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ㆍ강수 확률 평년과 비교 적중률 논란 원천 차단 `꼼수`
낮은 적중률 때문에 불만이 많았던 장기예보의 방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1개월과 3개월 후의 기온과 강수 가능성을 3분위(많음, 적음, 비슷)로 나누어 단정적으로 알려주는 기존의 방식 대신 정량적 수치로 표현하는 확률예보가 도입된다. 새로운 확률예보를 이용하면 날씨 변화에 대한 사회경제적 대응 노력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기상청의 장기예보가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기상청의 1개월과 3개월 장기예보에서 기온 예보의 적중률은 40%를 밑돌고, 강수량 예보의 적중률은 30%를 넘지 못한다. 오래 전부터 적중률이 90%를 넘어선 단기 강수 예보나 80%를 넘어선 주간 강수 예보와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상청이 장기예보 방식을 기존의 단정 예보에서 확률예보로 바꾸기로 한 것도 장기예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기상청이 사용하겠다는 확률의 의미가 묘하다. 장기예보가 적중할 예상 확률을 밝히겠다는 것이 아니다. 평년과 비교해서 기온이나 강수량의 3분위 가능성에 대한 확률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음 달의 강수량 예보는 평년보다 많을 확률은 70%이고, 비슷한 확률은 20%이고, 적을 확률은 10%라는 식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다음 달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이라는 기존의 단정적인 예보보다 과학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확률예보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입장도 난처하다.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을 확률이 40%이고, 비슷할 확률이 30%이고, 적을 확률이 30%인 경우에는 정말 그렇다. 비가 많이 온다는 해석은 순진한 것이다. 자칫하면 기상청이 장기예보를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확률예보가 사회경제적으로 유용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주장도 선뜻 인정하기도 어렵다. 확률예보를 이용하면 농작물의 품종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주장은 궤변이다. 농작물의 수확량이 평균 기온과 강수량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평년과 비교한 월별 기온과 강수량에 따른 예상 수확량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3분위별 예상 수확량에 확률 곱해서 실제 예상 수확량을 알아낼 수 있다는 기상청의 주장은 무의미한 것이다.
기상청이 제시한 3분위 확률을 결정하는 방식도 황당하다. 장기예보를 생산하는 수치해석 과정에 사용하는 초기 자료의 불확실성과 기후모델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해 앙상블 기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영국 기상청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계절예측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자료가 최대 84개라고 한다. 수치해석의 결과가 하나만 바뀌어도 3분위 확률은 2% 이상 달라진다. 기상청의 3분위 확률에 포함된 불확실성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는 뜻이다.
결국 기상청의 의도는 분명하다. 3분위 확률예보에 대해서는 예보의 적중률에 대한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다고 해도 확률예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게 된다. 비록 확률이 10%로 낮기는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확률예보가 맞았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기상청이 낮은 적중률에 대한 논란을 차단하는 기막힌 꼼수를 찾아낸 셈이다.
기상청의 3분위 확률예보는 진정한 확률예보가 아니다. 장기예보를 생산하는 중간 과정의 자료를 확률이라는 과학적 개념을 활용해서 어설프게 공개하는 것으로 장기예보의 낮은 적중률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얄팍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다.
기상청이 확률을 처음 동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3시간 간격으로 강수확률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륙과 해양의 중간에 위치한 우리의 경우에 장기예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노력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기상청의 장기예보가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기상청의 1개월과 3개월 장기예보에서 기온 예보의 적중률은 40%를 밑돌고, 강수량 예보의 적중률은 30%를 넘지 못한다. 오래 전부터 적중률이 90%를 넘어선 단기 강수 예보나 80%를 넘어선 주간 강수 예보와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상청이 장기예보 방식을 기존의 단정 예보에서 확률예보로 바꾸기로 한 것도 장기예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기상청이 사용하겠다는 확률의 의미가 묘하다. 장기예보가 적중할 예상 확률을 밝히겠다는 것이 아니다. 평년과 비교해서 기온이나 강수량의 3분위 가능성에 대한 확률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음 달의 강수량 예보는 평년보다 많을 확률은 70%이고, 비슷한 확률은 20%이고, 적을 확률은 10%라는 식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다음 달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이라는 기존의 단정적인 예보보다 과학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확률예보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입장도 난처하다.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을 확률이 40%이고, 비슷할 확률이 30%이고, 적을 확률이 30%인 경우에는 정말 그렇다. 비가 많이 온다는 해석은 순진한 것이다. 자칫하면 기상청이 장기예보를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확률예보가 사회경제적으로 유용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주장도 선뜻 인정하기도 어렵다. 확률예보를 이용하면 농작물의 품종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주장은 궤변이다. 농작물의 수확량이 평균 기온과 강수량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평년과 비교한 월별 기온과 강수량에 따른 예상 수확량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3분위별 예상 수확량에 확률 곱해서 실제 예상 수확량을 알아낼 수 있다는 기상청의 주장은 무의미한 것이다.
기상청이 제시한 3분위 확률을 결정하는 방식도 황당하다. 장기예보를 생산하는 수치해석 과정에 사용하는 초기 자료의 불확실성과 기후모델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해 앙상블 기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영국 기상청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계절예측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자료가 최대 84개라고 한다. 수치해석의 결과가 하나만 바뀌어도 3분위 확률은 2% 이상 달라진다. 기상청의 3분위 확률에 포함된 불확실성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는 뜻이다.
결국 기상청의 의도는 분명하다. 3분위 확률예보에 대해서는 예보의 적중률에 대한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다고 해도 확률예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게 된다. 비록 확률이 10%로 낮기는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확률예보가 맞았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기상청이 낮은 적중률에 대한 논란을 차단하는 기막힌 꼼수를 찾아낸 셈이다.
기상청의 3분위 확률예보는 진정한 확률예보가 아니다. 장기예보를 생산하는 중간 과정의 자료를 확률이라는 과학적 개념을 활용해서 어설프게 공개하는 것으로 장기예보의 낮은 적중률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얄팍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다.
기상청이 확률을 처음 동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3시간 간격으로 강수확률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륙과 해양의 중간에 위치한 우리의 경우에 장기예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노력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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