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파기해야 하는 법률 시행 불구…“파기솔루션 비싸다” 일부기능만 구현 ‘면피’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고 보유한 주민번호를 파기해야하는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선 주민번호 파기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 법 시행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불완전 파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 파기 솔루션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비싸다'고 업체를 압박해 일부 기능만 구현하고는 의무를 준수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개정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보호에관한법률(이하 망법) 시행에 따라 주민번호 파기에 대한 기업 및 기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파기 조치가 시행됐지만 실상 보유하고 있는 고객 주민번호가 기업 시스템 내부 어디엔가 자리하고 있으며 얼마나 저장돼 있는지 관리자가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고 이를 모두 삭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파기 솔루션은 내부 시스템과 개별 PC에 저장된 개인정보(주민번호)가 단 한 건이라도 있으면 모두 검출해 관리자에게 보여주고 정확한 저장 위치를 보고해준다. 검출된 정보에 대해서는 암호화하거나 삭제, 파기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SK인포섹의 이글아이나 지란지교소프트의 서버필터·PC필터, 소만사의 프라이버시아이 등이 해당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김상진 SK인포섹 이글아이팀장은 "현재 금융권은 물론 일반 기업에서도 개인정보 검출과 파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품에 대한 문의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유병완 지란지교소프트 개인정보보호센터 팀장도 "법 이행에 관심이 높은 공공기관과 교육 부문 고객들도 주민번호 파기를 위해 솔루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개인정보를 찾아내고 암호화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안전하게 파기하고 대체수단을 찾으려는 기업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솔루션 하나를 도입한다고 주민번호 파기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닐 뿐더러 그마저도 부족한 예산과 미흡한 준비로 인해 일선 현장에선 제대로 도입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교육기관 보안 담당자는 "보유하고 있던 수십만건의 주민번호를 필요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파기해야 하는데 솔루션 비용이 비싸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고객들이 정보 파기 솔루션에 대해 비싸다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한다. 한 보안업체 영업 담당자는 "사실 (백신이나 침해방지 등)일반 설치형 솔루션보다 개인정보 파기 솔루션이 더 저렴하다. 그런데도 고객들이 '비싸다'고 하는 이유는 별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담당자는 "모든 예산 중에서 전산 예산이 가장 마지막에 할당되고, 그 전산 예산 중에서 더 마지막에 할당되는 게 보안 예산"이라면서 "주민번호 파기는 망법에서 2년전부터 규정했었고 개인정보보호법도 1년이나 시행 준비기한이 있었는데 이 순간까지 예산 배정을 하지 않다가 막상 닥치니까 예산이 없다면서 업체에게 저가 납품을 강요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업체에서는 파기 솔루션의 전체 기능이 아니라 일부 기능만 구현하도록 기능을 제한해 저가에 공급하거나 설정된 기한에만 서버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검출, 파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이는 '클라우드 방식'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으나 근본적으로 주민번호 보유를 하지 않고 파기해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하도록 한 법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업계 실무자는 "제한된 기능이라 하더라도 일단 파기 솔루션을 도입해 중앙 서버의 정보를 파기했다고 하면 이 기업은 '주민번호 파기를 한 기업'이 된다. 사실상 법에서 규정한 완전한 파기가 아니라 면피성 파기인데도 당장 예산부족을 이유로 이리 행하는 고객사가 적지 않다"며 "특히 법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공공기관조차 이런 행태가 있다"고 꼬집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개인정보 파기 솔루션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비싸다'고 업체를 압박해 일부 기능만 구현하고는 의무를 준수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개정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보호에관한법률(이하 망법) 시행에 따라 주민번호 파기에 대한 기업 및 기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파기 조치가 시행됐지만 실상 보유하고 있는 고객 주민번호가 기업 시스템 내부 어디엔가 자리하고 있으며 얼마나 저장돼 있는지 관리자가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고 이를 모두 삭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파기 솔루션은 내부 시스템과 개별 PC에 저장된 개인정보(주민번호)가 단 한 건이라도 있으면 모두 검출해 관리자에게 보여주고 정확한 저장 위치를 보고해준다. 검출된 정보에 대해서는 암호화하거나 삭제, 파기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SK인포섹의 이글아이나 지란지교소프트의 서버필터·PC필터, 소만사의 프라이버시아이 등이 해당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김상진 SK인포섹 이글아이팀장은 "현재 금융권은 물론 일반 기업에서도 개인정보 검출과 파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품에 대한 문의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유병완 지란지교소프트 개인정보보호센터 팀장도 "법 이행에 관심이 높은 공공기관과 교육 부문 고객들도 주민번호 파기를 위해 솔루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개인정보를 찾아내고 암호화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안전하게 파기하고 대체수단을 찾으려는 기업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솔루션 하나를 도입한다고 주민번호 파기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닐 뿐더러 그마저도 부족한 예산과 미흡한 준비로 인해 일선 현장에선 제대로 도입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교육기관 보안 담당자는 "보유하고 있던 수십만건의 주민번호를 필요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파기해야 하는데 솔루션 비용이 비싸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고객들이 정보 파기 솔루션에 대해 비싸다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한다. 한 보안업체 영업 담당자는 "사실 (백신이나 침해방지 등)일반 설치형 솔루션보다 개인정보 파기 솔루션이 더 저렴하다. 그런데도 고객들이 '비싸다'고 하는 이유는 별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담당자는 "모든 예산 중에서 전산 예산이 가장 마지막에 할당되고, 그 전산 예산 중에서 더 마지막에 할당되는 게 보안 예산"이라면서 "주민번호 파기는 망법에서 2년전부터 규정했었고 개인정보보호법도 1년이나 시행 준비기한이 있었는데 이 순간까지 예산 배정을 하지 않다가 막상 닥치니까 예산이 없다면서 업체에게 저가 납품을 강요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업체에서는 파기 솔루션의 전체 기능이 아니라 일부 기능만 구현하도록 기능을 제한해 저가에 공급하거나 설정된 기한에만 서버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검출, 파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이는 '클라우드 방식'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으나 근본적으로 주민번호 보유를 하지 않고 파기해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하도록 한 법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업계 실무자는 "제한된 기능이라 하더라도 일단 파기 솔루션을 도입해 중앙 서버의 정보를 파기했다고 하면 이 기업은 '주민번호 파기를 한 기업'이 된다. 사실상 법에서 규정한 완전한 파기가 아니라 면피성 파기인데도 당장 예산부족을 이유로 이리 행하는 고객사가 적지 않다"며 "특히 법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공공기관조차 이런 행태가 있다"고 꼬집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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