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영토분쟁 등 동북아 분위기가 험악하다. 병세의식의 부재가 문제다. 과거 한ㆍ중ㆍ일 지식인들은 활발한 국가 간 교류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즉 `병세의식'을 가졌다. 병세의식은 폐쇄적 사유에서 열린 사고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동북아의 밝은 미래를 위해 3국의 진정한 교류가 절실한 때다.
동북아시아에는 2012년 하반기 이후 영토분쟁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분위기가 잔뜩 험악해지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독도를 둘러싸고 대치 국면이 강조됐고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중국말로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무력시위 양상을 고조시켰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과거 적대국이던 나라들이 하나의 단일 공동체를 만들고 새로운 발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데 동북아시아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그것은 지식인들의 교류가 충분하지 못하고, 그러기 때문에 진정한 지식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동북아 국가들의 지식인 교류가 부족한 상황에 주목한다면 이 지역의 지식 교류는 200년 전에 비해 오히려 퇴행적인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다.
즉 200년 전 한국과 중국ㆍ일본 지식인들은 서로 활발하게 교류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이 형성하는 지적공동체 인식, 즉 병세의식(幷世意識)도 존재했다.
당시 한국 지식인들과 일본, 중국 지식인 사이에는 지적ㆍ문화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더라도 한문을 이용한 편지와 필담으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지리적인 제약으로 여행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식인들 사이의 평화적인 교류는 18세기를 서로 간섭과 갈등이 크지 않은 평화로운 시대로 만들었다.
특히 한국의 영조-정조 시대에 이러한 문화적ㆍ지적 교류는 전성기를 이루었다. 이러한 교류 덕분에 동북아 평화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보편적으로 보급되는데 이는 한양대 정민 교수에 의해서도 언급됐던 일본의 다카하시 히로키의 `동아시아의 문예공화국'이라는 책에 소개돼 있다. 병세의식을 연구한 정민 교수의 논문에서 관찰되는 18세기 조선의 국제적 지식 교류의 모습은 폐쇄적인 조선 양반의 이미지를 뛰어넘는다.
18세기 병세의식을 가졌던 한중일 지식인들의 교류와 병세의식 형성과정을 돌아보면 한국 지식인들의 주도적 역할이 특히 눈에 띈다. 중국의 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보다는 한국 지식인들이 중국을 자주 방문했고,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일본 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한 사례는 거의 없고 한국 학자들이 통신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본을 자주 다녀온 것이 병세의식이 생기게 된 물리적 배경이 됐다. 2세기가 지난 지금도 중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한쪽이 3국 간 지적 교류를 주도하기보다는 한국이 주도하는 것이 훨씬 부드러워 보인다.
한국이 한중일 3국의 지적 교류 프로그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로 결단을 내릴 경우 여건은 매우 좋은 편이다. 국경을 초월한 사업으로 경제적 교류가 확장되고, 금융 쪽으로는 통합되고 있는 경향이 분명하고 기술적인 교류도 크다. 다만 진정한 지적 교류만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변수는 한국 지식인들의 의도다.
진정한 교류는 예의를 차리는 인사치레와 형식적인 대담을 벗어나서 현대가 직면한 사회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교류는 굳이 물리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문서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이동이 없이도 토론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현대는 18세기에 비하여 지리적인 제약과 시간적인 제약이 훨씬 줄어들었고, 교류에 대한 어려움도 적어졌기 때문에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동북아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18세기의 병세사상은 좋은 우수사례이자 역사 속 선례로서 한중일 세 나라의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좋은 열쇠가 될 수 있다.
경제적ㆍ정치적인 필요에 의한 교류를 벗어나 함께 나아가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경우 생산적인 토론의 장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지식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동북아시아에는 2012년 하반기 이후 영토분쟁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분위기가 잔뜩 험악해지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독도를 둘러싸고 대치 국면이 강조됐고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중국말로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무력시위 양상을 고조시켰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과거 적대국이던 나라들이 하나의 단일 공동체를 만들고 새로운 발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데 동북아시아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그것은 지식인들의 교류가 충분하지 못하고, 그러기 때문에 진정한 지식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동북아 국가들의 지식인 교류가 부족한 상황에 주목한다면 이 지역의 지식 교류는 200년 전에 비해 오히려 퇴행적인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다.
즉 200년 전 한국과 중국ㆍ일본 지식인들은 서로 활발하게 교류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이 형성하는 지적공동체 인식, 즉 병세의식(幷世意識)도 존재했다.
당시 한국 지식인들과 일본, 중국 지식인 사이에는 지적ㆍ문화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더라도 한문을 이용한 편지와 필담으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지리적인 제약으로 여행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식인들 사이의 평화적인 교류는 18세기를 서로 간섭과 갈등이 크지 않은 평화로운 시대로 만들었다.
특히 한국의 영조-정조 시대에 이러한 문화적ㆍ지적 교류는 전성기를 이루었다. 이러한 교류 덕분에 동북아 평화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보편적으로 보급되는데 이는 한양대 정민 교수에 의해서도 언급됐던 일본의 다카하시 히로키의 `동아시아의 문예공화국'이라는 책에 소개돼 있다. 병세의식을 연구한 정민 교수의 논문에서 관찰되는 18세기 조선의 국제적 지식 교류의 모습은 폐쇄적인 조선 양반의 이미지를 뛰어넘는다.
18세기 병세의식을 가졌던 한중일 지식인들의 교류와 병세의식 형성과정을 돌아보면 한국 지식인들의 주도적 역할이 특히 눈에 띈다. 중국의 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보다는 한국 지식인들이 중국을 자주 방문했고,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일본 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한 사례는 거의 없고 한국 학자들이 통신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본을 자주 다녀온 것이 병세의식이 생기게 된 물리적 배경이 됐다. 2세기가 지난 지금도 중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한쪽이 3국 간 지적 교류를 주도하기보다는 한국이 주도하는 것이 훨씬 부드러워 보인다.
한국이 한중일 3국의 지적 교류 프로그램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로 결단을 내릴 경우 여건은 매우 좋은 편이다. 국경을 초월한 사업으로 경제적 교류가 확장되고, 금융 쪽으로는 통합되고 있는 경향이 분명하고 기술적인 교류도 크다. 다만 진정한 지적 교류만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변수는 한국 지식인들의 의도다.
진정한 교류는 예의를 차리는 인사치레와 형식적인 대담을 벗어나서 현대가 직면한 사회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교류는 굳이 물리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문서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이동이 없이도 토론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현대는 18세기에 비하여 지리적인 제약과 시간적인 제약이 훨씬 줄어들었고, 교류에 대한 어려움도 적어졌기 때문에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동북아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18세기의 병세사상은 좋은 우수사례이자 역사 속 선례로서 한중일 세 나라의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좋은 열쇠가 될 수 있다.
경제적ㆍ정치적인 필요에 의한 교류를 벗어나 함께 나아가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경우 생산적인 토론의 장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지식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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