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분노를 야기한 이른바 세월호 침몰사건과 관련해 선장과 항해사 등 주요 책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형사사법 절차가 충실히 진행되어 가고 있다. 며칠 전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범죄자를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다중인명피해 범죄의 경합범 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상정했는데, 이 법안에는 다수인의 사망의 결과를 야기한 범죄에는 경합범 처벌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여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안에 의할 경우, 다중인명피해 범죄의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이 외의 동종의 형인 경우에는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하여 가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대형 재난사고의 책임자를 가려내어 철저히 형사처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형 재난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관련 법체계를 정비하고, 나아가 선박회사 등 법인의 형사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책임자를 아무리 중하게 처벌한다 해도 관련 기업 등 법인이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유사한 부실사고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선박회사 등 재난을 초래한 법인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내용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단지 일부 양벌규정을 통하여 미약하게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번 십여 명의 사망자를 낸 마우나 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때에도 소유회사였던 K그룹은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았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서해페리호 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과 같은 대형 재난을 겪고도 다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관련 사고초래 기업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중하게 묻지 않고 있는 시스템에 기인하는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언제 또다시 후진국형 인재에 의해 국민의 귀중한 생명들이 희생될지 모른다.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필요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재난사고를 발생시킨 부주의한 기업들을 관련 분야에서 퇴출시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기업 등 법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보편화된 법제도로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매우 중한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음에 비하여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우리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부과받은 벌금은 3조4000억 원에 이르는 반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중국 6개 분유업체의 담합행위에 대한 벌금은 불과 1230억 원에 불과했다.
법인의 형사책임은 반부패, 안전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도입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사건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분야였지만 책임자들의 고의, 과실만을 따질 뿐 법인 자체에 대한 형사책임 논의가 불충분한 상황이다. 아울러 한번 사고를 저지른 법인에 대하여는 그 전과관리를 철저히 하여 추후에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었을 경우 법인을 해산시키는 등 보다 강력한 형사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를 위해서는 법인의 형사처벌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 예컨대 형사처벌과 행정제재의 이중적 처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형벌규정의 비범죄화 조치도 필요하다.
법인의 형사책임에 관한 국제적 논의와 입법동향도 활발하다. 이미 국제협약 등 국제규범에는 법인의 형사책임규정이 일반화되어 있다. 예컨대 OECD 뇌물방지협약 제2조, 유엔 반부패협약 제26조, 유럽평의회 반부패 형사협약 제18조, 2003년 민간분야 부패에 관한 유럽연합 평의회 결정 제5조 등이 그것이다. 또한 법인의 형사책임을 확대하여 객관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오늘날 세계 각국의 입법동향이다. 예컨대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각국에서는 법인의 형사책임에 관한 일반적 규정을 입법하고 있다.
재난사고 발생시 사고현장과 안전행정 책임기관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국가적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는 일도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재난안전통신망 시스템은 오늘날 첨단 인터넷설비와 SNS 통신환경을 이용하여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일찌감치 갖춰져 있었더라면 세월호 사고 때에도 보다 신속한 초기대응이 가능했을 것이고 이렇게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런데 이러한 대형 재난사고의 책임자를 가려내어 철저히 형사처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형 재난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관련 법체계를 정비하고, 나아가 선박회사 등 법인의 형사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책임자를 아무리 중하게 처벌한다 해도 관련 기업 등 법인이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유사한 부실사고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선박회사 등 재난을 초래한 법인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내용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단지 일부 양벌규정을 통하여 미약하게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번 십여 명의 사망자를 낸 마우나 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때에도 소유회사였던 K그룹은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았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서해페리호 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과 같은 대형 재난을 겪고도 다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관련 사고초래 기업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중하게 묻지 않고 있는 시스템에 기인하는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언제 또다시 후진국형 인재에 의해 국민의 귀중한 생명들이 희생될지 모른다.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필요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재난사고를 발생시킨 부주의한 기업들을 관련 분야에서 퇴출시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기업 등 법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보편화된 법제도로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매우 중한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음에 비하여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우리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부과받은 벌금은 3조4000억 원에 이르는 반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중국 6개 분유업체의 담합행위에 대한 벌금은 불과 1230억 원에 불과했다.
법인의 형사책임은 반부패, 안전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도입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사건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분야였지만 책임자들의 고의, 과실만을 따질 뿐 법인 자체에 대한 형사책임 논의가 불충분한 상황이다. 아울러 한번 사고를 저지른 법인에 대하여는 그 전과관리를 철저히 하여 추후에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었을 경우 법인을 해산시키는 등 보다 강력한 형사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를 위해서는 법인의 형사처벌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 예컨대 형사처벌과 행정제재의 이중적 처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형벌규정의 비범죄화 조치도 필요하다.
법인의 형사책임에 관한 국제적 논의와 입법동향도 활발하다. 이미 국제협약 등 국제규범에는 법인의 형사책임규정이 일반화되어 있다. 예컨대 OECD 뇌물방지협약 제2조, 유엔 반부패협약 제26조, 유럽평의회 반부패 형사협약 제18조, 2003년 민간분야 부패에 관한 유럽연합 평의회 결정 제5조 등이 그것이다. 또한 법인의 형사책임을 확대하여 객관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오늘날 세계 각국의 입법동향이다. 예컨대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각국에서는 법인의 형사책임에 관한 일반적 규정을 입법하고 있다.
재난사고 발생시 사고현장과 안전행정 책임기관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국가적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는 일도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재난안전통신망 시스템은 오늘날 첨단 인터넷설비와 SNS 통신환경을 이용하여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일찌감치 갖춰져 있었더라면 세월호 사고 때에도 보다 신속한 초기대응이 가능했을 것이고 이렇게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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