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과학자'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인공광합성용 촉매 인공뼈 등 바이오 물질 시스템 기반 새로운 물질 개발이 연구영역
지금 하이브리드에너지 개발중
인공광합성용 촉매 인공뼈 등 바이오 물질 시스템 기반 새로운 물질 개발이 연구영역
지금 하이브리드에너지 개발중
■ `My Hero` 사이언티스트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37)는 자연에 숨어있는 설계도를 찾아내 문명의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연구에 매진하는 젊은 스타 과학자다. 그는 자연에 새겨져 있는 '유전코드'를 밝혀내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생체기반 재료공학'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뭉친 '천상 과학자'인 그는 지난 2006년 남들은 평생 한번 내기 어려운 사이언스지 논문을 박사과정 당시 발표한 유명인이기도 하다.
대학시절부터 친구인 김진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남 교수에 대해 "많은 연구자가 유행을 좇아 쉬운 연구를 하면서 실적을 내는데 미래를 보고 남들이 선뜻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끈기와 안목이 있다"며 "도전적인 연구를 통해 과거에 없던 융합학문 영역까지 개척하는 친구"라고 말한다.
같은 학부 동료교수인 장호원 교수는 "항상 연구를 재미있어 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전을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평가한다. 장 교수는 남 교수에게 '기태남'이 아닌 '기획남'이라며 별명을 지어줬다.
◇ 인터뷰=안경애 생활과학부장
- 과학자의 꿈은 언제부터 꿨나.
"기억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과학자의 꿈을 품고 살았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과학자를 보거나 노벨상 수상자 위인전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어릴 때부터 과학이 친근하게 느껴졌고 뭔가 만들고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겼다. 집에 비커 같은 실험도구와 조립완구를 두고 만들고 실험하는 게 어린 시절 취미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시 과학발표경진대회에서 콩나물 뿌리 성장 실험을 해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콩나물 뿌리에 있는 성장점 때문에 뿌리가 마디 식으로 각각 길이가 다르게 자란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좋아하면 잘 하게 되고, 잘 하면 좋아하게 된다는 말처럼, 한번 사이클이 만들어지니 과학을 계속 좋아한 것 같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아버지 영향도 있었다."
-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나. 과학자로서 일상은 어떤가.
"내 나름의 연구실을 꾸려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게 즐겁다. 물론 장기적으로 10년 후 뭘 이룰까 하는 고민은 계속 한다. 지금은 방향을 잡고 이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하루하루 새로운 결과를 접하고 해석하는 일이다 보니 늘 설렌다. 막 핀 꽃을 보면 설레듯이 새로운 실험결과를 접하면 정말 재미있다.
일상은 별다르지 않다. 매주 월요일 아침 8시에 연구실 그룹미팅을 하면서 한주 연구계획을 생각하고 구상하고 여러 논의를 한다. 그래서 월요일은 7시30분쯤 학교에 와서 일주일을 구상하고 구체화한다. 연구실 대학원생들과 미팅하고 논문 쓰고, 논의하는 시간이 일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공동연구 교수들과의 회의, 여러 행정적 회의도 한다. 매일 한 시간 정도는 달리거나 수영을 한다."
- 연구영역을 설명해달라.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생활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전은 바이오 물질이나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바이오에서는 선택성(selectivity)과 민감성(sensitivity)을 배울 수 있다. 자연에서 비롯된 재료들은 성능이 모두 유전적으로 인코딩돼 있는 상태다. 특정 재료가 어떤 역할과 특징을 지닐 지 미리 프로그램처럼 설계돼 있다는 거다. 이런 고유 원리를 적용한 재료를 만들고자 한다.
인공광합성용 촉매·소재, 인공광합성 시스템, 인공뼈, 효소모방 재료 등이 연구주제다. 깊이 갈 연구와 넓게 갈 연구분야를 도식화해 전략적으로 가고 있다. 인공광합성과 인공뼈는 깊게 파고들고 다른 새로운 분야는 넓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광합성을 모방한 인공광합성 기술을 개발하면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싸게 얻을 수 있다. 또 이산화탄소가 탄소화합물과 산소로 바뀌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고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바꿀 수 있다. 광합성을 이해하고 모방하려는 연구는 100년 정도 된 오래된 학문인데 우리는 전체 과정을 잘게 쪼갠 후 쉬운 방법, 핵심 키만 뽑아서 접근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 현재 가장 몰두해 있는 일이나 프로젝트는.
"광합성을 모방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과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원자력을 제외하고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원은 바로 광합성의 결과다. 최근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경쟁력 있는 촉매 개발에 성공해 실험실 벤처를 통한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광합성 핵심 원리를 금속산화물을 통해 구현한 것인데 전극에 이 촉매를 붙이고 물에 넣으면 수소와 산소가 분리된다. 기존에 가장 좋았던 이리듐옥사이드, 루테늄옥사이드 등 희귀금속 촉매보다 성능은 50% 가까이 뛰어나고 비용은 10분의 1 정도 낮은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미 투자자들과 여러 얘기가 되고 있다."
- 바이오와 재료를 융합하는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큰 변화가 있었다. 석사까지는 금속과 세라믹재료를 연구했는데 MIT 박사과정에서 바이올로지를 처음 접했다. 지도교수가 재료공학과 교수이면서 바이올로지를 함께 연구하는 분이었다. 당시는 바이올로지를 이용한 나노재료를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지 않은 시기였는데 새로운 분야를 해보겠다는 용기를 갖고 시작했다. 금속과 세라믹 연구를 했기 때문에 문제를 단순화해 접근하는 강점이 있었다. 박사과정 때는 재료공학보다 바이올로지 공부를 더 많이 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바이러스를 이용해 리튬이온전지를 만드는 연구도 했다. 그때 깨달은 게, 바이러스의 단백질과 코발트, 니켈 등 금속이온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이 조개껍질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다는 점이다. 조개껍질은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칼슘화합물이다. 그 원리를 바이러스에 따온 것이다.
그런데 단백질은 구조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문제를 단순화하기 힘들다. 그래서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에서 단백질을 모방한 인공고분자인 '펩토이드'를 연구했다.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를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펩토이드를 이용하면 문제를 훨씬 단순화해서 접근할 수 있다. 당시 단백질의 이차원 구조를 인공고분자로 최초로 구현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자연계의 나노구조를 밝히는 데 초점을 뒀다면 한국에 와서는 이를 모방한 시스템, 즉 소자나 디바이스까지 만드는 데 도전하고 있다."
- 뼈 연구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뼈는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칼슘인산화합물이다. 그 중에서도 칼슘하이드록실아파타이트라는 미네랄 성분이 95%를 구성한다. 그런데 나머지 5%를 차지하는 휘트라카이트라는 새로운 성분을 우리 실험실에서 최초로 발견했다. 그전에는 여러 가설이 있었는데 우리가 발견하고 새로 이론을 확립한 것이다.
이 주제는 30년 전에 관심을 모으다가 분석방법이 없어서 하지 못한 채 잊혀져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물질이 뼈 재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풀어가고 있다. 이게 풀리면 인공뼈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서는 뭘 연구하나.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로 전도성 있는 전자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몸 안에 넣을 수 있는 바이오센서나 인공생체시스템, 생체모니터링 소자, 약물전달기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꿈은 지금까지 인공재료로 하던 것을 생체재료인 펩타이드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훨씬 안정적이고 인체에 해도 없을 것이다. 큰 일이고 큰 꿈이다."
- 융합연구를 활발하게 하는데 어떻게 디자인하나.
"이제 혼자 연구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은 서로의 강점을 접목하는 시도를 많이 한다. 평소 학회나 학교에서 교수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법에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융합연구에 좋은 환경인 것 같다. 미국만 해도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가까운 곳에 훌륭한 연구자들이 많다 보니 기회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융합을 통해 전통적인 재료공학이 아니라 생체모방형 또는 생체기반 재료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자 한다."
- 연구분야에서 기술 진화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단백질과 무기재료의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난제 중 하나다. 단백질의 폴딩(접힘)과 무기재료 결정면 사이의 계면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이 분야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 지금까지 연구 과정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순간은.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 있을 당시 고분자의 원자 정렬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5개월간 실험을 디자인했는데 계속 안 되다가 어느 날 세계 최초로 고분자의 원자 배열 하나하나를 전자현미경으로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 화면에서 그 이미지를 보고 지도교수님 방까지 뛰어가 모셔왔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전자현미경을 연구하고 있던 이웃 실험실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낸 성과였다. 그전까지는 아무도 고분자를 직접 전자현미경으로 본 적이 없었다. 그 고분자가 바로 펩타이를 모방한 '펩토이드'다.
고분자 구조를 알게 되면 응용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단백질 구조도 직접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사 때 열심히 연구한 논문이 사이언스에 게재됐을 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당시 지도교수께서 직접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셨다."
- 인상적인 만남, 잊지 못할 인연을 꼽는다면.
"세분의 지도교수에게서 가장 많은 배움을 얻았다. 서울대 김기봉 교수로부터 학문을 과학적·논리적으로 하는 방법, 박사 지도교수인 MIT 안젤라 벨처 교수에게서 창조적 연구방법을, 전통 유기화학자인 박사후과정 지도교수로부터는 학문적인 차분함과 꼼꼼함을 배웠다. 세가지가 다른 캐릭터인데 그들의 영향을 다 받았고 잘 키워가려 한다.
- 과학자가 아닌 개인의 삶은 어떤가.
"흔히 과학자라면 밤늦게까지 연구에만 몰두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평소 생각한다. 가족, 연구, 비전 이 세가지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래야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좋아해서 꾸준히 한다."
- 실패나 좌절은 없었을 것 같은데.
"아니다. 계획하고 한 실험 중 90%는 실패한다. 그런 면에서 학부때까지 좋은 점수만 받던 대학원생들이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몇개월간 실험데이터가 하나도 나오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실패를 잘 매니징하는 게 중요하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성공적인 실험을 계획하고 이룰 수 있다. 그래서 과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낙관적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도 무수하게 실험 실패를 겪었다. 박사과정 3년차때 여름방학 3개월 내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매달린 연구에 결국 실패했다. 자성을 제어하는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고리 모양 코발트 나노입자를 만드는 실험을 했는데 도저히 만들 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연구에서 쌓은 노하우가 1년후 사이언스 논문 낼 때 밑거름이 됐다."
- 최근 젊은 연구자들의 경쟁력이 매우 우수한 것 같다.
"정말 그렇다. 요즘 시작하는 연구자들 중 대단한 이들이 많다. 이들이 10년 후 각자 대단한 성과들을 이룰 것으로 본다. 이들은 글로벌화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정부의 대학원생 지원사업인 'BK(두뇌한국)21' 지원을 받으며 연구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논문도 바로 볼 수 있는 시대였다. 새로운 분야를 혁신하고 개척하는 이들이 많아 매우 분위기가 좋다. 해외 학회를 가도 30~40대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와 견줘도 경쟁력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노벨상 욕심은 없나.
"순수과학자나 공학자 누구나 한번은 상상해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새로운 한 분야를 열고 사회적으로 임팩트가 커야 하는 데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과학자의 삶은 어떤 면에서 예술가와도 비슷한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때로는 예쁘지 않은 그림이 나오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창조적인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꿈을 위해 열심히 도전하기 바란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naturean@dt.co.kr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 남기태 교수는…
남기태 교수는 자연의 원리를 응용해 수소 생산, 태양에너지 등 인류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기술을 개발하는 30대 젊은 과학자다. 그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학·석사를 졸업하고 미 MIT에서 박사과정, 미 국립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서 차세대 전자소자와 연료전지, 바이오센서, 인공단백질 등에 응용될 수 있는 '분자종이'를 개발, 과학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2006년 3월 바이러스 나노막대의 정렬현상을 네이처머티리얼스에, 같은 해 4월에는 인체에 무해한 나노크기 바이러스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 활용하는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게재해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진연구자 사업에 선정돼 인공광합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도 선정돼 인공생체 시스템 구현을 위한 펩타이드 하이브리드 재료를 연구하고 있다.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37)는 자연에 숨어있는 설계도를 찾아내 문명의 새로운 도구를 만드는 연구에 매진하는 젊은 스타 과학자다. 그는 자연에 새겨져 있는 '유전코드'를 밝혀내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생체기반 재료공학'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호기심과 열정으로 뭉친 '천상 과학자'인 그는 지난 2006년 남들은 평생 한번 내기 어려운 사이언스지 논문을 박사과정 당시 발표한 유명인이기도 하다.
대학시절부터 친구인 김진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남 교수에 대해 "많은 연구자가 유행을 좇아 쉬운 연구를 하면서 실적을 내는데 미래를 보고 남들이 선뜻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끈기와 안목이 있다"며 "도전적인 연구를 통해 과거에 없던 융합학문 영역까지 개척하는 친구"라고 말한다.
같은 학부 동료교수인 장호원 교수는 "항상 연구를 재미있어 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전을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평가한다. 장 교수는 남 교수에게 '기태남'이 아닌 '기획남'이라며 별명을 지어줬다.
◇ 인터뷰=안경애 생활과학부장
- 과학자의 꿈은 언제부터 꿨나.
"기억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과학자의 꿈을 품고 살았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과학자를 보거나 노벨상 수상자 위인전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어릴 때부터 과학이 친근하게 느껴졌고 뭔가 만들고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겼다. 집에 비커 같은 실험도구와 조립완구를 두고 만들고 실험하는 게 어린 시절 취미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시 과학발표경진대회에서 콩나물 뿌리 성장 실험을 해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콩나물 뿌리에 있는 성장점 때문에 뿌리가 마디 식으로 각각 길이가 다르게 자란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좋아하면 잘 하게 되고, 잘 하면 좋아하게 된다는 말처럼, 한번 사이클이 만들어지니 과학을 계속 좋아한 것 같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아버지 영향도 있었다."
-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나. 과학자로서 일상은 어떤가.
"내 나름의 연구실을 꾸려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게 즐겁다. 물론 장기적으로 10년 후 뭘 이룰까 하는 고민은 계속 한다. 지금은 방향을 잡고 이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하루하루 새로운 결과를 접하고 해석하는 일이다 보니 늘 설렌다. 막 핀 꽃을 보면 설레듯이 새로운 실험결과를 접하면 정말 재미있다.
일상은 별다르지 않다. 매주 월요일 아침 8시에 연구실 그룹미팅을 하면서 한주 연구계획을 생각하고 구상하고 여러 논의를 한다. 그래서 월요일은 7시30분쯤 학교에 와서 일주일을 구상하고 구체화한다. 연구실 대학원생들과 미팅하고 논문 쓰고, 논의하는 시간이 일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공동연구 교수들과의 회의, 여러 행정적 회의도 한다. 매일 한 시간 정도는 달리거나 수영을 한다."
- 연구영역을 설명해달라.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생활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전은 바이오 물질이나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바이오에서는 선택성(selectivity)과 민감성(sensitivity)을 배울 수 있다. 자연에서 비롯된 재료들은 성능이 모두 유전적으로 인코딩돼 있는 상태다. 특정 재료가 어떤 역할과 특징을 지닐 지 미리 프로그램처럼 설계돼 있다는 거다. 이런 고유 원리를 적용한 재료를 만들고자 한다.
인공광합성용 촉매·소재, 인공광합성 시스템, 인공뼈, 효소모방 재료 등이 연구주제다. 깊이 갈 연구와 넓게 갈 연구분야를 도식화해 전략적으로 가고 있다. 인공광합성과 인공뼈는 깊게 파고들고 다른 새로운 분야는 넓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광합성을 모방한 인공광합성 기술을 개발하면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싸게 얻을 수 있다. 또 이산화탄소가 탄소화합물과 산소로 바뀌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고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바꿀 수 있다. 광합성을 이해하고 모방하려는 연구는 100년 정도 된 오래된 학문인데 우리는 전체 과정을 잘게 쪼갠 후 쉬운 방법, 핵심 키만 뽑아서 접근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 현재 가장 몰두해 있는 일이나 프로젝트는.
"광합성을 모방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과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원자력을 제외하고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원은 바로 광합성의 결과다. 최근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경쟁력 있는 촉매 개발에 성공해 실험실 벤처를 통한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광합성 핵심 원리를 금속산화물을 통해 구현한 것인데 전극에 이 촉매를 붙이고 물에 넣으면 수소와 산소가 분리된다. 기존에 가장 좋았던 이리듐옥사이드, 루테늄옥사이드 등 희귀금속 촉매보다 성능은 50% 가까이 뛰어나고 비용은 10분의 1 정도 낮은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미 투자자들과 여러 얘기가 되고 있다."
- 바이오와 재료를 융합하는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큰 변화가 있었다. 석사까지는 금속과 세라믹재료를 연구했는데 MIT 박사과정에서 바이올로지를 처음 접했다. 지도교수가 재료공학과 교수이면서 바이올로지를 함께 연구하는 분이었다. 당시는 바이올로지를 이용한 나노재료를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지 않은 시기였는데 새로운 분야를 해보겠다는 용기를 갖고 시작했다. 금속과 세라믹 연구를 했기 때문에 문제를 단순화해 접근하는 강점이 있었다. 박사과정 때는 재료공학보다 바이올로지 공부를 더 많이 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바이러스를 이용해 리튬이온전지를 만드는 연구도 했다. 그때 깨달은 게, 바이러스의 단백질과 코발트, 니켈 등 금속이온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이 조개껍질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다는 점이다. 조개껍질은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칼슘화합물이다. 그 원리를 바이러스에 따온 것이다.
그런데 단백질은 구조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문제를 단순화하기 힘들다. 그래서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에서 단백질을 모방한 인공고분자인 '펩토이드'를 연구했다.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를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펩토이드를 이용하면 문제를 훨씬 단순화해서 접근할 수 있다. 당시 단백질의 이차원 구조를 인공고분자로 최초로 구현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자연계의 나노구조를 밝히는 데 초점을 뒀다면 한국에 와서는 이를 모방한 시스템, 즉 소자나 디바이스까지 만드는 데 도전하고 있다."
- 뼈 연구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뼈는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칼슘인산화합물이다. 그 중에서도 칼슘하이드록실아파타이트라는 미네랄 성분이 95%를 구성한다. 그런데 나머지 5%를 차지하는 휘트라카이트라는 새로운 성분을 우리 실험실에서 최초로 발견했다. 그전에는 여러 가설이 있었는데 우리가 발견하고 새로 이론을 확립한 것이다.
이 주제는 30년 전에 관심을 모으다가 분석방법이 없어서 하지 못한 채 잊혀져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물질이 뼈 재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풀어가고 있다. 이게 풀리면 인공뼈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서는 뭘 연구하나.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로 전도성 있는 전자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몸 안에 넣을 수 있는 바이오센서나 인공생체시스템, 생체모니터링 소자, 약물전달기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꿈은 지금까지 인공재료로 하던 것을 생체재료인 펩타이드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훨씬 안정적이고 인체에 해도 없을 것이다. 큰 일이고 큰 꿈이다."
- 융합연구를 활발하게 하는데 어떻게 디자인하나.
"이제 혼자 연구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은 서로의 강점을 접목하는 시도를 많이 한다. 평소 학회나 학교에서 교수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법에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융합연구에 좋은 환경인 것 같다. 미국만 해도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가까운 곳에 훌륭한 연구자들이 많다 보니 기회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융합을 통해 전통적인 재료공학이 아니라 생체모방형 또는 생체기반 재료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자 한다."
- 연구분야에서 기술 진화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단백질과 무기재료의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난제 중 하나다. 단백질의 폴딩(접힘)과 무기재료 결정면 사이의 계면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이 분야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 지금까지 연구 과정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순간은.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 있을 당시 고분자의 원자 정렬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5개월간 실험을 디자인했는데 계속 안 되다가 어느 날 세계 최초로 고분자의 원자 배열 하나하나를 전자현미경으로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 화면에서 그 이미지를 보고 지도교수님 방까지 뛰어가 모셔왔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전자현미경을 연구하고 있던 이웃 실험실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낸 성과였다. 그전까지는 아무도 고분자를 직접 전자현미경으로 본 적이 없었다. 그 고분자가 바로 펩타이를 모방한 '펩토이드'다.
고분자 구조를 알게 되면 응용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단백질 구조도 직접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사 때 열심히 연구한 논문이 사이언스에 게재됐을 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당시 지도교수께서 직접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셨다."
- 인상적인 만남, 잊지 못할 인연을 꼽는다면.
"세분의 지도교수에게서 가장 많은 배움을 얻았다. 서울대 김기봉 교수로부터 학문을 과학적·논리적으로 하는 방법, 박사 지도교수인 MIT 안젤라 벨처 교수에게서 창조적 연구방법을, 전통 유기화학자인 박사후과정 지도교수로부터는 학문적인 차분함과 꼼꼼함을 배웠다. 세가지가 다른 캐릭터인데 그들의 영향을 다 받았고 잘 키워가려 한다.
- 과학자가 아닌 개인의 삶은 어떤가.
"흔히 과학자라면 밤늦게까지 연구에만 몰두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평소 생각한다. 가족, 연구, 비전 이 세가지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래야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좋아해서 꾸준히 한다."
- 실패나 좌절은 없었을 것 같은데.
"아니다. 계획하고 한 실험 중 90%는 실패한다. 그런 면에서 학부때까지 좋은 점수만 받던 대학원생들이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몇개월간 실험데이터가 하나도 나오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실패를 잘 매니징하는 게 중요하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성공적인 실험을 계획하고 이룰 수 있다. 그래서 과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낙관적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도 무수하게 실험 실패를 겪었다. 박사과정 3년차때 여름방학 3개월 내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매달린 연구에 결국 실패했다. 자성을 제어하는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고리 모양 코발트 나노입자를 만드는 실험을 했는데 도저히 만들 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연구에서 쌓은 노하우가 1년후 사이언스 논문 낼 때 밑거름이 됐다."
- 최근 젊은 연구자들의 경쟁력이 매우 우수한 것 같다.
"정말 그렇다. 요즘 시작하는 연구자들 중 대단한 이들이 많다. 이들이 10년 후 각자 대단한 성과들을 이룰 것으로 본다. 이들은 글로벌화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정부의 대학원생 지원사업인 'BK(두뇌한국)21' 지원을 받으며 연구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논문도 바로 볼 수 있는 시대였다. 새로운 분야를 혁신하고 개척하는 이들이 많아 매우 분위기가 좋다. 해외 학회를 가도 30~40대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와 견줘도 경쟁력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노벨상 욕심은 없나.
"순수과학자나 공학자 누구나 한번은 상상해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새로운 한 분야를 열고 사회적으로 임팩트가 커야 하는 데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과학자의 삶은 어떤 면에서 예술가와도 비슷한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때로는 예쁘지 않은 그림이 나오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창조적인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꿈을 위해 열심히 도전하기 바란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naturean@dt.co.kr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 남기태 교수는…
남기태 교수는 자연의 원리를 응용해 수소 생산, 태양에너지 등 인류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기술을 개발하는 30대 젊은 과학자다. 그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학·석사를 졸업하고 미 MIT에서 박사과정, 미 국립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서 차세대 전자소자와 연료전지, 바이오센서, 인공단백질 등에 응용될 수 있는 '분자종이'를 개발, 과학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2006년 3월 바이러스 나노막대의 정렬현상을 네이처머티리얼스에, 같은 해 4월에는 인체에 무해한 나노크기 바이러스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 활용하는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게재해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진연구자 사업에 선정돼 인공광합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도 선정돼 인공생체 시스템 구현을 위한 펩타이드 하이브리드 재료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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