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강화로 시장위축에 이통사들 통제·감시 강화… 업계 위기감 고조
오프라인 이동통신 유통매장의 폐업 위기감이 깊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점들은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이 크게 줄어든 데다, 이동통신사까지 온라인 위주로 유통망 구조개선에 돌입하고 있어 조만간 문을 닫는 곳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침체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 각종 규제 여파로 오프라인 이동통신 유통점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이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오프라인 유통점은 정부가 휴대전화 보조금에 대한 강력한 규제 의지를 밝힌 지난해 초부터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영업정지와 단속 강화가 이어진 결과, 시장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침체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휴대전화 번호 이동건수는 52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만건 이상 감소했다. 번호 이동건수는 일반적인 경우 휴대전화 판매량과 같다는 점에서 그만큼 매출이 감소했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서울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 유통매장 밀집지역은 지난 3월부터 2개월 이상 영업정지 직격탄을 맞으며 폐업하는 매장이 속출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 기간 동안 1조1000억∼2조5000억원의 매출이 줄었다고 추산했다.
특히 내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유통점에 리베이트 방식으로 지급되던 전체 지원금 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휴대전화 유통매장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점들은 그동안 단통법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며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던 온라인 유통점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 매장별로 차별적으로 지급되던 이통사들의 지원금 규모가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모든 매장에 비교적 골고루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보조금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여기에 이통사들이 단통법을 계기로 유통매장 통제를 강화하는 것도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단말기유통법 8조는 유통점이 이동통신사로부터 휴대전화 판매에 대한 사전승낙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통사들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이 같은 사전승낙제 실효성을 위해 유통점의 법 위반시 이통사가 직접 승낙을 철회하는 내용의 자율 규제안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유통점들은 이 같은 방안이 생계를 직접 위협할 뿐 아니라, 이미 단통법에서 법 위반 시 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방통위가 공식적인 시장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통3사는 이와 별개로 폰파라치 제도를 운영하며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감시하고 있다. 특히 이통사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 판매 정책을 온라인 위주의 소수 직영점 중심체제로 급속히 재편할 움직임이다.
온라인 판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개선된 데다, 유통망에 대한 직접 통제권을 늘리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불법 보조금의 온상으로 지적돼온 온라인 판매점은 부대 비용이 적고 보조금 단속 등 규제 칼날을 피하기 쉽다는 점에서 단통법 시행 이후, 오히려 확산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앞으로 오프라인 유통점의 폐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을 보면 30% 가량이 매장을 이미 내놓았거나, 전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오프라인 유통점들은 속절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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