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불거진 국가 안전시스템 문제가 컨트롤타워와 정부 조직 이슈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5·19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안전시스템 재정비를 약속하면서 후속 조치로 총리실 소속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재난·안전 기능을 통합 관리하고 재난현장의 전문성과 대응성을 강화한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법 상 '처'는 독자적 법안 제출권이 없고 외청 설치가 어려운 데다 처장이 국무위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또다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가안전처로는 총괄 지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청와대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형식과 조직 내면의 시스템과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
국가 재난대응 및 안전체계는 컨트롤타워 아래에서 일사분란하게 작동하는 정밀한 조직과 인력, 정보시스템이 있어야 완성된다. 지금까지 이 하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대부분의 사고를 키운 원인이었다. 세월호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현장시스템이 변화하지 않고는 온갖 기술과 제도를 도입하고 조직을 만들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현장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사고 피해를 키울 수도 늘릴 수도 있다.
재난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에 전문가가 없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다. 전문가가 없으면 아무리 조직을 잘 만들어놔도 소용이 없다. 지금은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재난대응과 안전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채 어느 날 국가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는 구조다. 전문 영역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인사시스템이 낳은 결과다.
재난은 현실적으로 100% 막는 게 불가능하지만 감사기관은 담당공무원에게 다소 감정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공무원들은 사고 없이 그 자리를 피해가고 싶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방재보다는 피해를 줄이는 '감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평가와 감사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책임감 있게 일하는 공무원을 찾기 힘들 것이다.
경제적 효과와 이윤에만 매달리는 사회 분위기도 재난 발생과 피해 확대를 부추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그랬고, 재난대응시스템 투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각도 마찬가지다.
예산 투자 대비 경제적 효과가 얼마냐만 보는 현재의 국가 투자결정 방식으로는 '몇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재난대응 기술 개발과 시스템 구축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안전시스템조차 경제성부터 따지고 들어서는 정작 중요한 인프라 투자가 힘들다. 중복 기술은 무조건 배제하는 투자 방식도 융합형 기술과 산업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다.
대형 재난은 300번의 사소한 징후와 29번의 작은 사고 후에 일어난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도 현장 곳곳의 크고 작은 부실과 문제가 모여 일어났다. 인사, 감사, 예산, 조직, 정보의 부실은 또 한번 대형 재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국가안전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현장시스템 설계와 실행에 머리를 맞댈 때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naturean@dt.co.kr
박 대통령은 5·19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안전시스템 재정비를 약속하면서 후속 조치로 총리실 소속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재난·안전 기능을 통합 관리하고 재난현장의 전문성과 대응성을 강화한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법 상 '처'는 독자적 법안 제출권이 없고 외청 설치가 어려운 데다 처장이 국무위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또다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가안전처로는 총괄 지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청와대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형식과 조직 내면의 시스템과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
국가 재난대응 및 안전체계는 컨트롤타워 아래에서 일사분란하게 작동하는 정밀한 조직과 인력, 정보시스템이 있어야 완성된다. 지금까지 이 하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대부분의 사고를 키운 원인이었다. 세월호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현장시스템이 변화하지 않고는 온갖 기술과 제도를 도입하고 조직을 만들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현장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앉히느냐에 따라 사고 피해를 키울 수도 늘릴 수도 있다.
재난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에 전문가가 없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다. 전문가가 없으면 아무리 조직을 잘 만들어놔도 소용이 없다. 지금은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재난대응과 안전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채 어느 날 국가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는 구조다. 전문 영역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인사시스템이 낳은 결과다.
재난은 현실적으로 100% 막는 게 불가능하지만 감사기관은 담당공무원에게 다소 감정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공무원들은 사고 없이 그 자리를 피해가고 싶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방재보다는 피해를 줄이는 '감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평가와 감사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책임감 있게 일하는 공무원을 찾기 힘들 것이다.
경제적 효과와 이윤에만 매달리는 사회 분위기도 재난 발생과 피해 확대를 부추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그랬고, 재난대응시스템 투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각도 마찬가지다.
예산 투자 대비 경제적 효과가 얼마냐만 보는 현재의 국가 투자결정 방식으로는 '몇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재난대응 기술 개발과 시스템 구축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안전시스템조차 경제성부터 따지고 들어서는 정작 중요한 인프라 투자가 힘들다. 중복 기술은 무조건 배제하는 투자 방식도 융합형 기술과 산업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다.
대형 재난은 300번의 사소한 징후와 29번의 작은 사고 후에 일어난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도 현장 곳곳의 크고 작은 부실과 문제가 모여 일어났다. 인사, 감사, 예산, 조직, 정보의 부실은 또 한번 대형 재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국가안전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현장시스템 설계와 실행에 머리를 맞댈 때다.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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