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전기차 선진국` 중국에서 배우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409/20140915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전기차 선진국` 중국에서 배우자")
올 여름 막바지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달 하순, 중국 전기차 산업의 중심지인 선전시를 다녀왔다. 그동안 말로만 전하여 듣던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발전했는지, 과연 중국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지 궁금했던 차에 많은 것을 직접 보고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공항에서부터 W전기차회사로 가는 길은 소형 전기버스를 이용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장소에서나 탈 수 있는 전기버스가 선전시에서는 이미 일반화 되어있었고 지금 벌써 1500여대의 전기버스가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탄 전기버스는 승차감과 주행성능 그리고 냉방성능에 있어서 기존의 디젤엔진 버스에 비하여 부족함이 없었고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추가로 도입되는 시내버스는 모두 전기버스로만 들여오도록 한다고 하니 선전시에서 요란한 소음을 내는 디젤시내버스가 사라지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았다.
두 번째로 방문한 회사는 B전기차회사로 몇 년 전에 워렌 버핏이 투자해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던 회사였다. 그 당시에 비록 주식시장에서는 큰 재미를 보았지만 소비자가 안심하고 탈 만한 전기차를 만들어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판적인 견해를 들은 적이 있어서 지금도 과연 그런지 궁금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본 B사의 전기차는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 내기에 충분하였다. 최근에 출시된 승용차는 한번 충전해서 300km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하고 수년전부터 운행을 하고 있는 전기차택시는 처음에 장착된 배터리를 교환하지 않고 무려 50만km를 주행한 실적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다 디자인도 우리나라 자동차에 못지않은 데다가 가격 또한 저렴하여 만일 이런 전기차가 한국시장에 상륙한다면 과연 우리는 여기에 대적할 만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중국이 전기차 산업에서 이와 같은 발전을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중국정부의 일괄된 정책의지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자동차산업의 후발국가로써 기존의 기계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 보다는 새로운 시장인 전기차 분야에 먼저 뛰어들어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전기차가 팔릴 수 있는 초기시장을 만들기 위하여 선전과 같은 특정한 지역에 집중해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전기차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10년은 변하지 않을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보조금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보급정책으로는 결코 의미있는 규모의 전기차 시장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제주도처럼 전기차 보급에 모든 여건을 골고루 갖춘 지역을 선정하여 충방전 인프라 설비를 완벽하게 갖추도록 하고 관용차, 노선 버스 그리고 택시부터 전기차로 바꾸도록 하자. 여기에다 전기차렌탈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보조금에 의지하지 않고도 수십만 대가 팔릴 수 있는 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은 이제 사치스러운 생각이다. 적어도 전기차 산업에서 만큼은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고 있고 이대로 있다가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겸허한 마음으로 전기차의 선진국 중국으로부터 교훈을 배우도록 하자.
문승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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