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벤처 회사 디웨이브(D-Wave)사에서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놓고 이 컴퓨터가 진짜 양자 컴퓨터나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이후 그의 이론이 맞다 틀리다를 놓고 벌어진 논쟁 역시 수십 년 동안 진행되었으며 심지어는 오늘날에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틀렸다는 논문이나 주장이 가끔 나온다.
유럽에서는 상대성이론이 나온 직후부터 반유태주의자들이 그의 이론을 반대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히틀러가 지배하던 나치 독일에서는 30년대와 40년대에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상대성 이론은 틀린 이론이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양자역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19세기 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원자와 같이 아주 작은 세계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 상식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작 뉴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관념적으로 정립한 물리학을 파기하고 실증과 수학적 기술에 입각한 고전물리학을 재정립하고 맥스웰이 파동에 관한 물리학에 대한 기초를 세운 토대 위에 19세기 말까지 물리학자들이 받아들인 세계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1) 에너지나 운동량처럼 물리적으로 중요한 양들은 모두 연속적인 값을 갖는다.
2) 세계는 입자 아니면 파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서 열거한 전제들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타당해 보인다.
유럽에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기인 19세기 말 세계열강은 경쟁국보다 더 좋은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금속 제련기술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되어 간접적인 방법인 흑체복사에 대한 연구가 전 유럽에서 진행됐다.
그런데 흑체복사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은 고전역학이나 전자기학 심지어는 통계역학을 동원해도 설명할 수가 없는 비상식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막스 플랑크는 많은 고민 끝에 만약 상식적으로 받아들인 전제들이 틀렸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하다 에너지가 연속적인 값을 갖는 게 아니라 어떤 특정한 값의 정수배만 갖는 불연적인 값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가정을 해보았다.
플랑크 자신이 반신반의 하면서 불연속적인 에너지 값을 대입해보았더니 놀랍게도 흑체복사의 스펙트럼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이 나왔다.
플랑크는 이 에너지의 최소값을 퀀텀(Quantum)이라고 정의하면서 아주 작은 세계 즉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고전물리학이 붕괴된다고 주장하게 됐다.
비록 플랑크가 흑체복사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공식을 유도할 수는 있었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 때까지 세계는 25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여기에 대한 답은 두 번째 전제 즉 세계는 입자 아니면 파동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파괴하고서야 비로소 나오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파동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빛이 입자와 같은 성질이 있으며 프랑스의 물리학자 드브로이는 입자라고 생각되어지는 전자가 파동과 같은 성질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그들이 획득할 수 있는 실험결과들을 인용해 주장했다.
곧이어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인 쉬뢰딩거는 이러한 상충적인 결과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쉬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한 후 수소원자의 스펙트럼을 정확하게 예측해 그의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쉬뢰딩거의 이론은 물질의 특정한 시공간에서의 존재를 확률로 밖에는 정의할 수 없는 단점을 갖게 된다.
그 이후 물리학자들은 쉬뢰딩거의 이론이 옳고 결과적으로 세계는 확률적이라는 학파와 그에 대한 반대파로 나뉘어 지금까지 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쉬뢰딩거의 이론이 옳을 경우 우리의 세계는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세계관을 우리는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디웨이브사 양자컴퓨터에 대한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 역시 필자는 양자컴퓨터를 보는 패러다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이후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을 이용해 연산을 수행하는 양자컴퓨터를 제안하면서 기존의 컴퓨터 아니 좀더 정확히는 컴퓨터를 구성하는 논리회로를 양자역학적으로 구성하는 패러다임을 채택했다.
논리회로는 게이트(Gate)라고 불리는 논리의 기본단위가 비트(bit)에 작용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이를 양자역학적으로 확장한 양자컴퓨터는 양자비트 소위 큐비트에 작용하는 양자게이트를 기본단위로 구성된다.
반면 디웨이브사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깨고 논리게이트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컴퓨터가 아닌 단열적 양자연산(adiabatic quantum computation) 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제안했다.
이 방법은 게이트를 통한 논리 연산이 아니라 마치 뉴럴 네트워크처럼 시스템의 양자상태가 자연적으로 진화하게 한 다음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양자상태를 구하는 방법이다.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 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인공 시각이나 인공 지능처럼 이진최적화(Binary optimization)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진 최적화 문제는 기존의 컴퓨터로 풀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위 NP 문제이다.
필자는 디웨이브사의 양자컴퓨터의 진위 문제를 떠나 이 회사가 특정한 몇 가지 NP 문제를 풀 수 있는 현재 기술로 가능한 현명한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구글과 미항공우주국이 1000 만 달러가 넘는 거금을 들여 이 회사의 양자컴퓨터를 구입한데는 그만한 타당성이 있을 것 같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
역사적으로 보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이후 그의 이론이 맞다 틀리다를 놓고 벌어진 논쟁 역시 수십 년 동안 진행되었으며 심지어는 오늘날에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틀렸다는 논문이나 주장이 가끔 나온다.
유럽에서는 상대성이론이 나온 직후부터 반유태주의자들이 그의 이론을 반대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히틀러가 지배하던 나치 독일에서는 30년대와 40년대에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상대성 이론은 틀린 이론이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양자역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19세기 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원자와 같이 아주 작은 세계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 상식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작 뉴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관념적으로 정립한 물리학을 파기하고 실증과 수학적 기술에 입각한 고전물리학을 재정립하고 맥스웰이 파동에 관한 물리학에 대한 기초를 세운 토대 위에 19세기 말까지 물리학자들이 받아들인 세계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1) 에너지나 운동량처럼 물리적으로 중요한 양들은 모두 연속적인 값을 갖는다.
2) 세계는 입자 아니면 파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서 열거한 전제들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타당해 보인다.
유럽에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기인 19세기 말 세계열강은 경쟁국보다 더 좋은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금속 제련기술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되어 간접적인 방법인 흑체복사에 대한 연구가 전 유럽에서 진행됐다.
그런데 흑체복사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은 고전역학이나 전자기학 심지어는 통계역학을 동원해도 설명할 수가 없는 비상식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막스 플랑크는 많은 고민 끝에 만약 상식적으로 받아들인 전제들이 틀렸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하다 에너지가 연속적인 값을 갖는 게 아니라 어떤 특정한 값의 정수배만 갖는 불연적인 값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가정을 해보았다.
플랑크 자신이 반신반의 하면서 불연속적인 에너지 값을 대입해보았더니 놀랍게도 흑체복사의 스펙트럼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이 나왔다.
플랑크는 이 에너지의 최소값을 퀀텀(Quantum)이라고 정의하면서 아주 작은 세계 즉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고전물리학이 붕괴된다고 주장하게 됐다.
비록 플랑크가 흑체복사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공식을 유도할 수는 있었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 때까지 세계는 25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여기에 대한 답은 두 번째 전제 즉 세계는 입자 아니면 파동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파괴하고서야 비로소 나오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파동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빛이 입자와 같은 성질이 있으며 프랑스의 물리학자 드브로이는 입자라고 생각되어지는 전자가 파동과 같은 성질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그들이 획득할 수 있는 실험결과들을 인용해 주장했다.
곧이어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인 쉬뢰딩거는 이러한 상충적인 결과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쉬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한 후 수소원자의 스펙트럼을 정확하게 예측해 그의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쉬뢰딩거의 이론은 물질의 특정한 시공간에서의 존재를 확률로 밖에는 정의할 수 없는 단점을 갖게 된다.
그 이후 물리학자들은 쉬뢰딩거의 이론이 옳고 결과적으로 세계는 확률적이라는 학파와 그에 대한 반대파로 나뉘어 지금까지 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쉬뢰딩거의 이론이 옳을 경우 우리의 세계는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세계관을 우리는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디웨이브사 양자컴퓨터에 대한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 역시 필자는 양자컴퓨터를 보는 패러다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이후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을 이용해 연산을 수행하는 양자컴퓨터를 제안하면서 기존의 컴퓨터 아니 좀더 정확히는 컴퓨터를 구성하는 논리회로를 양자역학적으로 구성하는 패러다임을 채택했다.
논리회로는 게이트(Gate)라고 불리는 논리의 기본단위가 비트(bit)에 작용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이를 양자역학적으로 확장한 양자컴퓨터는 양자비트 소위 큐비트에 작용하는 양자게이트를 기본단위로 구성된다.
반면 디웨이브사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깨고 논리게이트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컴퓨터가 아닌 단열적 양자연산(adiabatic quantum computation) 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제안했다.
이 방법은 게이트를 통한 논리 연산이 아니라 마치 뉴럴 네트워크처럼 시스템의 양자상태가 자연적으로 진화하게 한 다음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양자상태를 구하는 방법이다.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 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인공 시각이나 인공 지능처럼 이진최적화(Binary optimization)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진 최적화 문제는 기존의 컴퓨터로 풀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위 NP 문제이다.
필자는 디웨이브사의 양자컴퓨터의 진위 문제를 떠나 이 회사가 특정한 몇 가지 NP 문제를 풀 수 있는 현재 기술로 가능한 현명한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구글과 미항공우주국이 1000 만 달러가 넘는 거금을 들여 이 회사의 양자컴퓨터를 구입한데는 그만한 타당성이 있을 것 같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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