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윈도` 웹환경탓 업무 엉망… 프로그램 다운조차 안돼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윈도XP 지원 종료를 기점으로, 대안 운영체제(OS)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부터 탈 윈도를 위한 대안 OS찾기에 나섰다. 더 이상 특정 OS에 종속되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말고 다른 OS를 사용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지난 4일 하루 업무 시간동안 윈도가 아닌 애플사의 맥OS로 일상을 지내봤다.
오전 8시30분. 애플사의 맥OS가 설치된 맥북에어 노트북을 켰다. 외근이 잦은 업무 특성상 출근과 함께 가장 먼저 회사 메신저에 접속한다. 그런데 이 메신저는 맥OS용이 없다. 맥북에어에 메신저를 설치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이 있었다는 점. 안도감도 잠시였다. 오전에 하루 일정과 여러 가지 사안들을 메신저를 통해 보고해야하는데 긴 내용들을 손안의 작은 아이폰 문자 자판기로 보낸다는 건 한계가 있다. 결국 문자로 처리하기 힘든 긴 내용은 전화를 이용했다.
오전 10시. 30분이면 모두 끝났을 오전 일정이 시스템 설정과 메신저 대신 전화를 이용하면서 한 시간이 가량 뒤처졌다. 본격적인 업무를 위해 기사 송고 시스템에 접속해야하는데 여기서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혔다. 이 시스템 역시 윈도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돼 맥OS에서는 설치할 수가 없었던 것. 결국 이날 모든 기사는 이메일을 이용해 다른 기자에게 전달한 후 이 기자가 다시 회사 시스템에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볼 길이 없었다.
오후 2시.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가 아닌 사파리 브라우저로 기사 자료를 찾기 위한 웹 검색을 시작했다. 여전히 국내 웹 환경은 폐쇄적이었다. 특히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각종 민원서 발급 사이트인 민원24는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 외에 사파리 웹브라우저로 접속할 경우 오류가 발생했다. 사파리의 특정 버전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었다.
오후 4시. 평소 윈도 OS에서 사용했던 프로그램들을 설치해보기로 했다. 최근 일련의 보안사고 때문에 백신 설치는 필수다. 무료 백신 프로그램인 안랩의 V3라이트와 이스트소프트의 알약 모두 다운로드가 불가능했다. 윈도 OS만 지원했기 때문이다. 업무 때 많이 사용하는 캡쳐무료프로그램들 역시 맥OS나 다른 OS용은 없었다.
고작 10시간 가량이었지만 윈도가 아닌 다른 OS에서 업무를 본다는 건 불가능은 아니다. 다만 훨씬 불편함이 따르고 타인의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OS 문제가 아니라 업무 환경이 윈도 이외 OS에는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공공기관과 대부분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공공기관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무 프로그램인 온나라시스템도 윈도OS 용밖에는 없다. 현재 정부 주장처럼 공공기관에 대안 OS를 설치하더라도 이 OS 변화에 발맞춘 업무 시스템 변화가 없다면 대안 OS는 아무 소용이 없고, 오히려 업무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안 OS 고민과 함께 현재 윈도 중심의 국내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웹 표준화 국제기구인 W3C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만영 미래웹기술연구소 대표는 "이미 유럽이나 MS 값비싼 제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리눅스나 대안 OS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나왔고 이들 국가는 대책들을 많이 만들어 뒀다"며 "우리나라도 최근 윈도를 탈피하기 위해 대안 OS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단순히 OS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OS에서 업무가 가능한 환경도 함께 바꿀 수 있도록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김지선기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지난 4일 하루 업무 시간동안 윈도가 아닌 애플사의 맥OS로 일상을 지내봤다.
오전 8시30분. 애플사의 맥OS가 설치된 맥북에어 노트북을 켰다. 외근이 잦은 업무 특성상 출근과 함께 가장 먼저 회사 메신저에 접속한다. 그런데 이 메신저는 맥OS용이 없다. 맥북에어에 메신저를 설치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이 있었다는 점. 안도감도 잠시였다. 오전에 하루 일정과 여러 가지 사안들을 메신저를 통해 보고해야하는데 긴 내용들을 손안의 작은 아이폰 문자 자판기로 보낸다는 건 한계가 있다. 결국 문자로 처리하기 힘든 긴 내용은 전화를 이용했다.
오전 10시. 30분이면 모두 끝났을 오전 일정이 시스템 설정과 메신저 대신 전화를 이용하면서 한 시간이 가량 뒤처졌다. 본격적인 업무를 위해 기사 송고 시스템에 접속해야하는데 여기서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혔다. 이 시스템 역시 윈도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돼 맥OS에서는 설치할 수가 없었던 것. 결국 이날 모든 기사는 이메일을 이용해 다른 기자에게 전달한 후 이 기자가 다시 회사 시스템에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볼 길이 없었다.
오후 2시.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가 아닌 사파리 브라우저로 기사 자료를 찾기 위한 웹 검색을 시작했다. 여전히 국내 웹 환경은 폐쇄적이었다. 특히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각종 민원서 발급 사이트인 민원24는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 외에 사파리 웹브라우저로 접속할 경우 오류가 발생했다. 사파리의 특정 버전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었다.
오후 4시. 평소 윈도 OS에서 사용했던 프로그램들을 설치해보기로 했다. 최근 일련의 보안사고 때문에 백신 설치는 필수다. 무료 백신 프로그램인 안랩의 V3라이트와 이스트소프트의 알약 모두 다운로드가 불가능했다. 윈도 OS만 지원했기 때문이다. 업무 때 많이 사용하는 캡쳐무료프로그램들 역시 맥OS나 다른 OS용은 없었다.
고작 10시간 가량이었지만 윈도가 아닌 다른 OS에서 업무를 본다는 건 불가능은 아니다. 다만 훨씬 불편함이 따르고 타인의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OS 문제가 아니라 업무 환경이 윈도 이외 OS에는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공공기관과 대부분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공공기관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무 프로그램인 온나라시스템도 윈도OS 용밖에는 없다. 현재 정부 주장처럼 공공기관에 대안 OS를 설치하더라도 이 OS 변화에 발맞춘 업무 시스템 변화가 없다면 대안 OS는 아무 소용이 없고, 오히려 업무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안 OS 고민과 함께 현재 윈도 중심의 국내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웹 표준화 국제기구인 W3C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만영 미래웹기술연구소 대표는 "이미 유럽이나 MS 값비싼 제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리눅스나 대안 OS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나왔고 이들 국가는 대책들을 많이 만들어 뒀다"며 "우리나라도 최근 윈도를 탈피하기 위해 대안 OS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단순히 OS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OS에서 업무가 가능한 환경도 함께 바꿀 수 있도록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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