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대 최고 교수진의 강의를 무료로 접할 수 있어
기술의 진보 따라 시간ㆍ물리적 비용 낮춰
국내 대학 교육도 시스템 개선 고민할 때
기술의 진보 따라 시간ㆍ물리적 비용 낮춰
국내 대학 교육도 시스템 개선 고민할 때
수 년 전까지 유력 신문사의 대학평가지표에는 사이버강좌 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사이버강좌 개설 인센티브를 주었고, 다수의 강의가 지금도 e-러닝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나를 포함한 주변 교수들은 대학이 e-러닝 강좌를 확대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았다. 많은 수강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비용절감은 되지만 교육효과는 직접강의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작 인터넷 강의 들으러 비싼 등록금 내고 일반 대학을 오냐는 생각이 깔려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세계적으로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열풍이 거세다. Coursera, Edx, Udacity 등에서는 명문대의 최고 교수진들이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며 이미 수백만의 수강자들을 확보했다. 단순 강의전달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상호작용성을 크게 높여 학습효과도 커졌다. 국내에서도 이에 자극받아 대학공개강의(KOCW)를 확대하고 있으며, 신문사의 대학평가 지표에도 드디어 강의 공개비율이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단지 e-러닝 열풍의 재현일 수도 있지만 강의 무료공개로 대학의 비즈니스 모델이 깨진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외신과 상당수 국내 전문가들은 MOOC 열풍이 대학교육의 혁명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경제학자이면서 교수이기도 한 입장에서 MOOC 열풍이 교육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당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기술변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필자도 밥그릇을 지키려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될 것인가? 아니면 IT분야에서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대선전(hype)일 뿐인가?
기술의 진보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에는 불가능하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과 전부터 해오던 일의 시간적, 물리적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달 여행과 서울-부산 왕복이 각각의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우리 삶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쪽은 비용을 낮추는 형태의 기술진보다. 달 여행은 안 가면 그만이지만 늘 다니는 서울-부산 왕복이 값싸고 편리해진다는데 이를 외면할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예로 음반 산업과 MP3가 존재하기 전에도 가수들은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음반 산업은 공연장을 찾는 시간적, 물리적 비용을 크게 줄였고, MP3는 음반을 사고 노래를 찾아서 듣는 비용을 다시 대폭 줄였다. 그래도 여전히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생동감과 분위기, 공연자와의 교감 등에서 얻는 가치를 느끼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는 기술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대학교육에 대입해 보면 MOOC가 가져올 변화의 폭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지금의 대학교육 과정을 통해 얻는 것들은 졸업장(능력에 대한 인증서), 지식, 선후배 및 동급생과의 관계망 형성 등이다. 토론이나 팀 과제활동 등을 통해서 사회적 업무수행 능력도 기른다. 이 중 온라인 교육의 발전으로 가장 많이 줄어드는 것은 지식의 획득비용이다. 반면 졸업장과 관계망 형성을 위한 비용은 줄이기 어렵다. 하버드 석학의 강의를 듣는다 해도 누구나 얻는 수료증을 받아서는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업무수행 능력 배양도 쉽지는 않지만 기존의 많은 대학 강의들도 일방적 전달에만 머무르고 있어 비교적 극복이 쉽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수요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주로 지식과 업무능력 습득이라면 MOOC의 파괴력은 클 것이다. 반면, 졸업장과 관계망 형성이라면 큰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외국에서 MOOC를 주목하는 이유는 대학들의 학생유치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높은 교육비용과 지리적 이동비용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하위권 대학들도 이와 비슷한 처지이지만 학위수여와 정원에 대한 규제가 상존하는 한 큰 변화는 어렵다. 더욱이 졸업장과 관계망 형성 기능이 가장 큰 경쟁력인 국내 상위권 대학들에게는 MOOC의 수용 유인도 적고 영향력도 크지 않다. 혹자는 등록금이라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연구기능에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그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다. 중하위권 대학의 경우에는 MOOC 강의 학점 인정이 구조조정 압박을 피해 생명을 연장하는 방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결국 MOOC는 그 자체만으로 국내 대학교육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것이 MOOC를 긍정적 변화요인으로 만들기 위한 시스템 개선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단순히 대학에 공개강좌를 늘리라는 주문 정도로는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세계적으로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열풍이 거세다. Coursera, Edx, Udacity 등에서는 명문대의 최고 교수진들이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며 이미 수백만의 수강자들을 확보했다. 단순 강의전달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상호작용성을 크게 높여 학습효과도 커졌다. 국내에서도 이에 자극받아 대학공개강의(KOCW)를 확대하고 있으며, 신문사의 대학평가 지표에도 드디어 강의 공개비율이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단지 e-러닝 열풍의 재현일 수도 있지만 강의 무료공개로 대학의 비즈니스 모델이 깨진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외신과 상당수 국내 전문가들은 MOOC 열풍이 대학교육의 혁명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경제학자이면서 교수이기도 한 입장에서 MOOC 열풍이 교육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당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기술변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필자도 밥그릇을 지키려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될 것인가? 아니면 IT분야에서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대선전(hype)일 뿐인가?
기술의 진보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에는 불가능하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과 전부터 해오던 일의 시간적, 물리적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달 여행과 서울-부산 왕복이 각각의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우리 삶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쪽은 비용을 낮추는 형태의 기술진보다. 달 여행은 안 가면 그만이지만 늘 다니는 서울-부산 왕복이 값싸고 편리해진다는데 이를 외면할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예로 음반 산업과 MP3가 존재하기 전에도 가수들은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음반 산업은 공연장을 찾는 시간적, 물리적 비용을 크게 줄였고, MP3는 음반을 사고 노래를 찾아서 듣는 비용을 다시 대폭 줄였다. 그래도 여전히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생동감과 분위기, 공연자와의 교감 등에서 얻는 가치를 느끼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는 기술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대학교육에 대입해 보면 MOOC가 가져올 변화의 폭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지금의 대학교육 과정을 통해 얻는 것들은 졸업장(능력에 대한 인증서), 지식, 선후배 및 동급생과의 관계망 형성 등이다. 토론이나 팀 과제활동 등을 통해서 사회적 업무수행 능력도 기른다. 이 중 온라인 교육의 발전으로 가장 많이 줄어드는 것은 지식의 획득비용이다. 반면 졸업장과 관계망 형성을 위한 비용은 줄이기 어렵다. 하버드 석학의 강의를 듣는다 해도 누구나 얻는 수료증을 받아서는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업무수행 능력 배양도 쉽지는 않지만 기존의 많은 대학 강의들도 일방적 전달에만 머무르고 있어 비교적 극복이 쉽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수요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주로 지식과 업무능력 습득이라면 MOOC의 파괴력은 클 것이다. 반면, 졸업장과 관계망 형성이라면 큰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외국에서 MOOC를 주목하는 이유는 대학들의 학생유치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높은 교육비용과 지리적 이동비용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하위권 대학들도 이와 비슷한 처지이지만 학위수여와 정원에 대한 규제가 상존하는 한 큰 변화는 어렵다. 더욱이 졸업장과 관계망 형성 기능이 가장 큰 경쟁력인 국내 상위권 대학들에게는 MOOC의 수용 유인도 적고 영향력도 크지 않다. 혹자는 등록금이라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연구기능에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그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다. 중하위권 대학의 경우에는 MOOC 강의 학점 인정이 구조조정 압박을 피해 생명을 연장하는 방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결국 MOOC는 그 자체만으로 국내 대학교육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것이 MOOC를 긍정적 변화요인으로 만들기 위한 시스템 개선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단순히 대학에 공개강좌를 늘리라는 주문 정도로는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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