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백병원 등 병원정보시스템 성공 구축
IT업체 단독 진출은 기술·재정적 리스크 탓에 고전
의료기관·IT·대기업 '패키지형 진출' 활발해질듯
IT업체 단독 진출은 기술·재정적 리스크 탓에 고전
의료기관·IT·대기업 '패키지형 진출' 활발해질듯
최근 국내 헬스케어IT 기술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로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IT 전문업체와 대기업 등이 함께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패키지형' 해외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관 중심 해외진출 '성과'=분당서울대병원·SK텔레콤 컨소시엄은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와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2.0'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구축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국내 최초로 의료기관과 통신 대기업이 손잡고 해외 의료IT 시장에 진출한 사례다.
베스트케어2.0은 의료IT 전문기업 이지케어텍이 지난해 개발해 분당서울대병원에 구축,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이다. 컨소시엄 측은 올해 1개 병원, 내년에 5개 병원에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사우디 정부와 합작사를 설립해 다른 중동 국가에도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할 계획이다.
인제대 백병원은 올초 스리랑카 아비사웰라병원에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상반기 동안 4만2000명의 접수환자를 등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현재 아비사웰라병원에서는 환자 접수부터 진료, 투약에 이르는 모든 절차가 전산화돼 수기 기록이 필요 없어졌고, 프로그램 도입 전엔 불가능했던 이전 내원정보 검색 등이 가능해져 환자 진료기록을 통한 정확한 처방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선 지지부진한 원격의료도 해외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달 순천향대는 의료IT 업체 비트컴퓨터와 함께 국립 꼬사막병원 등 캄보디아 현지 3개 병원에 '국제 온라인 협진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순천향대는 현지에 원격 협진과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 u헬스 시스템을 공적개발원조(ODA) 국가로 수출한 사례로, 서비스 수출뿐 아니라 국내 의료관광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KOHEA)은 개도국에 자체 개발한 3D 초음파 원격진단(텔레소노 진단) 시스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텔레소노 진단 기술은 초음파 이미지를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3차원 이미지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3G 이동통신망으로 전송해 원격지에서 판독하는 기술이다. 비전문가도 간단한 교육만 마치면 3D 스캔을 할 수 있어 초음파 판독 전문인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유용한 기술로 꼽힌다.
◇세계 시장 선점 경쟁 치열=세계 헬스케어I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고전하는 전문기업들도 많다.
의원급 EMR(전자의무기록) 시장 강자인 유비케어는 2008년과 2012년에 각각 설립한 말레이시아와 태국 법인을 지난해 말 정리했다. 회사는 두 법인을 발판 삼아 동남아시아 의료정보화 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적자를 이어가며 고전하다가 결국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미국과 중국 법인 역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현지 EMR 업체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법인 '플래티넘MD'는 상반기 매출 12억원, 영업손실 6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 시장 등 총 9개 해외법인을 갖춘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전문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경우 올 상반기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법인을 제외한 해외 법인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 오바마 정부는 2015년부터 EMR 도입을 의무화해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비즈니스온 등이 기대감을 갖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처음 미국 진출 당시만 해도 현지 EMR 전문업체가 50개가 안 됐는데 2년 만에 세계 업체들이 다 몰려들어 5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간 협력으로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중동 국가 역시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 한국과 사우디 정부 간 협약으로 대규모 수의계약을 기대했던 사우디 국가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은 다국적 IT 기업들이 경쟁에 가세한 탓에 여러 프로젝트로 나눠 국제 경쟁입찰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약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사우디 국립병원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두고 국내 기업들과 GE, 서너, 에픽 등 다국적 기업들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국내 의료기관이나 중소 의료IT 업체 단독으로는 신뢰를 얻기 힘들다"며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재정적 리스크까지 보장할 수 있는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의료기관 중심 해외진출 '성과'=분당서울대병원·SK텔레콤 컨소시엄은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와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2.0'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구축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국내 최초로 의료기관과 통신 대기업이 손잡고 해외 의료IT 시장에 진출한 사례다.
베스트케어2.0은 의료IT 전문기업 이지케어텍이 지난해 개발해 분당서울대병원에 구축,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이다. 컨소시엄 측은 올해 1개 병원, 내년에 5개 병원에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사우디 정부와 합작사를 설립해 다른 중동 국가에도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할 계획이다.
인제대 백병원은 올초 스리랑카 아비사웰라병원에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상반기 동안 4만2000명의 접수환자를 등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현재 아비사웰라병원에서는 환자 접수부터 진료, 투약에 이르는 모든 절차가 전산화돼 수기 기록이 필요 없어졌고, 프로그램 도입 전엔 불가능했던 이전 내원정보 검색 등이 가능해져 환자 진료기록을 통한 정확한 처방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선 지지부진한 원격의료도 해외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달 순천향대는 의료IT 업체 비트컴퓨터와 함께 국립 꼬사막병원 등 캄보디아 현지 3개 병원에 '국제 온라인 협진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순천향대는 현지에 원격 협진과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 u헬스 시스템을 공적개발원조(ODA) 국가로 수출한 사례로, 서비스 수출뿐 아니라 국내 의료관광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KOHEA)은 개도국에 자체 개발한 3D 초음파 원격진단(텔레소노 진단) 시스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텔레소노 진단 기술은 초음파 이미지를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3차원 이미지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3G 이동통신망으로 전송해 원격지에서 판독하는 기술이다. 비전문가도 간단한 교육만 마치면 3D 스캔을 할 수 있어 초음파 판독 전문인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유용한 기술로 꼽힌다.
◇세계 시장 선점 경쟁 치열=세계 헬스케어I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고전하는 전문기업들도 많다.
의원급 EMR(전자의무기록) 시장 강자인 유비케어는 2008년과 2012년에 각각 설립한 말레이시아와 태국 법인을 지난해 말 정리했다. 회사는 두 법인을 발판 삼아 동남아시아 의료정보화 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적자를 이어가며 고전하다가 결국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미국과 중국 법인 역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현지 EMR 업체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법인 '플래티넘MD'는 상반기 매출 12억원, 영업손실 6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 시장 등 총 9개 해외법인을 갖춘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전문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경우 올 상반기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법인을 제외한 해외 법인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 오바마 정부는 2015년부터 EMR 도입을 의무화해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비즈니스온 등이 기대감을 갖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처음 미국 진출 당시만 해도 현지 EMR 전문업체가 50개가 안 됐는데 2년 만에 세계 업체들이 다 몰려들어 5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간 협력으로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중동 국가 역시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 한국과 사우디 정부 간 협약으로 대규모 수의계약을 기대했던 사우디 국가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은 다국적 IT 기업들이 경쟁에 가세한 탓에 여러 프로젝트로 나눠 국제 경쟁입찰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약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사우디 국립병원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두고 국내 기업들과 GE, 서너, 에픽 등 다국적 기업들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국내 의료기관이나 중소 의료IT 업체 단독으로는 신뢰를 얻기 힘들다"며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재정적 리스크까지 보장할 수 있는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