원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복원하는 것이 모태펀드와 벤처캐피탈의 주된 역할이지만 목표 수준에 충분히 이르지는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는 벤처생태계 뿐 아니라 전체 기업생태계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 그리고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로 인한 공동화 현상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결국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모태펀드의 주된 목적인 셈이다.
정 대표는 "정부 정책이 하는 일은 시장실패 영역을 채워주는 것"이라며 "엔젤매칭펀드, 성장사다리펀드 그리고 모태펀드와 같은 정책 자금들이 시장의 취약 부분을 적절히 채워줘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정책 자금을 마중물 삼아 종래에는 벤처생태계가 시장 중심으로 복원이 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가 내놓은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와 같은 세제지원을 통해 벤처생태계가 시장 중심의 자생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벤처생태계의 취약점을 회수 시장의 부재에서 찾았다. 이는 기업들이 코스닥까지 가는 데는 10년여의 긴 시간이 걸리고, M&A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투자자들의 회수 수단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회수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자금이 묶여버린 기업은 상장 전까지 투자도 받지 못하고, 회수도 되지 않아 결국 죽어버리고 만다"며 "정부가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이 중간에 회수할 수 있는 중간시장인 코넥스시장을 도입한 것은 이런 실패영역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제품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는 데,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며 "죽은 기업들의 기술과 경험이 다시 거름이 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선도기업들이 그 경험을 다시 흡수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생태계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선도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M&A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회수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유통시장은 발행시장이 잘 되기 위해 존재하듯이, 투자생태계가 원활해야 기업생태계도 잘될 수 있다"며 "엔젤투자가 비단 투자만이 아닌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재능기부와 같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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