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를 통해 우리는 문서와 매뉴얼에는 있는데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수많은 것들을 목격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현장은 무너져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게 문제다`라고 생각했을 법한 관료 위주 사회, 전문성 없는 공무원, 정부의 옥상옥 의사결정 체계, 부처 이기주의와 공조 부족, 기업과 견제기구간의 유착, 이익만 좇는 기업, 비정규직 문제, 직업의식 없는 직업인들…. 이 모든 문제가 세월호 사고를 일으키고 문제를 확대시킨 원인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정부부처와 해경보다 기민하게 대응했던 것은 바다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 현장에서 평생을 보내온 어부들이었고, 실종자 수색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 이들도 민간잠수사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위엔 관료들이 있었고, 현장을 잘 모르고 경험도 없는 관료들이 허둥대며 귀한 시간을 버렸다.
더욱이 휴가 중인 원래 선장을 대신해 세월호를 탄 선장은 위급한 사고 상황에서 승객들을 대피시킬지 여부를 회사측에 보고해 지시를 기다리느라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측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대형참사를 키웠다.
이 사고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현장전문가에 권한과 책임을 주기보다는 상명하복식으로 움직이고, 공무원들이 의사결정의 가장 꼭대기를 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위계적 관료주의가 갖고 있는 병폐를 여실히 보여준다. 얼핏 보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시스템이 `문서`와 `조직`만 있을 뿐 실질이 없는 허상으로 드러났다. 정부 정책 수립과 예산 집행, 법제도 마련 등은 관료들이 해야 하지만 모든 현장을 그들이 틀어쥐고 있어서는 현장에서 갖가지 문제가 곪아터진다.
영국은 런던 테러 당시 런던경시청이, 미국은 9.11 테러 사건 당시 뉴욕소방방재청이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현장실무자에게 지휘권을 주고 상부기관은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선진국들은 전문가 집단에 투자, R&D 관리 등 기능을 상당 부분 주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 인선을 청와대가 틀어쥐고 3년마다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갈아치우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들은 전문가들이 뽑고 오래 그 자리에 앉혀 조직의 전통과 제대로 된 연구성과를 만들어낸다.
재난대응 총괄부처인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상실한 만큼 대통령이나 총리실 산하에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사고 대응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기관 위상이 낮아서가 아니라 경험과 현장 전문성 부족이 근본 원인이었다.
관료가 국가 운영의 모든 부분을 좌지우지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사회의 문화와 정서상 중앙집중식 위계질서가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이제 현장으로 권한과 역할을 내려줘야 할 때다. 경쟁력 있고 빠른 대응이 가능한 조직은 모든 의사결정권과 권한, 책임이 위로 집중되는 게 아니라 현장 책임자에게 주어지는 조직이다. 기업이나 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권한을 갖는 현장 조직에 대해선 신뢰와 지원을 보내되, 부정과 비리에 대해선 가차 없는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더디고 어렵겠지만 문제와 답을 모두 갖고 있는 현장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 모두가 `우공이산`의 각오로 스스로의 현장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고 뛸 때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누구나 한번쯤은 `이게 문제다`라고 생각했을 법한 관료 위주 사회, 전문성 없는 공무원, 정부의 옥상옥 의사결정 체계, 부처 이기주의와 공조 부족, 기업과 견제기구간의 유착, 이익만 좇는 기업, 비정규직 문제, 직업의식 없는 직업인들…. 이 모든 문제가 세월호 사고를 일으키고 문제를 확대시킨 원인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정부부처와 해경보다 기민하게 대응했던 것은 바다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 현장에서 평생을 보내온 어부들이었고, 실종자 수색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 이들도 민간잠수사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위엔 관료들이 있었고, 현장을 잘 모르고 경험도 없는 관료들이 허둥대며 귀한 시간을 버렸다.
더욱이 휴가 중인 원래 선장을 대신해 세월호를 탄 선장은 위급한 사고 상황에서 승객들을 대피시킬지 여부를 회사측에 보고해 지시를 기다리느라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측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대형참사를 키웠다.
이 사고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현장전문가에 권한과 책임을 주기보다는 상명하복식으로 움직이고, 공무원들이 의사결정의 가장 꼭대기를 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위계적 관료주의가 갖고 있는 병폐를 여실히 보여준다. 얼핏 보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시스템이 `문서`와 `조직`만 있을 뿐 실질이 없는 허상으로 드러났다. 정부 정책 수립과 예산 집행, 법제도 마련 등은 관료들이 해야 하지만 모든 현장을 그들이 틀어쥐고 있어서는 현장에서 갖가지 문제가 곪아터진다.
영국은 런던 테러 당시 런던경시청이, 미국은 9.11 테러 사건 당시 뉴욕소방방재청이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현장실무자에게 지휘권을 주고 상부기관은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선진국들은 전문가 집단에 투자, R&D 관리 등 기능을 상당 부분 주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 인선을 청와대가 틀어쥐고 3년마다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갈아치우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들은 전문가들이 뽑고 오래 그 자리에 앉혀 조직의 전통과 제대로 된 연구성과를 만들어낸다.
재난대응 총괄부처인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상실한 만큼 대통령이나 총리실 산하에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사고 대응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기관 위상이 낮아서가 아니라 경험과 현장 전문성 부족이 근본 원인이었다.
관료가 국가 운영의 모든 부분을 좌지우지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사회의 문화와 정서상 중앙집중식 위계질서가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이제 현장으로 권한과 역할을 내려줘야 할 때다. 경쟁력 있고 빠른 대응이 가능한 조직은 모든 의사결정권과 권한, 책임이 위로 집중되는 게 아니라 현장 책임자에게 주어지는 조직이다. 기업이나 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권한을 갖는 현장 조직에 대해선 신뢰와 지원을 보내되, 부정과 비리에 대해선 가차 없는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더디고 어렵겠지만 문제와 답을 모두 갖고 있는 현장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 모두가 `우공이산`의 각오로 스스로의 현장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고 뛸 때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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